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륜리의 스릴러
发布时间:22-06-22 09:30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인디펜던트, 타임스 등 영미권 주요 매체들과 평론가들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소개하면서 기억과 륜리의 ‘심리 스릴러’라는 말을 썼다. 원서로 150페이지 남짓한 이 길지 않은 소설이 독자를 향해 몰아치는 힘, 그리고  불안감과 긴박감, 섬세하고 정교한 구성력 때문일 것이다. 또한 결말에 다다르면 아마도 《오이디푸스 왕》 이래로 가장 지독한 반전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장르소설의 ‘누가 범인이냐’ 정도가 아니라 존재의 근간과 살아온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무게를 지닌 또한 평론가와 저널리스트들은 소설적 완성도와 비극적 테마가 주는 무게로 따질 때, 반스의 이 작품과 비슷한 길이의 노벨라(경장편)인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에 필적하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불완전하고 믿을 수 없는 1인칭 화자의 시점에 의존하여 인간의 기억과 시점의 왜곡을 탐색하고 마침내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는 점에서다.

2011년 10월 18일 저녁, 전 영국인들의 눈과 귀는 한 곳에 모였다. 영련방 최고문학상인 맨부커상이 발표되는 순간이였다. 수상자는 영국 소설의 제왕이라 할 수 있는 소설가 줄리언 반스의 최신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이다. 그와 함께, 맨부커 상을 둘러싸고 일었던 2011년 영국 문단의 온갖 잡음도 일거에 사라지다싶이 했다.

가디언지의 기자 마크 브라운은 “반스의 소설이 뛰여난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비판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의 수상에 이견이 없음을 밝혔다.

우파인 텔레그래프 역시 좌파인 가디언지와 의견을 같이했다. 텔레그래프의 기자 애니타 싱은 “심사위원들이 본심을 시작한 지 단 31분 만에 전원 일치로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합의를 보았”음을 알렸고 2011년 맨부커상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자 텔레그래프 출판부 수석기자인 게비 우드는 지면을 통해 “반스에게 상이 돌아간 데 대해 크나큰 기쁨을 느끼고 이 순간이 영국 문학사에서 기념비적인 순간이 될 것임을 말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줄리언 반스의 수상은 작가 자신에게도 남다른 의미이다. 그는 1984년에 《플로베르의 앵무새》로 후보에 올랐으나 아니타 브루크너의 《호텔 뒤 라크》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고 1998년의 《잉글랜드, 잉글랜드》로 두 번째에 올랐으나 이번에는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 《아서와 조지》로 세 번째 후보에 오른 2005년에는 존 밴빌의 《그래서 신들은 바다로 갔다》와 경합하였으나 이때도 실패로 돌아갔다. 가디언 지의 클레어 아미스테드는 ‘내가 보기에 (반스가 세번째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그날의 시상식장에서 줄리언 반스만큼 긴장한 사람은 없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소설은 1960년대, 고등학교에서 만난 네 소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1인칭 화자인 주인공 토니 웹스터와 그의 패거리 친구 앨릭스, 콜린 그리고 총명하며 지적인 전학생 에이드리언 핀, 세 소년은 그를 선망하고 학교의 모든 교사들은 낭중지추와도 같은 에이드리언의 탁월한 지적 능력과 독특한 시각을 눈여겨보고 그를 아낀다.

토니는 브리스틀 대학에, 에이드리언은 장학생으로 케임브리지에 진학한다. 각종 소요와 문화운동, 성적해방으로 들썩이던 60년대 말, 그러나 아직 그 기운은 당시 대학생이던 이들 사이에까지 미치지 못했다. 데이트는 여전히 구식이였고 녀자친구는 결혼과 미래가 약속되기 전까지 몸을 허락하지 않았다. 베로니카라는 녀자친구와 사귀게 된 토니는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가 계급적 격차를 느끼고 위축된다. 그리고 베로니카의 어머니로부터 “그녀에게 너무 많은 걸 내주지 마”라는 묘한 암시 섞인 충고를 듣는다.

성적 불만과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토니와 베로니카는 결국 헤여지고 어느 날 베로니카와 사귀게 되였다는 에이드리언의 편지 한통이 토니에게 날아온다. 토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용인한다는 내용의 짧은 편지를 보내고 그 일을 잊었다고 믿지만 사실 편지는 그 한통뿐만이 아니였다. 미국으로 장기간 려행을 다녀온 뒤 토니는 친구로부터 에이드리언이 동맥을 그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40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제 60대가 된 토니 앞으로 난데없이 한통의 유언장이 날아든다. 베로니카의 어머니인 사라 포드 부인이 그에게 500파운드의 돈과 함께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유품으로 남긴 것이다. 그러나 에이드리언의 일기는 현재 베로니카가 가지고 있고 그녀는 그것을 토니에게 내주려 하지 않는다. 대체 왜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포드 부인이 갖게 되였으며 그녀는 왜 그것을 토니에게 남긴 것일가? 그리고 베로니카가 ‘피 묻은 돈’이라 지칭한 500 파운드의 의미는 또 과연 무엇일가?

토니는 이 모든 걸 파헤치기 위해 베로니카를 만나러 나선다. 그리고 그는 40여 년 전에 그가 보냈던 또다른 편지 한통과 그것이 불러온 거대한 비극과 마주치게 된다.

리뷰를 마감하면서 소설의 일부분을 공유한다.

  “나는 그 메시지를 받은 편지함에 그대로 두고 가끔씩 다시 읽어보았다. 죽어서 화장을 하고 산골을 하지 않는다면 석재나 대리석 위에 묘비명으로 활용할 법한 말이였다. ‘토니 웹스터, 전혀 감을 잡지 못하다.’ 그러나 너무 감상적이고 자기련민마저 느껴졌다. ‘이제 그는 혼자다’는 어떤가? 이게 더 낫겠다. 더 진실되게 느껴진다. 혹은 굳세게, ‘모든 날이 일요일’을 고수할지도 모르겠다.”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