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효(孝)
发布时间:22-06-10 09:54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단편소설

효(孝)

(연길)서영근

 건강하신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갑자기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나니 철호는 가슴이 덜컥 했다. 1년 전에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아버지에겐 정말 효도해야 겠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몹쓸 병에 걸리다니!

 철호는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지만 집안 형편상 고중에 다니고 대학에 가려면 학비와 생활비가 부담이 되였기에 중등전문학교인 사범학교를 선택했다. 사범을 졸업하고 소학교 교원으로 재직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한국으로 류학을 가게 되였다. 부모님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고 학비는 장학금으로 면제 받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면서 학사과정부터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리고는 한국의 한 대학에서 강사로 취직하게 되였다. 자식이 잘 되는 것이 부모에게는 효도라고 생각했었다. 철호의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늘 아들 자랑을 하고 다녔다. 그런데 계속 같은 자랑을 할 수 없었고 또 다른 집 자식도 잘 된 집안이라야 말이 통하는데 더러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언제부턴가는 자랑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부모가 늙으니 차라리 <못난 자식이 효자>라고 대학 못가고 장가도 못가고 늘 곁에 있는 자식이 더 낫을 때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더니 어머니가 간경화복수 진단을 받고 병원 놀음을 하고 계셨다. 철호가 방학에 집에 올 때마다 어머니는 병원 입원 치료를 하였다. 그렇게 3년을 앓으니 철호는 (내가 불효자구나! 혹시 내가 곁에 없을 때 돌아가시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대학 교수직도 미련없이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들이 돌아오니 아프던 어머니는 한결 좋아지신 것 같았다. 고향에 돌아와서 직장을 찾다 나니 일주일에 한번 씩 어머니를 찾아 뵈였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아들이 오는데 아픈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지"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세수도 하고 새 옷도 갈아 입고 아들을 기다렸다. 그렇게 2년을 더 앉으시고 결국 저 세상으로 가셨다.

 홀로 남은 아버지를 잘 모셔야겠다 하고 생각한 철호는 시가지에 있는 자기 집에 가서 살자고 설득하였지만 아버지는 혼자 사는 것이 더 편하다면서 기어코 거절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는 요즘 젊은이들과 생활습성이 맞지 않았다. 하루 5식을 드시는데 새벽 4시면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고 8시에 중식을 드시고, 11시에 점심을 드시며, 오후 2시쯤에 또 식사를 하시고 저녁 5시쯤 저녁을 드시고 일찍 주무신다. 담배도 가끔 피우면서 문장도 쓰고 하니 밤 늦게 자고 아침 늦게 일어나는 아들며느리 눈치가 보일 것이 뻔한 일이다. 아버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그전처럼 주말마다 찾아 뵈는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혼자서도 터밭에 채소 농사를 지었다. 아들이 주말에 올 때마다 채소를 어깨 부러질 정도로 메워 보냈다. 아들 철호가 효도하기보다는 아버지한테 신세를 지는 것이 였다.

 "아버지 년세가 래년이면 여든인데 계속 농사일을 짓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겨울이 되는데, 그 시골집은 겉바람이 세서 춥잖아요. 어떻게 하든 우리 집으로 모셔옵시다. 그게 싫다면 가까운데 집을 사서 모십시다." 감사하게도 철호의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주말에 아버지를 만난 철호는 이번에는 결심코 아버지를 모셔가려고 결심했다.

 "아버지. 이젠 우리 집으로 갑시다."

 "싫다는데 왜 그러나!" 아버지는 화를 버럭 냈다.

 "왜 싫다는 겁니까?"

 "혼자 사는 게 편하다. 너네 와는 습관도 맞지 않고."

 "그러면 우리 집 주변에 집을 사 드릴 테니 그리로 옮깁시다."

 "그것도 싫다. 내가 연길에 친구 하나 없는데 농사도 안지으면 할 일없어 더 늙는다. 조양천이면 몰라도!"

 "네? 조양천?"

