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수기
우리반 조잘조잘 ‘새끼오리들’
료녕성 무순시신화조선족소학교 리옥화
“선생님!”
애들이 멀리서부터 쪼르르 달려온다.
“흐흐, 선생네반 조잘조잘 새끼오리들 또 고발하러 왔나보다.”
점심휴식시간이라 운동장에서 같이 애들을 살피던 반주임들이 웃어댄다.
애들 중에서도 덩치가 큰 철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는 “선생님, 영호가 모래 싸(撒)해요.”라고 하는 것이였다.
“다시 말해봐요. ‘영호가 모래를 뿌려요.’”
내가 시정해주자 애들이 다같이 활짝 웃으며 “영호가 모래를 뿌려요”하고는 까르르 웃어댔다.
호호호, 이렇게 야물딱지게 발음도 정확하게 조선말을 할 줄을 반년전에는 아예 상상조차 못했다.
전번 학기 나는 새로운 1학년을 맡게 되였다. 이번에 맡은 1학년은 왕년 애들과 달리 량부모가 다 한족인 학생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한쪽이 한족인 학생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거의 언어환경이 없는 애가 많은지라 교장선생님께서도 그 중임을 맡겨주시면서 “민족학교를 믿고 찾아준 학부모님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선생님이 많은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 같아요”라고 당부하셨다. 헌데 개학한지 반달도 안되여 문제가 생겼다. 글쎄 연필이랑 지우개랑 굴러다니기 시작하는데 임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였다. 몇번이고 교탁우에 배렬해놓고 가져가라고 했지만 누구하나 끄떡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사진을 찍어 반급위챗에 올렸더니 1분도 안되여 “띵동” 하고 문자가 왔다.
“우리 미화의 연필인데요. 매일 연필이 적어져서 애한테 물어보아도 대답 안하길래 웬 일인가 했어요.”
학부형의 문자를 받고 나는 대뜸 연필을 들고는 “미화, 미화의 연필이 맞지요?” 하고 물었다. 그런데 생각밖으로 “아니요”하는 미화의 답복이 나올 줄이야.
‘응? 참 이상한데.’
휴식종이 울리자 나는 조용히 미화를 불렀다.
“미화, 미화는 엄마가 이 연필 미화 것이라는데요.”
내가 미화의 눈을 보며 상냥하게 묻자 그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더니 “老师,我不会说‘这是我的 ’”라고 하는 것이였다.
‘어머, 이게 웬 말?’
나는 갑자기 머리가 뗑해나며 반 애들의 언어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게 되였다. “내거야!”라는 단어도 몰라서 자기 물건인 줄 알면서도 찾아가지 못했던 우리 애들, 그동안 우리 애들은 조선족학교를 다니면서 마음이 얼마나 무겁고 괴로왔을가? 그런데도 난 예전처럼 “조선족학교에 왔으니 조선말을 하세요. 조선말은 늘 듣고 대담하게 입을 벌려야 배워낼 수 있어요”라고 강조했었다. 조선말 하기는커녕 단어도 잘 모르는 순 한족인 우리 애들에게 있어서 그동안은 얼마나 답답한 시간이였을가!
그날 반회시간에 나는 흑판 모서리에 “내거야!”라고 크게 써놓고는 따라 읽기를 시켰다. 그날부터 우리 흑판 좌쪽에는 애들의 고발구절들이 씌여져 있었다. 그리고 상과전 5분동안 그 구절 따라읽기부터 시켰다. 하루에 두세구절, 한주일에 열세네마디, 그리고 반복되는 고발들, 아이들은 어느새 일상용어들을 하나하나 장악하고 말하고 싶은 것을 대담히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학기가 지나니 애들이 몰라보게 밝아졌고 더듬더듬 하면서도 즐겁게 자신있게 고자질을 하는 것이였다. 나는 그 모습이 얼마 나 귀엽고 만족스러운지 모른다.
‘무턱대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스레 느끼게 한 우리반 조잘조잘 새끼오리들아, 오늘도 래일도 신나게 조잘거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