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수필
보슬비 되여 산천초목 적셔주고 간 님아
--고 림금산 부총편집을 추모하며
(심양) 김경수
“만리장성만리공, 백세영웅백세몽(万里长城万里空,百世英雄百世梦)”. 림금산님의 영전에 술을 따르노라니 청나라 장정옥(张廷玉) 대학사가 썼다고 알려진 시 한구절이 머리 속에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 슬픔과 비애를 딛고 일어서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옛날 장정옥 대학사가 인생의 공(空)을 터득하고 한때의 권세를 절제했듯이 님도 삶의 리치를 일찍 터득했던 것이 아닐가? 한 직장, 한 일터에서 오랜 세월 고락을 같이해온 님과의 인연이 물밀듯이 올라온다.
님은 보슬비같은 사람였다. 조용히 내리는 보슬비가 되여 동료와 지인들의 가슴을 적셔주군 하였다. 직장에서는 그 보슬비가 단비되여 항상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지인들과는 그 보슬비가 온정이 되여 우정을 촉촉히 적셨다.
님은 항시 정상적 체온보다 1도 낮은 35도를 유지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님에게는 화산과 같은 뜨거움은 없었다. 대신 랭정과 따뜻함을 두루 소유한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이였다.
2011년 3월, 일본에서 해일로 방사성물질이 루출되였을 때, 일본내 조선족들에게 들이닥친 재난을 위주로 보도하자는 필자의 주장에 그것은 인류의 재난위기 앞에 정론이 아니라며 조곤조곤 리치를 다독이던 말이 아직도 귀가에 맴돈다. 그 때 님의 판단은 참으로 적중했었다. 님의 만류로 나는 독자들의 구설수에 오를 위기를 사전에 피면할 수 있었다.
님은 문학인으로서 언론사에 입적한 작가적 기질의 기자, 편집였다. 신문사 입사후 문학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문학적 력량으로 료녕신문사 보도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을 과시하였다. 님은 복잡한 사안의 핵심을 보는 혜안이 있었다. 그래서 님이 뽑은 제목은 정곡을 찔렀고 님의 손에 의해서 편집된 기사는 늘 신문을 아기자기하게 장식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 하나가 있다. 2004년 심양시조선족제2중학교 창립 40주년 경축 행사시 력대 졸업생들을 대표해 했던 연설이다. 그건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명연설, 그 날 아기자기하면서도 특유의 론리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감동을 선사했다.
항시 인간적 욕망을 눌러서일가? 님은 괴분하게 술을 좋아했다. 아니, 사람을 좋아했다. 신문사 어느 동료기자의 말이 기억난다. "림총편은 그냥 웃으면 술에 취한거다"고. 아마 웃고 싶어서 술에 취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어쩌다가 술에 취하고 이튿날 지각해도 동료들은 그냥 웃음으로 넘겨주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님은 주어진 운명을 알고 있는 듯한 내공과 지혜가 돋보였다. 늘 마음을 비울려고 했고 주변을 따스한 시선으로 관조하려고 애썼다. 명예와 리익 앞에서 늘 한발 물러서기를 말없이 조용히 실천했고 분노와 슬픔 같은 것을 멀리하였다. 님은 늘 보슬비처럼 작고 가는 물방울이였다.
보슬비가 되여 산천초목을 소리없이 적셔주고 간 님이 얄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