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련화호에 련꽃이 없더라
发布时间:22-11-21 09:43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수필

련화호에 련꽃이 없더라

(심양)서정순

2022년 8월 17일 료녕성조선족문학회 필회로 철령 련화호에 왔을 때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호수 가득 채워져있는 련잎들이였다. 넓고도 둥글둥글하고 푸르른 련잎들은 마치 제 세상이라도 만난 듯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련잎들을 보며 내가 내뱉었던 첫말은 “련화호에 련꽃이 없네.”였다. 련꽃늪하면 당연히 화려한 련꽃들의 잔치가 벌어질 것이라고 상상한 것은 나만의 착각이였을가.

차에서 내린 우리 일행이 호수 우의 다리를 걸을 때다. 호수물이 보이지 않게 가득 메워진 련잎을 보며 나는 동행한 선생님께 아는 체를 하였다. “너무 가득 차있어. 여백의 미가 없어.” 내가 꿈 꾸던 련꽃은 호수 한켠에 고스란히 자리잡아 호수에 비쳐진 파아란 하늘, 구름과 하나가 되여 있는 풍경이였다. 그런데 그냥 꽉꽉 채워진 련꽃늪이라니, 멋이 없어, 멋이 없어 하며 툴툴거렸으나 내 눈은 어느새 아득하게 펼쳐진 파아란 련잎들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바로 마음 따로, 생각 따로라는 건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나지도 않고 아주 그냥 자유롭게 곡선을 이룬 둥근 련잎은 부처님처럼 넉넉하고 온화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호수 우의 다리를 건너 유보도로 왔을 때 유보도 량쪽 역시 푸르른 련잎들의 천지였다. 옆을 봐도 련잎, 앞을 봐도 련잎, 뒤를 봐도 련잎. 호수는 푸르른 련잎으로, 하늘은 청자빛 색갈과 하아얀 구름으로 마주보고 있었다. 천지가 하나가 된 느낌이였다. 그것은 말 그대로 거대한 하나의 풍경이였고 자연과 인공이 빚어낸 하나의 장관이였다. 폰에 담으려고 애를 써봤지만 내 재간만으로는 턱도 없었다. 그냥 마음에 담을 수 밖에. 방금 전까지도 툴툴거렸던 생각은 빗나가고 내 마음은 둥글고 푸르른 련잎처럼 그 뭔가로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젠 세련된 것보다는 편안한 것이 좋고 날카로운 것보다는 부드러운 것이 좋으며 두드러진 것보다는 평범한 것이 좋다. 화려하게 피여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련꽃도 좋지만 호수 가득 파아란 세상을 열어놓은 련잎의 멋도 홀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호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식당의 뜰안에서 료동문학 문학상 시상식 만찬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건배를 웨치고 축하를 하며 흥겨운 곡에 맞추어 하나가 되여 돌아갔다. 서로가 서로를 축하하고 서로가 서로를 감사해하며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누가 인생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했던가. 나의 느낌으로는 짧아도 너무나 짧은 것 같다. 어쩌지도 못했는데, 마음은 아직 새파랗게 살아있는데 먼 후배들에게 나는 대선배가 되여있다. 련꽃처럼 화려했던 시절은 순간에 불과하고 오랫동안 호수의 풍경이 되여주는 련잎처럼 나의 삶 역시도 그런 것 같고 그래야 할 것 같다.

생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하늘을 마주하고 호수의 풍경을 이루는 련잎, 철령 련화호에서 나는 새삼스레 련잎의 평범함과 위대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