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광야(외 2수)
(연길) 김현순
이슬 수놓는
안개의 부드러움으로
기억 닦는 사랑이여
꽃가지 그늘에 쉬었다 가는
순간마저
산사의 목탁소리에
옛 생각 솎아 올리네
벌새의 잔등에 해살 내려앉는
세월의 입맞춤
신기루 감춰둔 무지개 색상에
놀빛, 물들어있구나
숙이야 분이야…
그리고 꽈리같은 봉화야
목소리도 빨간 계집애
여름은 길어도, 아픔은 가라~!
억새의 몸짓이
액자의 분만 윙크해준다
맨발의 매무새가
무릎 꿇는 착각으로
젊은 날 그 이름 받쳐 올리는구나
메아리가 비인 뜰에
봉선화, 백일홍 곱게 피울 때까지
한세상 기다림으로
둥기당 북치며 가리라
류영, 그대의 쪽빛 하늘아래에
나부끼는
흐느낌이고 싶다
비 오는 날이면 날마다
바람 떠난 자리에
억새의 울음으로 기억 닦는
그림자이고 싶다
먼먼 사랑의 뒤안길에서 반겨 맞는
철죽꽃 연분홍 미소여
그 여름의 가로등 밑을 쑥스럽게 지켜선
쑥부쟁이 못난 향기 보듬어다오
사막에 무지개 뿌리 내리기까지
밤하늘 별 되여
태고의 어둠 빛내 가리니
동년의 이랑 사이마다에
성에꽃 부서지는 해살의 씨앗으로
이 아침 눈 띄워다오
미로의 계절 그 언덕에
천사의 나래 펼친
숙녀의 이름이여, 오늘도
추억 몇점
보석으로 얹어두리니…
종은 누굴 위해 울리나
노라~!
격변의 손가락이
피아니스트의 시간을 열어간다
그 겨울의 차집에서
함께 부르던 사랑노래가
노을 한 자락 지펴 올림을 느껴보겠지
노르웨이 앞바다가 저 언덕
기슭에 누워있구나
아픔도 미움도 갈대의 흐느낌으로
서리 내린 청춘 불 지피여주네
그러나 잊지는 않으리
바람 떠난 저녁은 고요하구나
그리움이여 아쉬움이여
향기의 률동으로
가녀린 순간 전률하시라
아름다운 이름, 못 잊을 추억으로
이생 다하는 그날까지
기억해다오, 정다운 누이야
멜로디의 협화음에 새봄 향기
잠재워 두리니
사막의 두려움으로 어둠 건너는
돛단배 가슴마다
등대불 언약으로 밝히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