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치유하는 영원한 빛
发布时间:24-10-22 09:45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한국 작가 신경숙의 대표작이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무한한 사랑을 주기만 하던,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됨으로써 시작하는 이 소설은 시작부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지하철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치고 실종된 어머니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추리소설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엄마는 사라짐으로써 가족들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된다.

전단지를 붙이고 광고를 내면서 엄마를 찾아 헤매는 자식들과 남편 그리고 엄마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딸, 아들, 남편으로 이어지는 시점의 전환은 이야기가 펼쳐질 때마다 가족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엄마의 모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각자가 간직한 그러나 서로가 잘 모르거나 무심코 무시했던 엄마의 인생과 가족들의 내면을 절절하게 그려낸다.

총4장으로 된 소설의 각 장은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독백 형식의 극을 보는 듯한 극적인 효과를 지닌다. 각자의 내면에 자리잡은 어머니의 상은 각각 남다른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서로가 련결되고 스며들어 탁월한 모자이크화로 완성된다.

“너는 내가 낳은 첫 애 아니냐. 니가 나한테 처음 해보게 한 것이 어디 이 뿐이간? 너의 모든 게 나한테는 새 세상인디. 너는 내게 뭐든 처음 해보게 했잖어…”

“너를 도시에 데려다주고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밤기차를 탔던 그때의 엄마의 나이가 지금의 네 나이와 같다는 것을 너는 아프게 깨달았다… 자식을 위해서는 그 무엇에 놀라지도 흔들리지도 않은 녀인, 일생이 희생으로 점철되다 실종당한 녀인, 너는 엄마와 너를 견주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한 세계  자체였다.”

큰 아들의 졸업증명서를 직접 들고 기차를 타고 난생처음 서울에 올라온 어머니가 아들의 숙소인 동사무소 숙직실에서 잠들면서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 동사무소가 첫 직장이였다는 것도 잊은 채 바쁘게 살다가 어머니를 잃어버린 뒤에 큰 아들이 떠올리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의 일부인 것이다.

아들이 기억하는 어머니는 이처럼 눈물겹고 안타깝도록 자식만을 바라보는 존재이다. 그동안 앞만 바라보고 성공가도를 달려오면서 정작 가장 가깝고 소중한 어머니를 등한시했다는 때늦은 깨달음은 아들에게 통한의 눈물을 안겨준다. 딸들이 기억하는 어머니 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도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다고 알지 못해도 당신은 급물살 때마다 떼목을 가져와 내가 그 물을 무사히 건너게 해주는 이였제. 나는 당신이 있어 좋았소. 행복할 때보다 불안할 때 당신을 찾아갈 수 있어서…”

‘진뫼’라는 시골동네에서 태여나 교육도 받지 못하고 오남매를 낳고 자식들만 바라보며 살아온, 이 땅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그 엄마에게도 사실은 당신만의 랑만과 애틋한 사랑이 숨겨져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은 이 소설의 극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4장에서야 밝혀지는 어머니의 숨겨진 사랑이야기는 충격과 동시에 애잔한 여운을 남겨준다.

어머니로서, 안해로서, 한 녀자로서 엄마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지만 애써 외면해온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해 이 소설은 가슴 아프게 응답한다. 갈피마다 서려있는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어머니의 에피소드들은 독자로 하여금 회한의 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로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생각보다 빠르게 읽히지만 중간중간 독서를 멈추고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고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세밀한 문체와 내면묘사는 신경숙 소설의 장점이라 할 만큼 뛰여나다. 어머니라는 보편적인 소재 뿐만 아니라 추억을 환기하며 물 흐르듯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섬세한 문체와 묘사는, 독자들에게 소설 속 화자의 고백이 완벽하게 자신의 것과 일치하는 듯한 흔치 않은 경험을 선사한다. 독자로 하여금 소설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착각하게끔 하면서 작품 안에서 헤여나오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 소설이 말해주는 것은 단지 가족간의 정이나 어머니의 희생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설 속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다. ‘어머니들의 인생이 어느 만큼이라도 사회적인 의미를 갖기를 바라는 것’이 ‘소박한 희망’이라고 작가는 말하지만 이 소설의 사회적 의미와 파장력은 엄청나게 크다고 할 수 있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우리 사회에 늘 배경으로 묻혀 사라진, 엄마이기 이전에 한 녀자로서의 삶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하는 작가의 간곡함은 읽어가면서 곧 우리 모두의 소망으로 바뀌게 된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아무도 그녀를 알지 못했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신경숙 문학의 오랜 흐름을 한곳으로 모아놓은 소설적 결정이며 300만 부의 베스트셀러의 기적을 이룬 한국문학의 신화이다. 이 작품은 2011년 영문판이 제작되였고 출간 전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미국 뿐만 아니라 이미 유럽과 아시아 30여개국에 판매권이 팔리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문득 우리의 어머니는 어떤 어린시절을 살고 어떤 꿈을 꾸며 자식과 남편에게 왜 그렇게 헌신했는지, 또 차마 말할 수 없는 어떤 사랑의 비밀을 가슴에 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엄마는 일생을 두고 치유하는 영원한 빛이다. 갑자기 시골에 계시는 엄마가 그립다.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