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늦가을 억새(외1수)
发布时间:23-09-19 10:17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늦가을 억새(외1수)

   (연길) 박계옥

 

스윽 스윽

뭘하냐 물었더니만

살아온 느낌을 편지로 쓴다나

 

발붙인 산 언덕에  

몰래 심어놓은 푸른 꿈

잊지 말고 깨워 달라고 그렇게

가로 세로 붓끝을 날리며

 

마중오는 이 없고

배웅하는 이 없는

이 궁핍한 허공!

늦가을 찬바람 꽁꽁 씹어 삼키며 

 

행여 다녀간 흔적

누가 살펴주려나

기대 가득 적어놓은 일생 천자문

 

으흠, 넌지시 내려다 보던 하늘

그 참뜻 읽어낸듯

새들을 풀어놓으며 높아간다

 

 

 

직녀에게 도전하다 

 

은하수에 멱 감으면

가버린 청춘이 

꽃처럼 다시 피여난다고

누가 그러더라

 

정녕 그렇다면야

칠월 칠석날 

때 맞추어 저 은하에 몸 담구어

물 흠뻑 먹은 함수초마냥  

곱게 피여나서 

떳떳이 도전장 내밀어주리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이룰 수 없는 눈먼 사랑 

이젠 그만, 제발 그만 하라고

단호히 말하리라

 

오작교 무너질 듯

눈물 흘리겠지만

아픈 사랑은

결코 사랑이 아니라고 

 

은하수에 배 띄워

유람선도 함께 타고    

인절미 나눠먹는 모습

백두산 천지물에 비추기도 하며

 

양떼몰이하는 견우의 가슴

사르르 녹여주리니

직녀야, 어서 나와 길 열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