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소설 . 호박잎에 깃든 모정 (외1편)
发布时间:25-03-18 07:51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미니소설  

호박잎에 깃든 모정 (외1편)

          (철령)박병대

  주말에 영양제며 과일, 채소를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온 딸과 사위와 오손도손 천륜을 나누며 점심밥을 먹고난 뒤 정환 령감이 벽에 걸린 밀짚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아버지, 어디 가시려구요?” 딸이 물어왔다.

 “소풍하러 갈란다.” 정환 령감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늬 아버지 들에 깨잎 더 따려는가보다.” 어머니가 알겠다는듯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잠깐만요. 저도 들구경 갈래요.” 딸은 급히 어머니의 둥근 채양모자를 쓰고 뒤따랐다.

집에서 2리 남짓 떨어진 들밭에 이른 부녀는 푸른 바탕에 노란빛이 야간 스민 깨잎을 따서 비닐주머니를 가득 채웠다. 딸은 밭을 나오려다가 밭가로 뻗어나온 잎이 싱싱한 호박줄기에 눈이 끌려 걸음을 멈추었다. 작년 이맘 때에 친정 와서 어머니가 솥에 쪄준 호박잎으로 밥 쌈싸 먹던 기억이 생생했다.

“호박잎 시들기 전에 좀 따갈래요.” 딸은 말을 마치자마자 연한 호박잎을 따서 연홍색 비닐자루를 채웠다.

집에 돌아온 딸은 주방에 나가서 어머니 대신 밥을 지었다.

저녁식사후에 어머니는 혹시 비닐주머니안에 든 깨잎이 상할가봐  아구리를 열다가 연홍색 비닐주머니에 든 싱싱한 호박잎을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다.

이튿날 아침에 호박잎을 밥솥에 찐 딸은 다른 반찬은 나 몰라라 하고 호박잎에 밥 싸서 입이 미여지게 넣는다. 딸이 탐스럽게 먹는 장면을 본 어머니는 호박잎을 작은 걸로 몇개만 골라 쌈맛을 보았다. 그녀는 딸네가 집에 돌아갈 때 혹시 호박잎을 챙기지 못할가봐 연홍색 비닐주머니를 올망졸망한 다른 채소꾸럭새에 놓아두었다. 

딸네가 떠나려고 물건을 챙길 때 방안에 놓아둔 어머니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머니가 오래만에 만난 친구와 위챗화면으로 한참 수다를 떠는 사이 딸네는 자가용에 올라 친정을 떠났다.

어느덧 점심때가 되였다. 점심상을 차리려고 랭장고를 열던 어머니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게 왜 여기 있어?”  

딸이 챙겨갔을 줄로 알았던 호박잎을 담은 주머니를 꺼내 든 그의 손이 떨렸다.

“쯧쯧, 그리 좋아하는 호박잎을 일부러 두고갔구나. 이제 전화한들 걔들이 돌아올리 없는데……”

어머니는 혹시나 해서 휴대폰 위챗을 열어보니 딸이 보낸 “무사도착”이란 문자가 떠있었다.

“딸애도 자식을 키우고나니 철이 다 들었구나.  우리야 호박잎 또 따면 되겠지만, 이걸 다음 주일까지 건사할 수도 없고 그 때면 들에도 서리가 내닐텐데……” 잠시 머리를 기웃거리던 어머니는 무슨 묘한 수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이튿날 딸이 출근했다가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니 택배가 왔다. 발송지를 본 딸은 금시 코끝이 시큰해나고 눈시울에 이슬이 맺혔다.

 “할머닌 젊었을 때 미인이셨군요”

봄기운이 화창한 어느 날 오후, 몸에 질환이 있어서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집안에만 박혀있던 태자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따라 동네에서 2리 가량 떨어진 북산미용실로 왔다. 전에는 동네 근방의 미용실에 다녔는데 오늘은 왠지 문이 닫겨있어서 할아버지의 단골 미용실에 왔던 것이다. 리발사는 얼굴이 동글납작하고 제법 곱상스럽게 생긴 50대 후반의 녀인이였다. 약 30년째 미용일 한다는 그녀는 손에 날파람 일게 리발기와 가위를 놀리면서도 입에서는 구수한 말이 청산류수로 흘러나왔다.

가위질이 끝나고 파마를 시작할 무렵에 미용사는 태자 할머니를 보고 생긋 웃었다.

“할머닌 젊었을 때 미인이셨군요.”

“참, 사람 웃기네. 내가 젊었을 때 무슨 미인이였다구?”

젊었을 때 남한테 곱단 말은 더러 들었어도 자신이 남보다 잘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태자 할머니는 미용사의 칭찬에 약간 당황해났으나 파마를 하는 동안 줄곳 입안에 사탕을 문듯 기분이 달콤했고 미용사의 손놀림도 유난히 능숙해 보였다.

파마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그녀는 손거울을 들고 자신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거울 안에는 비록 몇 달 전에 염색했지만 흰머리카락이 드문드문 보이고 이마와 눈가에 잔주름이 지나간 로파가 마주보며 웃고 있는데 어느 모로 보아도 못생기지는 않았다. 미용사가 고객을 끌려고 일부러 꾸민 말 같지는 않았다.

“그 리발사 기술이 동네 근방 리발사보다 훨씬 낫네요.”

“그래? 다음부턴 우리 둘 다 북산미용실의 단골이 되기오.”

할아버지는 로친네가 미용사가 5전짜리 비행기를 태워주니 맘이 구름같이 들뜬 게 아니냐고 롱하려다가 오래만에 보는 마누라의 달콤한 웃음에 찬물이 튈가봐 고쳐 말했다.

“리발한 김에 염색까지 해야재”

태자 할머니는 기분이 좋아져서 딸이 사준 염색약을 가져다 염색용 공기에 부어 골고루 섞은 뒤 솔에 묻혀서 거울을 보며 앞머리부터 바르기 시작했다.  앞과 옆의 머리카락은 발랐으나 귀 뒤와 뒤통수는 보이지 않고 손이 닿지 않아서 령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여보, 아직 못바른 데는 이녁이 발라줘요.”

“그럼 솔을 주오. 내가 우리 미인마누라를 선녀가 보다가 울고 가게 해주지.”

할아버지는 마누라의 흰머리카락을 가로세로 빗어가며 새까맣게 발라주었다. 반시간 지나서 태자할머니가 머리를 감고 보니 5-6년은 젊어보였다. 그리고 자신도 젊었을 적에 미인까진 못돼도 남한테 빠지지는 않았구나 하는 자호감이 살아나서 비록 팔순이 래일모레지만 자꾸만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젊었을 때는 살림살이가 하도 바빠 용모에 신경을 못썼지만 고와지고싶은 마음은 인생의 석양에도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