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민정조리 황서방
发布时间:24-03-19 09:35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소설

민정조리 황서방

               (할빈) 박일

동산향정부의 민정조리였던 황서방은 덩치는 아름드리 김치독처럼 우람졌지만 겁이 많고 담이 작기로 소문난 사람이였다.

황서방은 어릴적부터 엉덩이에 주사를 맞지 못했다. 의사가 독감에 걸린 이 아이에게 엉덩이주사를 놓을라 치면 애가 너무 긴장해서 두부모 같던 엉덩이가 돌처럼 굳어지는 바람에 주사바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황서방은 평소엔 혈압이 정상이였는데 신체검사만 하면 고혈압이 되였다. 열아홉살 나던 해, 군대를 가려고 신체검사를 했는데 혈압이 높아 미끌어졌다. 시골에서 일하던 황서방은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대학입시제도가 회복되자 용케도 시험을 쳐 중등농업학교에 붙게 되였다. 그런데 학교 문턱에 한발 들여놓자 신입생들은 신체검사를 하게 되였는데 그는 또 골머리 아픈 혈압문제에 걸려 열콩알만하던 간덩이가 좁쌀알처럼 작아졌다. 그의 혈압은 멈출줄 모르고 재면 잴수록 수치가 뛰여올라 신체 불합격이란 판정이 당장 머리우에 떨어지게 되였다. 학교 위생소에서는 이튿날 다시 혈압을 재여보기로 하였다. 그러자 누군가 술을 마시면 혈압이 내려간다고 귀띔해 주었다. 그래서 황서방은 다음날 아침 독한 소주를 반근이나 마시고 학교 위생소로 갔다. 그런데 이날따라 위생소엔 교장이요. 서기요 하며 학교의 책임자들이 줄지어 서서 신체를 재검사 받는 학생들을 한사람 한사람 지켜보고 있었다.

 -어이쿠 술냄새야!...

어느 어른인가 단통 얼굴을 찡그리는 바람에 황서방은 그날 신체검사를 못하고 위생소에서 쫓겨났다.

그러자 또 누군가 식초를 마시면 혈압이 내려간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 신체검사때는 식초를 물처럼 꿀꺽꿀꺽 들이킨 덕분에 황서방의 혈압은 정상으로 판정되였다. 그렇게 농업학교를 졸업하자 황서방은 동산향의 민정조리로 배치받았다. 그런데 윷놀이에 돌가지를 세번 치면 앉은 석동이 된다더니 스물다섯에 향정부의 민정조리로 된 황서방은 어쩌면 시작부터 끝까지 돌가지밖에는 몰라 나이가 들어 퇴직을 할때까지도 그냥 민정조리였다.

옛날 내가 동산향의 향장으로 부임되여갔을 때 나보다 나이 한살 아래인 황서방은 이 향에서 민정조리로 사업한지 7년철에 든다고 했다. 내가 동산향에서 일을 시작한지 한달쯤 되였을때였는데 향에서는 빈곤호부축사업을 잘하는 한 마을을 점잡고 전향 현장회의를 소집하게 되였다. 그 전날이였다. 나는 빈곤부축사업을 구체적으로 책임진 민정조리 황서방을 나의 사무실에 불러놓고 래일 현장회의때 사회는 향장이 하고 주제발언은 서기가 할테니 황서방은 회의에 온 사람들이 빈곤호 가정들을 방문할때 집집의 구체 상황은 어떠했는데 촌에서 여차여차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황서방은 자기는 언변이 없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하기에 서면으로 문장을 여러개 만들어 어느집에 가면 그 집에 맞는 문장을 꺼내서 읽겠노라고 했다.

“어허... 서면으로 글까지 쓸 필요는 없다니까, 당신이 정황을 잘 아니 그저 말로 이야기 하란 말이요.”

“그러면... 래일...”

무슨 말인가 할듯 말듯 하다가 어수선히 등을 돌리던 황서방이 얼마 안지나 재차 나의 사무실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래일... 제가 술을 조금 마시고 가면 안될가요?”

“술?... 술은 회의가 끝나 점심에 마시기로 되여있는데...그리고 향의 간부란 사람이 술냄새를 풍기며 회의군들을 끌고 다니면  보기가 좋을가?”

나는 온 얼굴에 어색한 웃음만 잔뜩 그리고 있는 황서방에게 도리머리를 저었다.  

