추모 수필. 조용함 속에 돋보이는 인격적 매력
发布时间:26-05-19 08:38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추모 수필

조용함 속에 돋보이는 인격적 매력

--림금산 형을 떠나 보내며

                       (심양) 문운룡

  림형, 이 좋은 봄날도 마다하고 뭐가 그리 급급해 그렇게 훌 떠나셨소! ?

 4월 11일 오전, 창영 시인이 전화를 걸어와 림형이 아침에 떠나갔다고 했을 때 처음 한 순간은 그 뜻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어딜?" 하고 묻기까지 하려다 뒤이어 "쿵-" 하는 울림과 함께 머리 속이 하얘지는 감을 느꼈소!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형의 비보를 접하고 한동안 멍청해 있다가 먹먹해지는 가슴을 달래려 동네로 나갔더니 이번엔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 내렸소.

  그간 림형이 있어 각종 모임이 즐거웠고 마음이 편안했고 술 맛이 달콤했는데, 간혹 림형이 빠진 모임도 그렇게 허전했는데, 이젠 영영 그 미소 어린 친근한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였다니 그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구려.

  지난 겨울 함께 술을 마시고 헤여지며 외투를 바꿔 입고 귀가해서 이튿날에야 발견하고 각자의 와이프한테 한소리 듣던 기억이 어제 같은데, 그 옷에 림형의 체온이 아직 남아 있는 듯 한데 형이 영영 떠나다니!

  그 날 저녁, 림형의 집을 찾아갔을 때 옷을 바뀐 것도 모를 정도로 과음했던 지난 날의 기억도 있고 해서 우리를 맞는 형수님 보기가 죄스럽게까지 느껴졌고 그래서 살짝 불안하기도 했는데 형수님은 우리 일행을 부둥켜 안고 손을 꼭 쥐여잡고 겉잡을 수 없는 눈물을 흘리셨고.. 아, 그 시각 전에 술을 마시다 림형한테 걸려오는 형수님의 전화를 가로채선 버릇없이 장난을 치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며 미안하기 짝이 없었소.

  이 시각 림형에 관한 추억의 장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누만.

술이 좀 됐다 싶으면 얼굴에 웃음기 한껏 피여올리군 하여 그 모습 보며 우린 또 곧 잘 실실 웃음을 흘린다며 버릇 없이 비유했고 그런 우릴 탓 할 대신 형은 늘쌍 유머스런 말로 맞장구치며 분위기를 돋구었었지.

  림형, 형은 평시 말쑤가 적었고 이런저런 모임에서 남들이 옆에서 떠들썩 거려도 히죽이 웃음만 지으며 별로 끼여들지도 않았소. 모르는 이들은 혹시 말주변이 딸린다거나 숫기가 부족해서일 거라고 속단할 수도 있겠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어느 때인가 마주하게 될 반전의 모습에 놀라겠지.

  꽤나 오랜 된 일이지만 우리 어머니 회갑잔치때 나와 같은 직장 상사로서 형이 신문사를 대표해서 멋지게 축사를 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오. 림형과 나는 같은 중학교 선후배 사이기도 했고 그때 하객들 상당수가 아버지 동료인 모교 선생님들이였는데 림형도 잘 아는 그들은 축사를 들으며 연신 머리를 끄덕였고 끝머리엔 힘차게 박수를 쳐주셨는데 아마 제자의 의젓한 모습에 대한 응원의 뜻도 내포되였을 것이라 보오. 그만큼 축사가 언어 선택이라던가 표달기교 면에서 세련되였고 울림이 컸었기때문이였겠지. 그 후 모교 중학교 어느 한 대형 기념행사에서 형이 그 긴 세월동안의 졸업생들을 대표하여 축사발언을 하며 회의 참석자들가운데서 화제인물로 되여 인기를 듬뿍 받던 일도 아직 기억에 새롭구만.

  림형은 또 이런 저런 행사에서 사회도 종종 맡았는데 그럴 때면 저 형이 과연 평시 우리가 잘 아는 그 과묵한 인상의 형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상외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지. 말이 조금도 꺽이지 않고 청산류수로 흘렀고 사이사이에 상황에 매치되는 유머까지 삽입시켜 시종 활기 띈 분위기 속에서 매끄러운 진행을 이어갔소. 혹시 점심에 술이라도 한잔 걸치고나서 오후에 계속되는 진행일 경우 한결 업그레이드 되여 보임은 나 혼자만의 느낌이였을가?

  실은 형도 누구 못지 않게 흥이 넘쳤고 정서가 풍부했겠으나 형은 그것을 때와 장소에 맞게 컨트롤을 해나간 듯 하오.

  언젠가 기반산에서 행사가 있어 저녁에 림형과 호텔 같은 방에 숙박하게 되였는데 한밤중에 난데 없이 울리는 우렁찬 노래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였고 한참을 정신을 수습해서야 그 노래소리가 림형이 잠결에 부르는 것임을 알고 신기하기 그지 없었소. 그래서 깨우지 않고 그렇게 한참을 지켜보았더니 흘러간 옛 노래 《홍도야 우지 마라》 1절을 마지막 끝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부를 줄이야!

