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멀리 떠나온 생(외4수)
发布时间:22-11-04 08:44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멀리 떠나온 생(외4수)

   (일본)김화숙

 

바다가 목적지였다면

그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지금 다시 바다 건너

어딘가로 가려 한다면 그곳은

나고 자란 땅일 것입니다

 

락엽 한 잎

강물에 떠내려가듯

아무리 큰 배라도

망망한 바다 우에서는

락엽 한 잎입니다

 

눈감고 파도에 얼굴 비비며

바다가 되여봅니다

출렁임이 자유로움이며

길이고 살아있음입니다

선장의 옷을 벗고 바다 되여

생의 완성을 꿈꿔봅니다.

 

 

칠석날엔 비가 온다

 

장녀인 내가 질투 날 정도로

평생 엄마를 어린아이처럼

극진히 사랑하셨지만

돌아가는 날을 잘못 정하셔서

엄마의 원망을 사셨다

하필이면 칠월칠석날 가실게 뭐람

20년을 흘려보낸 지금도

가끔 엄마는 새초름해지신다

올해 내 나이는

아버지가 떨어뜨린 나이이고

칠석날인 어제는 아버지 기일이다

오늘부터 나는 못다 사신

아버지의 생의 연장선에 선다.

 

 

리셋

 

8월의 마지막 날과

9월 첫 날의 경계를

잠결에서 건넜습니다

새로운 계절로 건너오며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사물을 데리고 왔습니다

둘러보니 뜻밖의 사람들도 있고

모르는 이들도 더러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선택 받아 나도

그의 세상에 속해 있었네요

선택하고 선택 받는

삶의 초기화에 경이로워하며

계절을 새롭게 시작하듯

새로운 밴드와 어울려

새로운 인생을 맞이합니다.

 

 

시인은 역마살을 타고 난다

 

어제 쓴 시를 부정하고

오늘의 자신을 부셔

어디로든 새롭게 떠나기 위해

모든 걸 던진 사람

늘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고

만나야 할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고

진정한 시 쓰기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것 같아

허둥대고 허하고

꿈결에도 손을 내밀어 보지만

여전히 잡혀주질 않고

날이 밝아와도 한 발짝도

떠나지 못하면서

어떻게든 만나야 할 것 같아

책상 앞에 다소곳이 앉는

 

 

연필로 그리는 초상화

 

우연히 들어간 밥집에서

퉁명스런 주인장을 만나면

아차 잘못 들어왔구나 한다

하지만 자주 가다 보면 안다

그런 집이 하나같이

맛이 좋았고 단골이 많았다

진짜는 포장할 필요가 없다

연필로 그린 해바라기를 보며

색상을 버려 얻는 선들의

화합 률동 춤사위를 본다

직함이며 명예며 성과며

리력서에 따라다니는 채색

검은 소가 흰 소 되기를 바라듯

략력의 줄을 하나씩 지우며

연필로 그린 초상화를 완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