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참사랑 (외4수)
发布时间:21-10-15 09:16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참사랑 (외4수)

 

   (녕안)최화길

 

불가능이 없다는 건

대낮같은 거짓말이지만

 

확실히 넘어본 적 없었는데

아주 훌쩍 가볍게 넘었어

 

전혀 못할 줄 알았는데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해냈어

 

십만팔천리도 지척인 듯

도무지 멀다는 느낌조차 없었어  

 

안개에 싸인듯 몽롱하던 길이

점점 또렷히 확실하게 보였어  

 

내 탓 네 탓 세상 탓하던 타령이

구름 가신 청정한 하늘이 되였어

 

얼키고 설킨 그 사이를 용케 비집고

천만년 입 꾹 다문 자물쇠를 열었어!

 

 

짝사랑

 

어느 때라 할 것 없이

매일 매 시각 함께 하는 데도

기어이 뿌리치고 떠나는 님아

 

손톱처럼 무정히 잘리워도

아닌듯 살갑게 다가서고  

졸졸 따라야 하는 막무가내

 

인정 사정에 캄캄한 킬러

그래도 등을 돌리지 못하고

기어이 사랑해야 하는 한계

 

평생 함께 하다 먼저 가도

손 한번 따뜻이 잡아 안 주는

아, 아 천만번 얄미운 세월아!

 

 

60살

 

겨우 6학년이다

멀리 많이 온 것 같지만

중학교 문턱에 들어설 나이다  

 

한사코 앞만 보고 달리던

그 길이 아닌 보이지 않는

나의 길 새롭게 내야 할 나이

 

이제야 물은 방울로 보이고

해빛은 오리로 보인다 그리고

별빛은 자기 빛이 아님이 알린다

 

호박꽃도 꽃임을 알게 되였고

들국화는 왜 가을에 피고

매화는 왜 엄동에 피는지 알 것 같다

 

나무도 어중간히 커야

서늘한 그늘 마련하고

나무라는 구실을 하듯

 

따라가는 길이 아닌

닦으며 가는 초행길-

살 맛 싱싱한 처녀지!

 

 

잔디

 

한 녀인의 치렬한 삶이다

아픔과 눈물은 묻어버리고

휘청이는 몸을 가누며 오직

푸름만 추켜든 깊은 울림이다

 

추운 겨울 하나 버티면

화창한 봄은 기어이 올 것이란

믿음 하나에 전부를 걸고

어둠 속을 달려온 일편단심

 

하지만 풍운의 조화는

단순한 인과보응 아니였다

받들리는 경우보다

밟히는 경우가 현실이였다

 

다시 일어나지 않으면

그대로 쓰러져야 하는 진실

생명의 뿌리를 찾아

허허로운 사막을 넘어야 했다

 

과정에 묻힌 진주의 이야기

상처의 아픔에도 새살 돋는다

전철 밟을 수 없다는 깨달음

봄빛에는 질펀한 피빛 어려있다

 

굴할 줄 모르는 생명의 속성

운명은 결코 숙명이 아니다

눈에 덮인 허상이 드러난 대지

상처자욱마다 푸른 생기 오롯하다

 

 

꽃과 나비

 

누군가를

사랑하면 행복합니다

누가 아니더라도

무엇인가 사랑하면 따뜻합니다

 

다 주고도 얼굴 붉히는

노을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편애없이 골고루 나눠주는

시간은 또 얼마나 상냥합니까

 

꽃을 찾아 날아예는

꿀벌의 꿈은 꿀을 빚는 것이라면

꿀벌에게 한몸 맡기는

꽃의 꿈도 꿀이 되는 것입니다

 

서로 보듬고 또 보듬으며

나란히 함께 하는 길에는

침 찌르는 아픔이 동반하지만

꿈은 그렇게 이뤄져서 달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