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후회는 없다
发布时间:26-01-21 08:41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소설             

후회는 없다

                        (철령) 박병대

토요일 낮 10시 반, 정환 령감이 은행의 대기실에서 수속할 차례가 되여 창구 앞에 서니 해당 업무를 맡은 30대 초반의 녀직원이 꾀꼬리소리로 물었다.

“어르신, 무슨 용건으로 오셨습니까?”
 “예, 친구한테 송금하러 왔수다.”

정환 령감은 대답하면서 신분증과 돈다발을 꺼내서 창구로 내밀었다.

“어디로 송금하려구요?”

 직원원은 신분증을 확인하면서 물었다. 정환령감이 휴대폰을 열고 위챗에 적힌 친구의 이름과 은행계좌를 직원에게 알려주었다.

“여기 사는 분이 아니군요. 이분과는 어떤 사이세요? 어인 일로 이분께 송금하시렵니까?”

 “친구라구요. 친구가 급히 돈 쓸 일이 생겨서 빌려달라기에 송금하려구요.”

정환 령감의 얼굴에서 약간 불쾌해하는 기색이 비낀 것을 감지한 직원이 해석조로 말했다.

“지금은 금융사기가 너무나 심합니다. 저는 어르신께서 혹시 송금하셨다가 금융피해를 입으실가봐   걱정되여 물어보는 거예요. 혹시 이 일을 자제분하구 상의하셨는지요? 3천원이란 돈은 거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 시에서는 한달 양로금과 맞먹는 목돈이라 만약 사기당하면 후과가 상상만 해도 두렵거든요. 위챗통신록에 자녀들 이름이 있을텐데 물어봐도 되겠는지요?”

정환 령감이 미처 대답 못하고 우물거리자 직원은 몇 안되는 위챗통신록에서 훓어보다가 면바로 딸의 이름에 시선이 머물렀다.

“이분이 따님 맞지요?”

정환 령감이 대답을 하지 않자 직원은 자기의 짐작이 맞았다고 확신하고 전화번호를 눌렀다.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위챗화면에 딸내미의 놀란 얼굴이 나타났다.

“저는 은행 직원입니다. 댁의 부친께서 외지에 송금하시려기에 혹시 따님과 의논했나 물어보려구요.” 

 “저의 아버지한테 휴대폰 바꿔주세요.”

은행직원은 전화기를 정환 령감에게 넘겨주었다.

“아버지, 잠간만 기다리세요. 우리가 지금 거기로 가겠어요.”

전화기에서 오가는 대화를 엿들은 은행직원은   받았던 신분증과 돈다발을 창구 밖으로 내밀었다.

정환 령감은 잠간이면 끝날줄 알았던 일이 밸밸 꼬이는 게 불안했지만 무가내하로 대청 안에서 딸내미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안절부절 못하며 입금소식을 애타게 기다릴 동선 령감한테 아직까지 송금을 못하게 된 사유를 알려주었다. 그러자 동선 령감도 그럴 수 있을 거라면서 따님이 오면 조속히 송금해달라고 간청하였다. 점심때가 되자 고객이 거의 다 돌아가고 복무대청안은 물뿌린듯 조용한데 남의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벽시계소리만 찰각찰각 속을 긁었다.  오후 한시가 가까워지자 딸내미가 은행대청에 들어섰다.

“아버지, 어이 된 일이세요? 아버지가 혹시 금융피해를 당하실가봐 급히 찾아왔어요. 어인 영문인지 말씀하세요.”

정환 령감은 오늘 일의 자초지종을 알려주었다.

올해 팔순을 넘긴 정환 령감은 사지는 멀쩡해도 가는 귀가 먹어서 평시에 위챗신호를 못들을 때가 많았다. 엊저녁에 그가 잠자리에 누워서 위챗을 열어보니 평소에 련락이 없던 동선령감이 위챗통화를 세번이나 시도한 표시가 있었다.

(이 친구가 무슨 급한 사정이 생겼길래 갑자기 먼데 사는 날 찾는 걸가?) 밤이 깊어서 통화를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 위챗을 열어보니 동선령감한테서 온 문자가 있었다.

