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위 그리고 바다(외3수)
发布时间:23-09-19 10:21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바위 그리고 바다(외3수)

(대련)박정화

 

흰 거품 물고 으르릉거리며

버릇없이 달려들어

사정없이 뺨을 후려갈겨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지

 

갈 때는 영영 오지 않을 것처럼

한번 뒤도 보지 않고

쌩 찬바람 일구며 가버렸건만

감히 밉다는 소리 내뱉지 못했지

 

뭐가 그리 좋았을가

평생 한 자리만 지키며

오시나 오시나 하얀 가슴 까맣게 타도록

기다림이 덩이로 굳어진 단단한 소망

 

다시 태여난다면

사랑한다는 말

쉽게 내뱉지 않으리

 

 

산딸기

 

동실한 빨간 머리가

남실남실 내리는 비에

촉촉 촉촉히 젖는다

비 속에서도 자기만의 세상인듯

도리반도리반

 

상상도 못했다

그 짙푸름 속에 톡 불거져

일점홍으로 도도한 사랑

차마 차마

그대로 둘 수 밖에 없었다

 

비물에 목욕을 시원히 하고

고개 갸우뚱 하는 걸 보며

그 사랑스러움을

눈동자에서 가슴으로

옮겨와버렸다

 

이제 누가 뭐래도

넌 내 사랑

영원히 이 가슴에서

보내주지 않을 거야

 

 

양파

 

사계절 꽁꽁 여미고

싫증도 나지 않는가봐

봐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인데

 

그러고도 성차지 않아

한층 더 껴입고

속살 보일까봐

부끄러웠나보다

 

네가 아무리

꽁꽁 무장하여도

모두들 궁금해서

널 가만 두지 않더라

 

봐 봐

한겹 한겹 벗겨낼 때

그저 묵묵히 순종하건만

누구에게든

눈물범벅 만들어주었지

 

뒤늦게야 알았다

아픈 상처 씻어주려는

너의 그 속 깊은 마음을

 

 

삼복

 

누구나 미워한다

눈치코치 없는 무더위야

모두들

아니꼽게 널 바라보는

그 기미 못 알아차렸나봐

 

막 정신없이 몰아올 땐

바람도 선풍기도

너 앞에선 막무가내더라

 

삼복아

누구나 널 보면 얼굴 찡그리는데

언제까지 버틸 작정이냐

 

뒤꽁무니 졸졸 따라다니며

너는 한마디 툭 던진다

땀방울 흘리지 않고

무르익은 열매 맛볼 수 있냐고

 

차갑게 굴수록 치근덕거리며

또 한마디 내던진다

나를 넘어서야

시원한 인생길이

열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