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우산 속에 깃든 따스한 인정
(대련) 리해란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릴 때면 나는 외지에서 우산의 따스함을 느꼈던 두번의 경험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차가운 비가 대중없이 내리던 으스스한 날 우산은 나에게 따스함과 행복감을 안겨주었었다.
새해를 맞으며 나는 한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였다. 호텔에서 잠간 나와 일을 보는 사이에 원래부터 흐릿하던 하늘은 기어이 검은 구름을 몰아오더니 비를 쏟기 시작했다. 여름 장대비처럼 모진 비는 아니였어도 멀지는 않으나 호텔까지 가노라면 틀림없이 옷이 흠뻑 젖을 터라 나는 처마 밑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비가 언제 그칠가?
급한 일은 없었으나 국내가 아닌 한국이라 갑자기 어디 련락할 데도 없고 게다가 부근에 우산 파는 곳도 보이지 않아 나는 머리 들어 하늘을 바라보다가 고개 숙여 땅을 바라보다가를 반복하면서 그날따라 거부기걸음을 하고 있는 시간을 보내고있었다.
1월의 비는 맞아본 사람만이 안다. 을씨년스런 찬바람이 불어오고 비줄기도 한없이 차가웠다. 어느덧 온 몸이 오싹해나고 오돌오돌 떨리기 시작했다.
문득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 한분이 내 앞을 지나쳐가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였다. 할아버지는 내 앞에 멈춰서서 말을 건네왔다.
“우산 하나 갖다 줄가? 살이 한 개 굽혀지긴 했지만 림시방편으로 쓸만한테…”
할아버지는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건물의 관리원으로 있는데 남들이 버린 우산을 모아두었다가 급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건너준다고 했다. 내가 고맙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할아버지는 떠난지 5분이 지났을까 하는 사이에 손에 하얀 비닐우산을 들고 내 앞에 나타났다. 살 하나가 굽혀져서 보기에는 좋지 않았지만 당시 나한테는 설중송탄이 아닐 수 없었다. 할아버지 덕분에 나는 더는 추위에 떨지 않고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호텔방에 들어와 더운 물을 마시며 할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자 온 몸에 따스함이 감돌았다.
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출장길에 할빈의 중앙대가에서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었다. 허둥지둥 호텔로 향하는데 갑자기 머리 우에 쏟아지던 비줄기가 사라지는 것이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예쁜 한 처녀애가 우산을 받쳐주며 어디로 가는 길인가고 물어왔다. 호텔을 말했더니 같은 방향이라며 같이 가자고 했다.
우리는 다정한 자매인양 팔장을 끼며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비 속을 십여분 걸어 호텔앞에 도착하였다. 내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자 처녀애는 생긋 웃으며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였다. 알고 보니 처녀애는 나를 위해 비 속에서 공걸음을 더 걸었던 것이다.
창밖의 비줄기가 점점 더 굵어지고 있다. 오늘따라 나는 살 하나 구부러진 우산을 건네준 그날의 할아버지와 한 우산을 같이 썼던 그날의 처녀애가 못견디게 그립다.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따스한 우산이 되여 그네들처럼 사랑의 바통을 이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