   “급한 사정이 생겨서 선배님께 페를 끼치게 되였습니다. 저의 아들이 출국비자를 밟아놓고 기다리던 중 한달후에야 차려진다던 항공편이 의외에 생겼기에 급히 표를 사려는데 손에 돈이 모자라서 렴치불구하고 도움을 청합니다. 3천원을 오전중으로 저의 은행계좌로 보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달 보름 안에 갚아드리겠습니다. 저의 계좌는 공상은행 xxx…입니다.”

(이 친구가 사정이 얼마나 급하길래 2백리 밖에 사는 나한테 손을 내미나? 아마 주위에서 돈을 빌리자니 낯이 깎일가봐 두려운 게지? 어쩐다? 나한텐 은행카드도 없고 예금통장도 오늘이 토요일이라 근처 은행은 영업하지도 않지. 아니, 그보다도 예금통장이 내손에 없으니 어쩐다? 친구의 급한 사정을 말하고 통장을 좀 쓰자고 마누라한테 말해볼가? 아니, 그건 어림도 없을 거야. 예금통장엔 심혈관질환으로 병원을 이웃 다니듯 하는 마누라의 비상금 밖에 남지 않는데 내가 그걸 친구한테 빌려주자고 말한다면 마누라가 나를 정신나간 사람인가 하며 퉁을 놓을 게 뻔하겠지. 그렇다고 친구의 급한 사정을 나몰라라 할 수도 없으니 이를 어쩐담?  한달 안에 갚는다니 설마 그 새에 마누라의 병이 발작하기야 하겠나? )

  안절부절 못하던 정환 령감은 마누라가 잠시 방을 비운 틈을 타서 서랍 안의 예금통장을 꺼내 속주머니에 넣은 뒤 마누라한테 친구 만나러 가겠다면서 집을 나왔다. 시중심의 은행에 들려 예금을 찾은 뒤 공상은행에 왔던 것이였다.

“아버지, 말씀 들어보니 그분이 사기군은 아닌 듯 하네요. 하지만 아버지, 금융사기란 사기군들만의 전용물은 아니거든요. 일반 사람도 하던 일이 꼬이면 본의 아니게 사기치게 되는 경위가 종종 있으니까요.”

딸이 송금을 반대하는 의도가 분명하자 정환 령감은 버럭 화를 냈다.

“친구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발벗고 도와나서는 게 내 신조인데 너는 내 뜻에 제발 찬물은 끼얹지 말아다오.”

아버지가 정색하자 딸이 급히 해석했다.

“아버지, 그분이 만약 의외의 사정이 생겨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어머니가 급히 돈 쓸 일이 생길 경우를 생각해보셨나요? 아버지께서 굳이 하시는 일을 저는 기어코 말리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그전에 제가 그분과 한번 통화해보고나서 결정하면 안되겠나요?”

딸내미가 동선 령감한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마침 정환 령감의 휴대폰에서 위챗의 벨이 울렸다. 정환령감이 급히 열어보니 화면에는 한이틀 굶은 사람같은 동선 령감의 초췌한 모습이 나타났다.

“여보세요. 자제분이 아직까지 오지 않았나요?”

울상을 한 동선령감의 안타까운 물음에 딸내미가 휴대폰을 바꿔들었다.

“여보세요.  방금 도착했습니다. 어르신께선 어인 일로 장기환자인 저의 어머니의 비상금을 빌리시려고 하십니까?”

딸의 질문에 동선 령감은 몹시 송구해하면서 사유를 루루히 설명하고나서 시간이 너무 급박하니 위챗으로 송금하면 좋겠다면서 어떤 상황이 생겨도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으니 안심하라고 부언했다.

“저는 어르신의 말씀에 믿음이 없습니다.  출국하는 자제분은 가만 있고 년로한 분께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그렇고 출국사증까지 받고 비행기표 살 돈이 모자라서 남의 비상금을 빌려쓰려는 것도 상식적으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저는 금융부분에서 일하기에 금전관계에 신경이 예민합니다. 돈을 차용하려는 진짜 리유가 무엇인지 제가 알아야 빌려주던지 말던지 할 게 아닙니까? 사실대로 말씀하십시오. ”  

 정환 령감의 딸한테 급소를 찔린 동선 령감이 머뭇거리다가 사과했다.