  이틑날 참으로 신통한 재주를 지녔노라 내가 슬쩍 던진 롱담에도 별로 놀라는 눈치가 아닌 것을 보아 형 자신도 자신이 그런 '묘기'를 지니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소. 중학시절 학교 합창단 성원이기도 했던 형, 꿈에서조차 노래가 흘러나올 정도면 거의 흥부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은데, 그 시각 평상시 림형이 보여준 조용한 언행이 떠오르며 형의 절제미와 겸손미가 뇌리에 부각되는 순간이기도 했소.

  흔히 술이 한잔 되면 남에 대한 뒤 담화도 하고 그러노라면 또 서로 맞장구를 칠 법도 하련만 형의 반응은 항상 "자, 술맛 떨어지는 그런 소린 스톱.. " 그러며 화제를 전환시키군 했지. 가끔은 그러는 림형한테 '범인凡人의 인간미'가 결여된 듯 싶어 서운해지며 거리감마저 들기도 했소. 허나 시간이 지나며 차츰 림형이 있는 장소에서뿐 아니라 형이 없는 모임에서도 "술맛 떨어지는 소리"는 스톱이 되며 자취를 감추게 되였소. 형의 영향 덕분에 술 맛은 보다 깨끗하고 향긋하게 변하여 갔고.

  퇴직 후 나도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며 나름 보람 있는 나날들을 보낼 수 있음에는 문학회 원로라 할 수 있는 림형의 영향과도 갈라놓을 수 없다고 보오. 재직 후기에 어쩌다 남방을 다녀와서 쓴 기행수필이 신문에 실리고나서 이에 고무되여 잇다라 수필 여러 편을 더 발표하자 림형이 문학회에 가입할 것을 적극 권장했고 후에도 신작들이 여러 간행물에 실릴 때면 과분한 평가를 해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소. 전에 림형이 선보였던 여러 편의 인물탐방 글들을 통해 형의 필력에 매료되였던터라 형의 긍정과 칭찬이 나의 글쓰기에 힘을 실어 주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줄로 아오.

  꽤나 오래 전의 에피소드 하나가 더 떠오르는구만. 내가 신문사 편집실에서 어린 딸애가 동네 같은 또래 남자애의 볼에 뽀뽀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꺼내들고 들여다 보며 혼자 웃고 있는데 형이 슬며시 다가와서는 한참을 같이 보더니 딸바보로 비쳤을 나의 모습에 어떤 감촉을 일으켰는지 사진에 배합하는 짧은 시 한수를 지어주는 것이였소. 그 무렵 형은 여러 간행물에 시들을 자주 발표하군 했던 때였어라 한참을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몇번 끄덕이는가 싶더니 뒤이어 나까지 고개를 끄덕여지게 하는 근사한 시가 나오더군. 형은 시 말고도 한때는 소설, 실화 등 쟝르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창작활동을 벌이다 후에 신문사 부주필을 맡고나서는 뜸해졌던 것 같소. 난 그 시를 사진과 함께 내가 맡았던 전문란 문화면에 실었는데 지금은 그 신문을 찾기가 어려워 유감스럽게 그때 그 시를 여기에 옮겨놓을 순 없구려..

  림형, 수십년 세월을 같은 직장, 같은 동아리에서 함께 지내오며 이게 가능할가 싶게 나는 형한테서 화내는 모습을 본 기억이 별로 없고 형과는 그 어떤 알륵도 있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소. 형은 애주가였지만 취기를 빌어 과격한 언사로 언제 한번 남과 시비를 거는 일도 본 적이 없었소. 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런 추억거리 하나 쯤 찾아보려 애써 보았지만 형과는 쭉 고운 정만 쌓았던 기억뿐이요.

  물론 림형이 유독 나한테만 잘 대한 것 같지는 않소. 주변의 많은 지인들, 대학과 중소학 동창들이 형을 즐겨 찾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형한테는 키도 작으마하고 피부도 검실한 그닥 내세울 바 없는 외모와 항상 조용하고 나서지 않는 성격에 반해 그 어떤 사람을 끄는 인격적 매력이 있음이 분명한 것 같소.

  아직은 형이 이 세상을 떠났다는 현실이 가슴에 와닿지가 않는구만. 갑자기 휴대폰소리가 울려 "모시모시.. 뭘 해? 딴 약속 없으면 만나서 한잔 하지 뭐... " 라고 호출이 떨어질 것 만 같기도 하고. 언제가 일본의 동서네 집을 방문하고 와서부터였던지 형의 전화를 받으면 흔히 "모시모시... "로 운을 떼군 하더군. 이 밖에도 요새는 구석구석에 스며 있던 형에 관한 추억들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떠오르며 눈시울을 붉히게 하고 있소.

  림형, 좀 이르긴 하지만 형은 선비처럼 살다 신선처럼 떠난, 참으로 멋진 신사로 나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요.

  잘 가오 림형, 하늘나라에 가서도 그 인상 좋은 미소 지니시고 잘 지내소. 애주가이니 술도 맘껏 드시며 말이요. 형은 술이 잘 되면 후에는 히죽히죽 웃으며 "나 또 실실 웃음 흘리는 거 아니야? " 하고 자기가 먼저 우리한테 선수를 치군 했었는데 그 쪽 가선 그렇게 장난을 주고 받을 상대가 없어 많이 서운하겠구려. 아니, 아마 밤하늘의 별들과 새롭게 친구를 사귀겠지. 별무리 속의 일원이 되여 실실 웃음을, 아니 빛을 흘릴테지. 별빛 흐르는 밤이면 내 하늘을 우러러 형의 모습 그려보리다.

  끝으로 림형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