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더 확실해진 소확행의 모습을 바라보며
(할빈)한영남
우린 너무 바쁘다만 련발하며 여유가 거세된 삶을 살고 있다. 뭐든 빨리빨리만 앞세우고 도통 곁눈질 한번 하지 않는다. 못한다. 못하는 것이다.
밥도 빨리 먹어야 하고 길도 빨리 걸어야 하며 임무도 빨리 완수해야 한다. 늑장 한번 부렸다가는 큰일난다. 상사로부터 야단 맞는 것은 차치하고 스스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이른바 현대사회의 통병인 것이다.
박정화 수필가는 그게 싫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수필 <길에는 행복이 널려있다>는 어찌보면 벌써 누군가 오래 전에 다 써먹은 주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추호도 망설이지 않고 아침 느긋한 출근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들을 사뭇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키워간다.
특히 요즘 들어 스마트폰으로 꽃이름을 익히면서 느끼게 된 작은 행복을 아낌없이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만의 그런 작은 소확행에만 만족하지 않고 자연에 대한 고마움으로 승화시켜 인간과 자연 사이의 례절을 지키고자 한다. 바로 여기에 이 수필의 가치가 숨어있는 것이다.
수필은 사물이나 현상에서 받아안은 자신만의 감수를 풀어내야 그게 수필이라고 하는데 이 수필은 그런 면에서 참으로 멋진 보기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수필의 말미에서 <해살은 어제처럼 찬란하고 바람은 그저께처럼 솔솔 불어오는데 행복은 언제나 저렇게 길 우에 널려있는 것임을>이라는 상냥하면서도 조리정연한 결말은 작은 감동과 함께 우리들에게 사색할 여백을 충분히 남겨주고 있다.
수필의 묘미를 한껏 살렸다고 할 수 있겠다.
서사에만 집중하는 수필이 넘쳐나는 요즘 건숭건숭 서정적인 어투로 풀어낸 박정화 수필가의 수필 <길에는 행복이 널려있다>는 그래서 더 값져보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