“정말 죄송하오다. 사실은 내가 작은 기업을 운영하다가 자금류통이 원활치 않아서 급한 불을 끄려고 댁의 어른께 렴치불구하고 손을 내밀었는데 이실직고하면 성사 못할가봐 거짓을 꾸며댔수다. 돈을 빌려주시면 제기한에 보증코 갚아드리겠습니더. 죽는 사람 살리는 셈 치고 도와주시오.”

동선 령감이 울상이 되여 통사정을 하자 정환 령감의 딸이 말했다.

“어르신, 사정이 진정 급하시다니 제가 위챗으로 송금해드리겠습니다.  다시 거짓말 하시거나 신용을 어기면 그 후과가 어떨지 알아야 합니다.”

  동선 령감이 위챗을 접수하자 딸은 자기의 돈을   송금하였다.

“정말 고맙습니더. 제 기한에 꼭 갚아드리겠습니더.”

동선 령감은 돈을 접수하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정환 령감이 딸한테 현금을 내주자 딸은 정환 령감의 위챗에 다시 3천원을 입금시켜주었다.

“너는 왜 금융부문에서 일한다고 거짓말 했느냐?”  

딸이 통화하는 걸 듣고 이상한 생각이 든 아버지가 물어보았다.

“열길 물 속은 알 수 있어도 한치 사람 속은 알 수 없다지 않아요? 제가 보건대 그 로인이 아버지한테만 돈을 빌린 게 아닌 것 같아요.  “뒤간에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속담같이 고맙게 빌린 돈을 제시에 갚으려고 힘쓰지 않을 가봐 제가 엄포를 놓은 거예요.”

“그건 그렇다 치고 너는 왜 또 내한테 돈을 넣어주는 거냐?”

딸의 거동에 리해가 가지 않는 정환령감의 물음이다.

“아버지께서 이 돈을 들고 집에 가면 어머니의 의심을 받으실테죠.  어머니한테 갑짜기 돈 쓸 일이 생길 때 쓰기 편리하게 위챗에 입금했다고 말씀하세요. 빌려준 돈은 한달 뒤에 제가 받으면 되잖아요. 여기까지 왔다가 어머니한테 안들리는 것 죄송하지만 기별없이 들렸다가 도리여 어머니의 의심을 사게 될가봐 바로 돌아가겠어요. 조심해서 가세요.”

“오냐, 나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동선 령감이 돈을 제때에 갚으면 다행이지만 못갚아서 너들한테 부담을 끼칠가 두렵구나.”

정환 령감이 심중의 우려를 토로하자 딸이 오히려 아버지를 안심시켰다.

“제가 보건대 그분은 일부러 사기칠 사람은 아니예요. 만약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약속을 어기더라도 너무 심려하지는 마세요. 저한테 그만한 여유돈은 있으니까요.”

아버지를 안심시킨 딸은 제 남편이 모는 자가용에 올라가 차창문을 열고 손을 저었다. 점심을 사먹고 집에 돌아온 정환령감은 마누라한테  현금을 찾아 위챗에 입금하게 된  사유를  둘러대였다.

 정환 령감은 안해를 속인 일이 마음에 그늘로 남았으나 자신이 팔순이 지난 나이에도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도와줬다는 것이 일종의 보람으로 느껴져 후회는 없었다. 약속한 날이 되자 동선 령감한테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달만 연기해달라는 간청이 왔다. 정환 령감은 동선 령감이 비발치는 빛독촉에 몸살 앓는 것이 걱정되였지만 약속을 어기는 친구의 행위가 괘씸해났다.

“또 거짓말?” 

동선 령감 위챗에 네글자로 회답을 대체한 정환 령감은 동선 령감이 하루속히 고해에서 벗어나길 고대하며 애간장을 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