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를 알고부터는(외3수)
发布时间:21-12-10 10:30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너를 알고부터는(외3수)  

   (연길) 김현순

막은 그렇게 열렸다

연두빛 그리움 조용히 아미 숙이고

꿀 먹은 항아리 입 열려있었다

노을빛 사르르 베여

덮어준 잔등에 꽃은 피고

시간은 안개속으로 숨죽여 흘렀다

베일속 태양은 작열하는 심장

두근거림 문 두드리는 소리가

새벽의 고요 흔들어 깨울 때까지

허무의 향기는 익어가고 있었다

독한 술에 하루가 비칠거릴 때

바람은 그렇게 왔다가 사라지는 법을

속절없이 울었다

음악은 늘 존재했었다

가슴은 비여야 소리남을

북은 그제야 알았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타락한 먼지들의 데모에는

눈 뜨는 우주의 반짝임도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작열하는 맨발의 누드행진

실크로드 딛고 가는 락타의 눈물이

오아시스로 잠들고 있음은

바람 섞인 구름만이 덮어주었음에도

바다가 짜가운 건 그래도

하늘이 입맞춰 주었기 때문이란다

 

또 한잎 겨울이 날아내린다

깃 편 추억들이 부서지며 질식한다

애기 밴 천사의 얼굴에

봄이 연지곤지

찍어바른다

 

 

눈으로 말했었지요

 

바람이 숨어버린 숲에서 나무는

술래가 되지

길이 시간 금 그어놓고

건너오지 말라 하여도

락엽은 꽁꽁 떨어져 가을 덮어버리고

하늘 찔러 가지는

뾰족함 꺼내들었지

숨쉬는 가슴아 아픔은 어디

솔향 풍기는 머리칼 나붓길 때에도

밤바다는 파도소리

일으켜 세웠으리

구름밖 별빛이 쇼크하며

멍든 가슴에 꽃 피울 때에도

이별은 홀로임을 하얗게 웃었지

수천의 눈으로 입맞춤 하는

그리움의 언어

사랑의 실크로드가 옷벗고 드러눕는

망각의 언덕에도

언뜻언뜻 흘러가는 기억들은

명찰(名札) 달고 지구를

끌고 가고 있었지

눈부신 기다림, 부서지는

그날의 그 목소리도 함께

달그랑 달그랑

실려가고 있었지

 

 

밀서(密書)

 

벌레가 지도우를 기어간다

내리꼰지는 운석(隕石)의 힐링코드

숙성된 비릿한 냄새가

밤 덮어 감출 때

그라프 그리는 세포의 폭발이

쪼르래기를 연다

어둠 꺾어 신은 우주의 수염이여

라디오 생중계는 언제나 방송임을

창(窓) 때리는 빗방울들이

공간 받쳐 들고

대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