그날 퇴근무렵이였다. 향정부 사무실의 젊은 비서가 하는 말이 방금 유치원에 다니는 황서방의 딸애가 왔었는데 “우리 아빠 몸이 아파 래일 어디도 못가요” 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너의 아빠 어디가 아프다니?” 하고 물었더니 애 입에선 “아빠 열이 많이 나 지금 누워자요” 라고 하더란다. 그런 소리를 듣고 나는 비서를 데리고 곧바로 황서방네 집을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가 우리가 방에 들어서니 두터운 솜 이불을 덩치 큰 몸에 감고 가마목에 누워있는 황서방한테 키는 작지만 또르르 하게 생긴 그의 안해가 한창 약을 먹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였다. 그 안해가 황서방의 겨드랑이에서 꺼내는 체온기를 받아보니 체온이 높아 38도 9를 치닫고 있었는데 그의 이마를 짚어보면 열이 조금 있을듯 말듯 했지 몸이 불덩이 같이 달아오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자 비서가 슬며시 나를 밖으로 끌었다.

“저 민정조리 지금 꾀병을 하고 있어요.”

“꾀병이라니?”

“박향장도 저 사람 이마를 짚어보았지만 몸에 별로 열이 나지 않잖아요.”

“글쎄...그런데 체온은 38도9라고 나오지 않는가?”

“그거야 체온기에 미리 그런 수치를 만들어놓고 우리가 보는 앞에서 체온을 재는척 하면 그대로 될 수 있지요.”

“아니, 비서 말대로 그렇다면 저 사람이 왜 꾀병을 하는건가?”

그러자 비서는 코구멍을 벌름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박향장은 우리 향에 금방 오셔서 저 민정조리를 잘 몰라요. 저 사람은 많은 사람들 앞에만 나서면 너무 긴장해서 말을 못해요. 지난해 우리 향 청년들이 참군을 하는 환송대회때도 능청스러운 익살군 몇이 민정조리를 밀고 당기며 사람들 앞에 억지로 끌어다가 발언을 시켰더니 저 사람이 아마 십분은 잘 서있었을 거예요. 두 다리만 후줄후줄 떨며... 그러다가 겨우 ‘가...!’ 하고 누구를 쫓아보내기라도 하듯이 외마디를 짜내는 바람에 장내는 웃음판이 되였지요.”

그 이야기를 듣노라니 나도 웃음이 나와 참을 수가 없었다.

비서는 민정조리 황서방의 꾀병을 고치는 데는 방법이 딱 한가지 있다고 했다. 래일 현장회의에 갈 때 술을 둬냥 마시고 가라고만 하면 이제 거퍼 한시간 내에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날거라고 했다. 벙어리도 말을 시킨다는 술은 그렇게 황서방한테도 특효 명약이라는 것이다.

(오- 그래서 래일... 술을 마시면 안되냐고 한거구나!)

그렇게 민정조리 황서방은 입쌀에 보리 한알 끼운 것처럼 희한한 사람이였다.

나는 동산향에서 5년간 사업하다 다른 지방으로 전근했었고 후에는 이곳 가목사시에 와서 나이차도록 일하다가 퇴직을 하였다. 그런데 신통히 동산향에서 민정조리를 삼십여년 해온 황서방네 부부도 몇해전부터 이 도시에 와 살고 있었다. 황서방네는 슬하에 딸 둘을 키웠는데 두딸 모두 가목사에서 직업을 찾고 결혼을 하게 되자 그들 내외는 두 딸집을 다니며 손군들을 봐주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 이 도시에 사는 동산향 고향사람 모임이 있을 때면 황서방 내외를 만나군 했었다.  

그랬던 황서방이 늘그막에 어쩜 이 가목사란 도시가 놀라도록 크게 한번 룡트림을 할 줄은 나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바로 며칠 전의 일이다. 저녁 식사후, 내가 텔리비죤에서 가목사뉴스를 보고 있을라니 시위서기요, 시장이요 하며 이 도시의 주요책임자들이 시립병원을 찾아가 길가에서 놀던 어린애를 구하려고 높은 층집에서 떨어지는 꽃병을 한몸으로 막은 한 영웅 환자를 위문하고 있었다. 그런데 머리와 한 팔에 흰붕대를 숱해 감은채 침대에 누워있는 그 환자와 그 환자 머리맡에 서있는 나이 든 녀인을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얼음강판에 자빠진 황소처럼 두 눈이 커졌다. 키는 작지만 또르르 하게 생긴 그 녀인은 분명 동산향 민정조리 황서방의 마누라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한몸을 던져 어린애를 구원한 저 영웅은 민정조리 황서방이 아닌가?!