 "그래 조양천에는 큰아버지도 계시고 삼촌네도 계시고, 또 같이 문학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러자 철호는 무릎을 탁 치면서 말했다.

 "그게 좋겠습니다. 연길과도 멀지 않고."

 "그래, 조양천에 집을 사면 이사 가마."

 집에 돌아온 철호는 안해와 상의하고 조양천에 집보러 다녔다. 마침 시장부근에 적당한 3층집이 있었다. 집을 구매하고 정리하고 가전기물을 사들이고 하는데 한달이 걸렸다. 그리고 아버지를 모시러 갔다. 이사 오는 날 아버지는 "지난 주에 갑자기 머리가 휑 하더라."라고 하였는데 철호는 술을 많이 마셔 그렇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워낙 건강하셨던 분이시기에 어디가 아플거라는 생각조차 못했다. 새로 아파트에 이사오니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화장실도 집안에 있고 따뜻한 물에 샤워시설도 있고 하니 천국 같다며 아버지는 좋아하셨다.

 그 다음주 철호는 시름 놓고 2주간 한국으로 출장을 다녀오게 되였다.

 한국에 다녀와서 아버지를 찾아 뵙고 보니 걸음걸이가 이상해 보였다. 시원하게 걷지 못하고 종종걸음을 하고 계셨다.

 "언제부터 이랬습니까?"

 "지난주부터 그렇더라. 괜찮다."

 "뭐가 괜찮습니까. 혹시 풍 맞은 거 아닙니까? 병원에 가봅시다."

 "괜찮다는데도 그러냐. 다음주면 일 없을 거다." 아들이 바쁜 것을 아는 아버지는 부담을 주기 싫어서 고집을 피웠다. 아들은 그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 다음주 조양천 집에 갔을 때 보니 아버지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 조차 힘들어 하셨다.

 "이지경이 되였는데 왜 얘기 안 했습니까? 이래도 병원에 안 가렵니까?" 철호가 화내듯 말하자 아버지는 "그래, 병원 가보자"하는 것이 였다.

 그 길로 아버지를 모시고 연변병원에 가서 CT검사, MRL촬영 등 종합검사를 하였다. 그 결과 파킨슨병이라는 희소병 진단을 받았던 것이다.

 보름간 입원 치료를 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마침내 퇴원을 결정하고 자택치료를 하기로 하였다.

 "아버지,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 집으로 가겠습니까?"

 "싫다니까" 아버지는 역정부터 냈다.

 "그럼 어디로 가겠습니까?"

 "내 집으로 가지."

 "아버지 집에 가면 누가 간호를 합니까? 혼자서 화장실도 못가는데. 보모를 구해랍니까?"

 "그것도 싫다."

 "그러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럼 양로원에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양로원? 차라리 양로원이 좋겠다."

 "네? 진짭니까? 양로원에 가겠습니까?"

 "그래. 두 달만 양로원에 있어보자."

 "좋습니다. 그럼 양로원을 알아보겠습니다"

 이튿날 철호는 퇴원 수속을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사우나에 가서 깨끗이 목욕한 다음 식당에 가서 삼계탕도 대접한 후 양로원으로 향하였다.

 "아버지, 양로원이 우리 집 보다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같이 생활해야 하고 양로원의 규칙도 있겠고."

 "알았다. 두 달인데 뭐 견뎌 보지뭐."

 양로원은 별장처럼 좋아 보였다. 객실도 크고 사람도 적어서 생각보다 편할 것 같았다.

 짐을 정리해 놓고 양로원 원장과 간호인들과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어 보이는 아버지를 뒤로 한 채 철호는 차 시동을 걸었다.

 한 참을 달리던 철호는 손을 흔들며 애처로운 눈길로 바라보던 아버지가 생각 나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지금 내가 뭘 하는 건가? 아버지가 아프신데 곁에 있어도 모시지 않고 양로원에 보내다니. 불효자식이구나!)

이런 생각을 한 철호는 그대로 유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