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는 미국의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이자 작가인 폴 칼라니티의 작품이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치명적인 뇌 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장미빛 미래가 펼쳐질 무렵, 페암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을 직면하게 된 36세의 젊은 의사 폴 칼라니티, 이 글은 그의 마지막 2년의 회고록이며 간절한 고백록이다.
서른여섯, 전문의를 앞둔 신경외과 레지던트(住院医师) 마지막 해, 10년간 하루 14시간씩 이어지는 혹독한 수련 생활 끝에 원하는 삶이 손에 잡힐 것 같던 바로 그때 마주한 페암 4기 판정은 칼라니티의 삶을 송두리채 바꾸어놓는다. 그때부터 그는 의사와 환자의 이중 신분으로 자신의 남은 인생을 기록하고 반성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몇달 혹은 몇년이 남았는지 명확하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할 것이다. 석달이라면 나는 가족과 함께 보내리라. 2년이 남았다면 늘 쓰고 싶었던 책을 쓰리라. 10년이라면 병원으로 복귀해 환자들을 치료할 것이다.
내 담당의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말해줄 수 없어요. 당신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해요.”
그는 언제 죽을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통감한다. 그는 수술실로 복귀해 최고참 레지던트로서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했고 인공수정으로 그의 안해 루시는 임신에 성공한다. 그러나 레지던트 수료를 앞두고 암이 급속도로 악화되여 의사의 길을 포기하게 되고 만삭의 안해 곁에서 사경을 헤맨다. 결국 딸 케이디가 태여난 지 8개월 후 그는 소생 치료를 거부하고 맑은 정신으로 사랑하는 가족들 품에서 숨을 거둔다. 2015년 3월 칼라니티가 사망한 후, 그가 사력을 다해 써내려갔으나 미처 완성하지 못한 이 책의 에필로그는 안해 루시가 집필했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출판되자마자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12주 련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다.
칼라니티는 청소년기 문학에 매료되였다. 그는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라는 주제에 매혹되였고 문학은 삶의 의미를 이야기의 형태로 전달해주었다. 그러다가 그는 인간의 정신은 뇌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여 스탠퍼드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한다. 문학과 철학, 과학과 생물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그는 결국 이 모든 학문의 교차점에 있는 의학을 선택하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칼라니티는 바로 그런 소명의식에서 전문 분야를 선택했다. “신경외과는 가장 도전적으로 또한 가장 직접적으로 의미, 정체성, 죽음과 대면하게 해줄 것 같았다.” 이처럼 인문학적 통찰로부터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치명적인 뇌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가 끊임없이 고민해온 저자의 삶은 의학이, 과학이 인간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좋은 의사란 어떤 것인지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진다.
신경외과의는 정체성이라는 혹독한 용광로 속에서 일한다. 모든 뇌수술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본질인 뇌를 조작하며, 뇌수술을 받는 환자와 대화할 때에는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요점은 단순히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몇달 더 연명하는 대가로 말을 못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발작을 멈추려고 하다가 오른손을 못쓰게 된다면? 당신의 아이가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게 될가?
그리고 저자는 36살의 나이에 죽음을 선고받고 자신의 환자들이 처했던 립장에 서게 된다. 그는 암에 걸리기 전에도 언제 죽을지 몰랐듯, 페암 4기 진단이 나온 후에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면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죽음을 강렬하게 자각하면서.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나는 계속 나아갈 거야… 나는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죽음을 향해 육체가 무너져가는 순간에도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확실한 희망이 있었다. 화학치료로 손끝이 갈라지는 고통 속에서 힘겹게 자판을 누르며 칼라니티는 마지막으로 딸에게 이렇게 편지를 남긴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였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였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죽음을 마주한 사람에게 무엇이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게 하는가? 하나의 생명이 사라져갈 때 또 다른 생명을 낳아 기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가?
이 책은 문장이 아름답고 진지하며 감동적이다. 책에는 인간성, 생사, 의료에 대한 깊은 사색이 담겨있어 수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해준다.
죽음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보인 저자는 힘든 투병생활중에도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죽어가는 대신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고뇌와 결단, 그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 숨이 다한 후에도 지속되는 사랑과 가치에 대한 감동적인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난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마음속에서 한줄기 바람이 인다. 칼라니티의 이 작품은 전세계 38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였으며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