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연못가에서 내 마음은 철도 없이 연분홍이다!
发布时间:22-11-21 09:47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수필

연못가에서 내 마음은 철도 없이 연분홍이다!

      (심양)전정환

 

사실 련못가의 필회라고 해서 별로 시답지 않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사람의 손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놓은 유락시설의 풍경따위에는 별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선입견이 있는 것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골의 논꼬같은 데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부용꽃에 마음이 확 댕기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그 연못가에서 고향 문우들의 웃음소리가 랑자하게 울려 퍼진다면 이야기는 완전 달라집니다.

호젓한 시골의 련당가에 미리 도착해서 우리 회원님들을 만나는 순간이였지요. 바로 그 익숙한 그림들이 버스에서 내려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는 그 찰나였습니다.

갑자기 마음속에서 이름할 수 없는 감동이 격하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그건 어쩌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혀 계획으로 잡혀있지 않았던 강력한 마음의 울림이였습니다. 찰라에 주변의 모든 물체가 오색으로 채색되였고 모든 사물이 생동하는 그림으로 역동하였습니다.

바로 이거였구나!

감동과 함께 종래로 있어본 적이 없었던 새로운 답안지 한장이 곧바로 강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조용한 시골의 련못가에서 우리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완벽한 행사가치가 발생한다는 것! 살던 둥지를 떠나 우리 문우들과 외딴 섬에서 만나면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치렬하게 깨우치게 되는 순간이였습니다. 그것은 분명 공동체적 가치를, 공통분모를 공유하고 있는 집단지성의 아름다운 행로이고 결실일 것입니다!

그렇게 살짝 들뜬 마음은 문필행사 내내 단 일분일초도 사라지지 아니했고 시간이 갈수록 점입가경, 강도를 더해갔습니다. 마음 훈훈했고 조금 느끼한 말로 정말 행복했습니다! 한분 한분 왜 그렇게 소중하게 다가왔던지 지금도 그 기적 같은 감촉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내면에 나도 모르게 그리움이 깊이 침잠해 있었던 것일가요! 그런 그리움이 그날 봇물처럼 터져올랐던 것일가요? 아니면 감성의 충격에 예민해지는 저물녘 늙은 청년의 나이가 주는 선물일가요?

지독한 필회회의론자였지만 그날에 행해졌던 모든 행사가 그렇게 납득이 갔었고 그렇게 수긍이 갔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놀랍기만 합니다. 그리고 우리 김광명, 박병대 두분 로일대 무산계급 문학가님들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시였네요. 정말 두 분의 로익장에 한없이 숙연해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곧 나도 저 나이대에 두 분들처럼 문필회에 다닐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하게 일어났습니다. 그게 허망한 욕심인지? 아니면 통과의례인지? 아직도 제대로 구분이 안되고 아리송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절대로 생략할수 없는 사안 하나가 남아있습니다! 조금은 징그럽고 느끼하기는 하지만, 연회진행도중이였지요. 늙은 청년 전정환님이 조미향, 리씬, 최사범선생 등 팔공후의 젊은 청년회원님들에게 기신기신 다가갔습니다. 다짜고짜 “같은 또래”라는 관점을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잠깐, 아주 찰나적인 것 같은데, 정말 젊은 청년이 된 것만 같은 감각이 살짝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순간이였지요.

지금에 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주흥에 겨운 단순한 퍼포먼스이였는지? 아니면 내 마음속에 간절한 소망으로 남아있는 젊음에 대한 집착이였는지 아직도 갈피가 잡히지 않은채 허공에 떠있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녀들의 눈빛에 비껴있던 망연자실과 야릇한 표정의 의미는 아직도 해몽이 되지 않은 채 나의 무수한 환상을 일으키고!

맥주 충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잔치상이 한창 여물어갈 무렵이였습니다. 젓가락장단에 흥겨운 가락이 터져올랐고, 골반을 완전히 열고 신나게 률동하는 회원님들의 춤사위에 오랫동안 몸치로 굳어있었던 내게도 강한 리듬이 찾아왔습니다. 참으로 순간순간이 회원님들의 리해와 감동을 크게 고조시킨 위로와 힐링의 시간이였습니다. 얼결에 아무런 사전준비없이 그저 권회장님의 권고 한마디로 문학회에 입회한 것이, 문학을 다시 즐기게 된 것이 참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날 정말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아참, 그리고 그날 통째로 구워낸 양고기! 그건 분명 푸른 초원이 만들어 낸 신의 선물이였습니다. 그 맛은 아직도 입가에 온전하게 그대로 남아서 후각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소원이 남네요. 사람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는가봐요. 다음번 문필회는 인공 유락시설이 아닌 순수 대자연의 품속에서 우리들만의 향연으로 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램! 이름 모를 들풀의 수수한 향기가 어우러진 시골의 아늑한 풀판이나 노란 들국화가 바람에 한들거리고 민들레가 꽃망울을 튕기는 한산한 길언덕가에 돗자리 깔아놓고 양반다리 하고 앉아서...

아, 그러시면 작은 들풀들의 속삭임이, 보잘 것 없는 들꽃의 향기가 혹시 메말라갈지도 모르는 우리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지 않을가요? 우리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지 않을가요? 그건 그때 가봐야 알가요?

물론 거기서도 식도락을 즐기는 일이 빠져서는 안되겠죠. 이번에는 양이 아니라 개 한 마리 통째로 삶아놓고! 몽골초원에서 풀 뜯어먹으며 가난하고 불쌍하게 성장한 초개가 아닌, 주인집에서 먹다 남은 기름진 밥을 배 터지게 먹고 자란 살찐 똥개 한 마리 푹 끓여놓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똘이를 끓여먹자는 관점은 절대 결사반대!)

한쪽에서 장작개비가 정겨운 향촌의 내음을 풍기며 타들어가고 가마솥에서는 발롱발롱 고기 끓는 소리가 귀맛을 바짝 당기고, 그리고 구수한 구육의 향기가 미만하고 있는 속에 한쪽에서는 문학을 둘러싼 고담준론이 한창이고.

그런데 흐믈흐믈 물러터지며 익어가는 구육, 그 찐한 육고기의 향기가 너무 맹렬하게 풍겨오시면, 우리 친애하는 아저씨님들께서 그 무서운 자극을 이겨내며 정신을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가, 토론을 제대로 할가!? 하는 문제는 지금부터 우리가 대처방안을 수립해놓아야 할 엄숙한 과제.

군침이 너무 자지러지게 분출하여 정신이 황홀해지고 가물가물해지고 시야가 몽롱해지네요.

그래도 단마디명창 한마디--질러봅니다!

련못가에서 내 마음은 싸가지 없이 연분홍이다!

련당가에서 늙은 청년의 마음은 철도 없이 핑크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