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녀작가 오가와 이또가 쓴 《달팽이 식당》은 힐링소설이다.
어느 조용한 산골 마을, 작은 식당에 모여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은 어느 날 주인공 링고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와 텅 빈 집과 맞다들면서 시작된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같이 살던 련인이 전 재산과 가재도구까지 몽땅 싸들고 사라져버렸다.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인지 갑자기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는다. 별안간 실어증 환자, 빈털털이 외톨이가 돼버린 링고는 할 수 없이 십년 전 스스로 달아나듯 떠나온 고향에 돌아간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과 생물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엄마 만큼은 도저히 진심으로 좋아할 수가 없었다.”고 표현할 만큼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가 딸보다 더 애지중지하는 돼지 한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상처 뿐인 어린시절의 기억이 밀푀유처럼 겹겹이 쌓여있는 곳으로. 무슨 일을 해서 이 난국을 타개할가 고민하던 링고는 일생일대의 각오를 하고 엄마의 집 창고를 빌려 작은 식당을 열기로 한다. 료리라면 잘할 수 있었고 그것 만큼은 자신 있었다.
‘내 가게’를 갖는 것은 링고의 오랜 꿈이다. 가재도구도, 조리기구도, 돈도 갖고 있던 것은 모두 잃어버렸지만 아직 남아있는 게 있다. 솜씨 좋은 외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귀중한 레시피들과 다양한 음식점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이 링고의 몸에, 피와 살과 손톱 사이에 나이테처럼 남아있다.
조용한 산골 마을의 료리사가 되기로 결심한 링고는 달팽이 식당과 함께 삶을 재건할 의지를 불태운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이번에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그동안 노력해 쌓은 모든 걸 잃어버린 상처는 헤아릴 수 없이 컸지만 링고는 그 일을 계기로 인생이 크게 한걸음 전진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부지런히 식당 오픈을 준비하며 새로운 희망을 그려나간다.
“여전히 나는 하루에 한번 엘메스의 똥을 밟는다. 밤송이가 머리 우에 떨어지는 일도 있고 길가의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번한 때도 있다. 그래도 도시에 살던 시절보다는 작은 행복을 만나는 순간이 훨씬 많다. 길가에 뒤집어진 공벌레를 구해주는 것이 행복했다. 닭이 갓 낳은 계란을 뺨에 대고 온기를 느끼는 것도, 아침 이슬에 젖은 풀잎의 다이아몬드보다 예쁜 물방울을 발견하는 것도, 대나무숲 입구에서 발견한 레이스 컵 받침처럼 아름다운 비단그물버섯을 겨된장에 넣어 먹는 것도. 내게는 이 모든 것이 신의 뺨에 감사 키스를 보내고 싶은 사건들이였다.”
이름은 ‘달팽이 식당’, 정해진 메뉴는 없고 손님은 하루 한 팀만 받기로 한다.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서 손님의 성격과 사연에 딱 맞는 료리를 내놓는 것이 원칙이다. 먹는 이의 마음을 생각하며 온 정성을 다해 료리하는 덕분일가. “달팽이 식당의 료리를 먹으면 사랑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수십년째 상복 차림으로 슬픔에 잠겨 지내는 할머니, 거식증에 걸린 토끼를 구하려는 소녀, 은밀한 사랑의 도피처를 찾아온 커플, 가출한 아르헨띠나인 안해와 딸을 그리워하는 구마씨까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품고 찾아온 손님들은 마법을 부린 듯 신비한 힘을 발휘하는 링고의 료리를 먹고 새로 태여난 듯 벅찬 마음으로 달팽이 식당의 문을 나선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누군가는 영원할 것 같던 고독에서 벗어나고 누군가는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던 사람과 재회한다. 누군가는 두번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을 이룬다.
‘살아있음’의 행복을 맛있는 음식으로 깨닫게 해주는 곳, 이런 식당이 과연 존재한다면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할가?
“내게 료리란 기도 그 자체”라며 링고가 정성을 쏟아 만들어내는 음식들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를 통해 오감을 자극하며 독자들을 기분 좋은 상상 속으로 이끌어간다.
작가는 주인공 링고와 저마다의 내밀한 상처를 지닌 손님들의 사연을 통해 시련을 딛고 삶을 긍정하며 계속 살아나가는 법에 대해 들려준다. 식당 이름에는 인생이 일순간 무너져내리는 듯한 절망을 경험하고서도 ‘달팽이처럼 내 삶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지고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주인공의 다부진 결심과 의지가 담겨있다.
과거의 아픔 혹은 외로움과 마주할 용기가 필요한 사람, 일상에 지친 마음을 잠시라도 행복한 기운으로 감싸줄 이야기를 찾는 독자라면,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달팽이 식당의 상냥한 치유 마법이 반짝이기 시작할 것이다. “달팽이 식당의 료리를 먹으면 사랑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특별한 커플의 이야기가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작가 자신이 포기할 수 없는 희망으로 써내려간 이야기이기 때문일가. 록록치 않은 현실의 무게를 짊어진 고단한 마음을 어루만지듯 따스하고 다정한 문장들에 어느 순간 울컥한다.
이 소설은 특유의 맑고 깊은 시선으로 상처를 극복함으로써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따뜻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전세계에 수많은 열성팬을 가지고 있는 ‘일본 힐링소설의 원조’ 오가와 이또의 눈부신 장편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꼽힌다.
작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십년 가까이 습작에 매진했다고 한다. 여기저기 공모전에 응모해봐도 그럴듯한 성과가 없자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도전해보고 안되면 그만둘 각오로 혼을 담아 쓴 소설이 바로 《달팽이 식당》이였다. 이 작품은 이딸리아어, 프랑스어 등으로 번역 출간돼 루적 100만부 이상 팔리는 대기록을 세우며 베스트셀러가 되였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여 큰 사랑을 받고 있다.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