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작가로
发布时间:22-11-22 09:41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제3회 청년문학상 금상 수상작인 전춘화(35세)의 단편소설 <낮과 밤>은 늦은 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지인의 전화를 우연히 받으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작가의 특유의 정갈한 언어로 채워진 작품은 현실을 따뜻하게 또 서늘하게 포착하면서 인간의 내면을 사려 깊게 주시하는 시선으로 긴  뒤맛을 남긴다.

“서로 부대끼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따뜻하게 담아내고저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생을 스스로 마감하고 싶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들이 오롯이 한 개인으로 인해 야기된 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점점 더 정글처럼 생존경쟁이 치렬해지는 사회와 보금자리인 줄로만 알았던 가족이 준 음영까지 한몫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중요해진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삶을 영위해나가야 하는 리유나 삶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다소 어둡고 무겁게 보일 수 있는 ‘우울증’을 주제로 했지만 그녀는 조금 더 가볍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려고 애썼다. 글에서 위로보다는 응원을 건넸던 그녀는 실제로 우울증을 앓았던 친구에게 힘이 돼주면서 함께 어려운 시기를 버텨준 경험이 있었는데 그것이 이 작품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연변대학 조문학부를 졸업하고 한국 중앙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밟은 전춘화는 2019년에 문예지 《도라지》에 소설 <뱀 잡는 녀자>를 발표했고 이듬해에 《연변문학》과 《도라지》에 각각 소설 <블링블링 오녀서>와 <릴리, 릴리>를 발표했다.

전춘화는 글을 쓸 때 초반부터 캐릭터를 자아의 성향을 참고할지 아니면 아예 다른 타인으로 설정할 것인지에 무게를 두고 시작한다. 20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글을 쓸 때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확고했다. 하지만 30대를 넘어가자 그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물론 작품을 쓰게 되는 동기나 계기,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분명히 해야겠지만 쓰다 보면 애초에 글을 시작한 계기가 잊혀지기도 하고 길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중심을 잘 잡기 위해 글 속 주인공과 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한다.

“글을 쓰는 주체인 나 말고 글 속 주인공은 이 상황에 어떻게 하고 싶은 걸가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가 훨씬 편해졌고 어느 정도 제 손을 떠난 작품이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로 읽힐지 기대하는 마음도 더 커지더라구요. 글 쓰는 립장에서 항상 기대하는 바는 독자들에게 애초에 제가 표현하고저 했던 것보다 더 다양한 의미와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입니다.”

그는 글 쓰는 일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의 창작스타일은 결국 그 사람의 성향, 삶의 모습, 사고방식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이미 제 고유의 창작스타일이 있고 앞으로 제가 해나가야 할 작업은 그 창작스타일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성장하고 다듬어가는 일입니다.”고 보탠다.

쟝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그녀지만 창작을 할 때는 끌리는 소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분야를 택한다. 그의 관심사는 ‘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소재’라고 한다. 그것이 삶에 기반한 리얼한 경험일 수도 있고 리유 모르게 오래동안 마음의 가장자리에 남은 부담감일 수도 있다.

요즘 그녀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그림책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그림책 이야기를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노래말 가사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소설을 쓰다가 저는 언제든지 옆길로 샐 수 있는 사람입니다.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일은 얼마나 많아요. 한번씩 옆길로 샜다가 돌아오는  것도 글을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그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어떤 쟝르와 방법을 통해서든 끝까지 써내는 것이라고 한다. 옆길로 수없이 새가면서 말이다.

올 한해에는 《도라지》잡지사의 청탁으로 단편소설을 기마다 발표해온 그녀는 시간에 쫓겨 글을 쓰는 일이 내심 괴로워 한동안 쉬고 싶었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정작 마지막 작품을 탈고하고 나서는 마음이 오히려 홀가분해지면서 래년엔 또 어떤 이야기를 쓸지 궁리를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취미가 일이 되는 과정을 경험하는중인데 글 쓰는 일이 ‘밥벌이’가 되고 일이 되여도 계속 하고 싶어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제가 글쓰기에 특별한 애착이 있어서 계속 쓰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서른 넘어서 깨달았습니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글이 저를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제가 글의 바지가랑이를 놓지 못하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그녀는 글쓰기에 목말라있었던 셈이다. 그녀에게 소설과 문학은 ‘타인의 따뜻한 외투’라고 했다. 사실 살면서 다들 자신의 삶에 집중하느라 타인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기가 쉽지는 않다. 전춘화는 소설을 읽고 쓰면 그동안은 잠시 ‘나’를 내려놓고 타인의 외투를 입어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사람의 느낌, 체취, 체온 등을 느껴보곤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지만 많은 외투를 입어볼수록 작은 내 사람 너머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다양하고 심오하며 신비로운지를 알아가게 됩니다. 사람 사는 일은 꽤 재미있다고 느낀답니다.”

래년에는 중편소설 두편을 계획중에 있다. 단편보다 중편이나 장편에 더 적합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습니다. 문학소설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저같이 글을 쓰는 사람이나,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일 경우가 많을 테고 저 또한 많은 작가들의 독자입니다. 읽기만 하거나 쓰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읽고 쓰기는 처음부터 들숨과 날숨이 아니였을가요. 고로 래년에도 제 글을 읽어주실 독자들에게 감사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갈 것 같습니다.”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