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광야(외 2수)
发布时间:22-11-04 08:37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광야(외 2수)

  (연길) 김현순

 

이슬 수놓는

안개의 부드러움으로

기억 닦는 사랑이여

꽃가지 그늘에 쉬었다 가는

순간마저

산사의 목탁소리에

옛 생각 솎아 올리네

벌새의 잔등에 해살 내려앉는

세월의 입맞춤

신기루 감춰둔 무지개 색상에

놀빛, 물들어있구나

 

숙이야 분이야…

그리고 꽈리같은 봉화야

목소리도 빨간 계집애

여름은 길어도, 아픔은 가라~!

억새의 몸짓이

액자의 분만 윙크해준다

맨발의 매무새가

무릎 꿇는 착각으로

젊은 날 그 이름 받쳐 올리는구나

 

메아리가 비인 뜰에

봉선화, 백일홍 곱게 피울 때까지

한세상 기다림으로

둥기당 북치며 가리라

 

 

류영, 그대의 쪽빛 하늘아래에

 

나부끼는

흐느낌이고 싶다

비 오는 날이면 날마다

바람 떠난 자리에

억새의 울음으로 기억 닦는

그림자이고 싶다

 

먼먼 사랑의 뒤안길에서 반겨 맞는

철죽꽃 연분홍 미소여

그 여름의 가로등 밑을 쑥스럽게 지켜선

쑥부쟁이 못난 향기 보듬어다오

 

사막에 무지개 뿌리 내리기까지

밤하늘 별 되여

태고의 어둠 빛내 가리니

동년의 이랑 사이마다에

성에꽃 부서지는 해살의 씨앗으로

이 아침 눈 띄워다오

 

미로의 계절 그 언덕에

천사의 나래 펼친

숙녀의 이름이여, 오늘도

추억 몇점

보석으로 얹어두리니…

 

 

종은 누굴 위해 울리나

 

노라~!

격변의 손가락이

피아니스트의 시간을 열어간다

그 겨울의 차집에서

함께 부르던 사랑노래가

노을 한 자락 지펴 올림을 느껴보겠지

노르웨이 앞바다가 저 언덕

기슭에 누워있구나

아픔도 미움도 갈대의 흐느낌으로

서리 내린 청춘 불 지피여주네

그러나 잊지는 않으리

바람 떠난 저녁은 고요하구나

그리움이여 아쉬움이여

향기의 률동으로

가녀린 순간 전률하시라

아름다운 이름, 못 잊을 추억으로

이생 다하는 그날까지

기억해다오, 정다운 누이야

멜로디의 협화음에 새봄 향기

잠재워 두리니

사막의 두려움으로 어둠 건너는

돛단배 가슴마다

등대불 언약으로 밝히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