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청천고사 사찰을 찾아
发布时间:24-01-16 09:37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수필

청천고사 사찰을 찾아

(광동 혜주) 김금단

팽이처럼 돌면서 바삐바삐 살아가야 하는 번잡한 도심을 떠나 고즈넉한 산 속에 자리잡은 청천고사(清泉古寺) 사찰로 향했다. 간만에 자신만의 여유를 갖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느긋해진다. 나무잎 사이로 익어가는 길 량켠의 푸르른 열매들과 이름 모를 화사한 꽃들, 차창가를 스치면서 뒤로 사라져가는 흰 나비모양의 이쁜 가로등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으로 느껴진다.

출발해서 한시간만에 길 안내판이 인도하는 대로 오른쪽으로 우회전하여 오불꼬불한 좁은 산길을 에돌고 또 에돌아 청천고사 사찰 앞에 이르렀다. 자가용에서 내려 조금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하고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사찰을 바라보았다. 커다랗게 새긴 청천고사 명패가 시야에 안겨온다. 

지금까지 370여년의 력사를 갖고 있는 사찰은 3면이 록색 나무들로 우거진 산에 둘러 있고 정면은 아득하게 하늘 아래로 펼쳐진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를 향하고 있다. 내가 가슴 뜨겁도록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한 아쉬움과 유감들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마음에 넘쳐 흐르고 있어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점점 더 강렬하게, 사무치게 솟아오르는 생각들에 나의 정서가 좌우지되는 시간만큼은 힘들다. 사찰을 찾는 사람들 원하는 바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냥 마음의 잡념을 깨끗이 비우고저, 내가 이루고저 하는 소망들을 기원하고저 찾는다. 

사찰에 일년 내내 흘러내리는 흐르는 성수 때문인지 세그루의 룡안나무중 왼쪽 한그루는 일년 내내 꽃이 피지 않고 열매가 달리지 않으나 가운데 한그루는 일년에 3번 피고 3번 열매가 달리고 오른쪽 한그루는 일년에 한번 꽃피고 한번 열매가 맺는다고 한다.

조용한 발걸음으로 사찰 안에 들어섰다. 두손에 향을 쥐고 불에 태우느라고 사람들 여념이 없다. 간절한 희망을 담은 향연이 모락모락 하늘로 피여오르다가 자취를 감춘다. 하늘높이 치솟은 야자나무가 바람에 스치며 사찰을 지켜주고 있다. 모진 태풍에도 끄덕없이 서있는 야자나무는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자기 몸을 맡기는 유연성 때문에 무탈없이 꺾이지 않고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들여다보면 자연의 섭리이자 똑같이 삶의 섭리임을 깨닫게 된다. 직장에서 살아남는 자는 결국 언제나 겸손하게, 지혜롭게 자신을 굽힐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사찰은 대왕전이다. 세월의 모진 풍상고초에 아랑곳없이 늘 그 자리를 지키며 사찰을 찾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주고 품어주고 다독여준다. 대왕전을 마주하고 건강과 딸애의 앞날과 가정의 행복을 간절히 빌었다.

대왕전을 나와 계단을 조금 오르니 방생못에서 비릿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건너온다. 오른쪽에는 거부기들이 검푸른 물에서 자유로이 헤염쳐 다니고 왼쪽에는 붉은 색상을 등에 업은 물고기들이 어린애들의 손끝에서 내려오는 먹이를 따라 줄을 치어 따라다니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유유히 다니는 물고기들이 순간 부럽다는 생각이 갈마드는 것은 왜서일가. 치렬한 삶의 현장에서 속으로 고민하고 아파하고 끙끙거리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씩씩하게 살아가야 하는 현실과는 너무나도 상반되는 생명의 현장이다. 살아 있기에 아프고 고민하는 것이라고, 아프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고 자신을 위로해보니 어두웠던 느껴졌던 지난 시간의 자신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밝게 다가온다.