나는 급급히 황서방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가 황서방의 마누라가 대신 전화를 받았다.

“예~ 박향장님! 우리 량반 맞아요.”

동산향에 있을때가 옛날 일인데 황서방부부는 지금도 나를 박향장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황서방이 병원에 실려가 꼬박 열여덟시간만에야 정신이 돌아왔는데 이날 낮에 시의 령도들이 병문안 왔었고 황서방이 구해준 어린애와 그애 부모도 와서 큰절을 하고 또 하고 갔다고 했다. 하지만 황서방의 몸이 회복되지 않아 그밖의 사람들은 아직 병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였다.

“오~ 황서방 정말 만사람의 칭찬을 받을 장한일을 했네.”

나는 이러면서 언제든지 방문이 허락되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황서방 마누라한테서 전화가 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사흘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어제 점심무렵에는 현재 황서방의 몸상태라도 알아보려고 그의 마누라한테 전화를 넣었다.

“예, 박향장님! 그렇지 않아도 제가 전화를 하려던 참이였어요.”

“그럼 이젠 병문안 가도 된다는건가?!”

“호- 그건 아니고 우리집 량반이 어제 오후부터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 담당의사가 혈압약을 세번이나 먹였는데도 혈압이 내려가지 않아요.”

“어허... 왜 그럴가?”

“이 량반이 글쎄 기자들이 취재하러 온다는 소리를 듣자부터 그래요.”

“기자들이? 언제 오지?”

“오늘 오후에...그래서 박향장님께서 병원에 오셔서 이 량반을 좀 도와주셨으면 해서 전화를 걸려고 했어요.”

“그럼 내가 병원에 가도 되는건가?” 

“방금전에 담당의사한테 말씀드렸어요.”

나는 그 소리를 듣자바람으로 집을 나섰다.

내가 황서방이 있는 특별병실앞에 이르니 벌써 록상기며 사진기며 수첩을 손에 든 기자들이 숱해 모여있었다. 이윽하여 담당의사와 황서방의 마누라가 나를 병실로 들어오라고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문가에 몰려있던 기자들이 우르르 내 뒤를 묻어 들어왔다. 별안간 머리와 왼팔에 흰 붕대를 감은 황서방의 얼굴을 향해 대포 아구리같은 록상기가 다가서고 폭죽이 터지듯 사진기들에서 불꽃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로인님, 장한 일 하십니다!”

“영웅적인 로인님께 경례를 드립니다!” 

기자들은 의사의 분부대로 소리는 낮추었지만 저마다 목에 힘을 싣고 있었다. 하지만 주는 떡을 받아먹을 것처럼 입을 딱 벌리고 있는 황서방한테서는 무슨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럴줄 알고 내가 기자들 앞에 나섰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로인을 잘 알고 또 이미 전화로 사건 전후 상황을 상세히 들었으니 무엇이든 궁금한 건 나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보아하니 로인님은 남달리 담량도 크고 무서운 것이 없는 사람이였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가요?”

그 소릴 듣자 나는 속으로 킬킬 웃음이 새여나오는걸 억지로 참았다.

“그런건 아니구요. 하늘에서 꽃병이 허망 한 어린애의 머리우로 떨어지는 찰나, 이 로인의 눈엔 그 애가 꼭 마치 나이가 비슷한 외손녀 같아 보였답니다. 내 말 맞지?!”

내가 황서방한테 머리를 돌리며 이렇게 묻자 황서방이 “엉!”하고 대답했다.

“로인님은 전에 무슨 사업을 하셨습니까?”

“이 로인은 장기간 향정부에서 사업하다 퇴직한 분입니다.”

“그러면 사업을 잘해서 로력모범이 되였거나 승급을 한 경력 같은 것도 있는지요?”

“이 분은 저 보고 기자선생님들한테 자기 자랑 같은 건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랬지? 황서방?!”

내가 이러자 황서방은 이번엔 “엉” 소릴 더 우렁차게 뽑았다.

“오! 아주 겸손하신 분이네.”

기자들이 일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기자들이 병실을 떠날때까지 황서방의 입이 되여주느라 땀을 뺐다.  

내가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지 두시간쯤 되였는데 황서방의 마누라한테서 반가운 소식이 왔다. 황서방의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