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경례 (외3수)
发布时间:22-06-24 08:27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경례 (외3수)

(녕안) 최화길

 

세월의 깨우침에

머리 깊이 숙인다

나에게 준 모든 걸

버릴 준비 됐다

담으려고 마련한 우주

미련없이 비운다   

살아온 길보다

살아갈 길이 길이다

다짐은 사치다

강 따라 흐르고

산 높이 올라봐야

괜히 물만 깊고 산만 높더라

내 발길이 닿은 그 곳에서

내 생의 소중함을

또박또박 쓰는 일이다.

 

 

소금

 

나이 먹는다는 건 싱거웠던

지난날에 소금 치는 일이다

 

무미한 일상 꾸미기 위해   

입맛 바꾸는 구미만은 아니다  

  

산다는 건 살고 있다는 증거이지

뭔가 이뤘다는 증명 아닌 것처럼  

 

동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은 스치는 풍경일 뿐이다

 

싱거운 삶을 절인다면

양념은 결코 양념이 아니다.

 

  

나의 이름은

 

태여나서 지어진 나의 이름은

내 밖의 남의 가슴에서 자란다

보여준 모든 것이 싹이 되고

심어준 이미지 줄기가 되여

 

나의 이름은 세월 흐르면서

내 밖의 세상에서 넓혀간다

나도 모르는 나의 정체를  

사람들은 기어이 알려 한다

 

나의 이름은 나의 생과 함께

사는 그 날까지 사는게 아니다

삶의 궤적과 질의 무게는

몸과는 달리 세상에 남기도 한다  

 

나의 이름은 내가 죽는 그날까지  

나에게는 목숨처럼 소중하지만  

내가 아는 절반도 알지 못하는

누구에겐 스쳐가는 바람일 뿐이다.

 

 

나는 유일한 청중

 

어둠이 나래 펴면

밝음이 짓밟혀도

어둠은 결코 승자가

아닌 것처럼

없었던 듯 다시

소생하는 풀잎의 태동에

겨울의 아슬한 추위도

눈물 흘린다

 

나는 멈추어도

움직이는 세상에서

말은 안했어도

청중이 따른다

 

수없는 반복이

주렁진 과일처럼 탐스럽지 않아도

아침과 저녁은

치륜처럼 맞물려 하루를 요정낸다

 

세월의 메아리는

멀리 갈수록

가까이서 들려오는 소리

내 가슴 전체가 귀로 된다

 

허기진 배를 채우듯

입맛과는 상관없이

나의 사상에 귀를 기울려

사는 일을 다시 재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