방생못을 지나 조금 계단을 밟고 올라오니 돌로 조각한 12띠 동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동물의 머리에 사람의 신체모양을 하고 있는 돌부처들은 서로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곁에서 말없이 지켜 주고 서로 바라보고만 있어도 서로 힘이 되였을 것 같기도 하다. 두발 묶인 돌부처와는 달리 발만 내밀면 어디로든지 갈 수 있는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었음에도 참으로 오랜 시간 서로 바라볼 수 없는 먼 거리에서 지내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조금씩 비우고 또 비우면서 살아왔더라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홀로 외로움, 그리움을 적게 품고 살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계단을 올랐다. 오른쪽에 종루(钟楼)가 있고 왼쪽에 고루(鼓楼)가 있다. 순서대로 나의 차례를 기다렸다가 손에 힘을 주어 종을 울리고 북을 쳤다. 쩌렁쩌렁한 종소리, 북소리와 함께 나의 간절한 소망은 공기의 전파를 타고 멀리 하늘가로 울려퍼진다. 어쩌면 부메랑이 되여 소복소복 눈이 내리듯 어느 후날 내가 꿈꾸는 소망들이 현실로 되어 하얀 웃음을 나한테 선사할 것 같기도 한 환상에 잠겨본다.

대웅보전과 재신전은 인파를 이룬다. 그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가 오늘도 수없이 이어진다. 간절한 기도들이 반복되여 원하는 삶으로 안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수많은 건강, 행복, 소원성취를 바라는 수자를 헤아릴 수 없는 많고 많은 패쪽들과 바람에 흔들리는 빨간 댕기들이 사찰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보제전을 아직도 수건하고 있어 세그루의 룡안나무과 두줄기의 샘물이 흘러내린다고 하여 청천고사로 이름지어진 샘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음에 다소 아쉬웠다. 

대웅보전 왼쪽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사찰은 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커다란 불자가 점점 가깝게 다가온다. 불교에서는 옷깃을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참으로 많은 인연들을 만나면서 그 인연들과 스치고 멀어지고 가까워지면서 삶의 편린들을 엮어왔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내 인생에 등대와 같이 힘이 되고 나를 성장의 길로 안내해주고 이끌어주신 얼굴들이 눈 앞에 력력하다. 계단을 올라와 천천히 산으로 향하면서 가끔 돌아서서 바다를 마주 바라보았다. 올해초 후각을 상실하고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아 우물에 빠진 사람이 짚오래기라고 잡고 싶은 심정으로 따스한 해살의 세례를 많이 받으면 어쩌면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많이 찾았던 바다가다. 백사장을 맨발로 걸으면서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다시 찾고 싶어지고 두팔 벌려 강한 해볕을 끌어안고 싶어진다. 

한계단, 두계단 천천히 밟으면서 산정에 오르니 드넓은 푸르른 바다가 멀리까지 시야에 안겨온다. 바다는 항상 낮은 곳에서 모든 것을 수용해준다. 높은 산에서 사품치며 흘러내리는 강물도, 잔잔히 흐르는 개울물도 그 목적지는 모두 바다다. 바다같은 넓은 아량을 가질 수는 없을가 반문해본다. 사락사락 나무의 움직임 소리, 조잘조잘 새들의 지저귐소리, 코끝을 간지럽히는 푸르름의 냄새들을 맡다보면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되여가는 느낌이다. 산정에서 잠간 휴식을 취하고 원래의 길로 다시 천천히 사찰 입구까지 향했다. 

아담하고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사찰을 찾아 청아한 풍경소리, 목탁 소리를 듣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향 냄새를 맡으며 명상을 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더없이 평화로워지며 머리 속 잡념들은 어느새 가뭇없이 사라지고 내 눈과 귀,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마음의 평화가 그리워지는 날이면 자연히 발길을 돌리게 되는 곳이 바로 청천고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