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벽(壁)
发布时间:21-09-17 09:12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수필

벽(壁)

(광주)현춘산

우리는 날마다 벽을 보며 삽니다. 아마 인간은 하루도 벽을 보지 않고서는 살수 없을 것입니다. 인간은 벽으로 이루어진 건물에서 살며 벽으로 하여 갈라진 공간에서 살기 때문입니다.벽은 인간들과 밀착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매일 매시각 벽을 보고 삽니다.

비록 집이 없는 거지라 할지라도 벽을 보고 살 것입니다. 거지도 일반인들과 벽으로 갈라진 공간에서 삽니다. 다만, 일반인들은 벽으로 절단된 방안이라는 공간에서 살지만 거지는 벽으로 절단된 바깥이라는 넓은 공간에서 지냅니다.

벽은 단지 살림집이라는 건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담에도 있습니다. 담도 벽으로 이루어집니다. 하기에 "담을 쌓다"와 "담벽을 쌓다"는 동일어로 됩니다.

벽은 이렇게 공간과 공간을 갈라놓는 구조물입니다. 우리가 휴전선을 "분단의 장벽"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국토를 남북으로 갈라놓았기 때문입니다. 벽은 이렇게 때로는 흔히 상징적인 이미지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러루한 벽의 상징이미지를 더 례로 들자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 사람은 고집이 세서 벽을 문이라고 내민다"

이 말에서 벽은 고집불통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틀린 생각이나 행동을 고집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런 융통성없는 사람을 "벽창호"라고 부릅니다.

벽창호도 기실은 벽입니다. 옛날에 흙과 마른 풀을 이겨서 타래벽을 쌓을 때 타래사이에 틈을 내여 말리운 곳을 공기창처럼 조그맣게 남겨두는데 그것을 벽창호라고 했습니다. 거기로는 바람과 해빛이나 들어올 뿐 열지도 닫지도 못하게 고정되여 있습니다. 말하자면 벽은 벽이로되 틈서리가 있는 벽이였습니다. "벽창호"는 "벽을 문이라고 내미는" 사람의 상징입니다.

정상적이고 총명한 사람이라면 변화된 정황에 적응해야 합니다. 세상이야 어떻게 변하든 낡은 관념을 고집하고 락후한 방식을 고집해서야 될 일입니까.

"이웃과 벽을 쌓다"

피뜩 들으면 웃기는 소리같습니다. 이웃집과 그래 벽을 쌓지 않고 어떻게 삽니까. 살림집이 다 벽으로 막혔지 뭡니까?

벽이 없으면 어떻게 네 집 내 집이 될 수 있는가요?

그러나 여기서의 벽은 이웃과의 반목을 상징하는 말이라는 걸 누구나 알 것입니다. 같은 뜻으로 "이웃과 담을 쌓다"도 있습니다. 우에서 든바 있지만 담은 벽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까.

모택동의 시에 "좁디 좁은 천지에/파리 몇 마리 벽에 부딪쳤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난관에 직면한 상황을 벽에 부딪쳤다고들 표현합니다. 이 때의 벽은 극난상태의 상징입니다.

"벽을 두드리면 대들보가 울린다"

암시만 해도 눈치를 알아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서의 벽은 암시의 상징입니다.

"불신의 장벽을 허물다"

개인끼리에 쓰기는 좀 거창하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것이 일반 살림집의 바람벽이나 울안과 바깥을 절단한 담벽이 아니라 장벽, 아주 길다란 벽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물리적인 길이가 아니라 불신의 력사가 길다는 의미의 장벽입니다.

"바람 안새는 벽이 없다"

역시 웃기는 소리 같습니다. 바람을 막는 벽에 다 바람이 샌다니!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벽은 현실에서의 벽이 아니라 어떤 비밀이나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쓰입니다.

근사한 뜻으로 "벽에도 귀가 있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세상에 진정한 비밀이란 없다는 말이겠습니다.

"그 사람은 귀가 절벽이야."

그러고 보니 인위적인 수단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천연적인 벽도 있습니다. 동굴의 암벽, 깎아지른듯한 절벽은 천연적인 벽입니다. 절벽이란 앞이 아주 막혀버렸다는 걸 보여줍니다. 귀가 절벽이란 말에서 절벽은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이 막힌 귀를 상징합니다.

"그 녀자 가슴은 절벽이다"

유방이 작거나 없는 녀자를 가리키는 말로 절벽이 쓰입니다. 부인이 여러 가지 색갈의 브래지어를 사오고 남편더러 보라고 하니 남편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당신 가슴이 절벽인 주제에 그렇게 많은 브래지어 사서 뭘 해?"

그러자 새초롬해난 부인이 총알같이 내 쏘더랍니다.

"야, 니 팬티 입는다고 내가 뭐라 하더냐?"

남성의 팬티가 벽과 관련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남편의 거시기가 굉장히 작았던 모양입니다.

벽은 그러니까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움직임을 불러오며 정적인 가운데 동적인 기운을 가진 사물이라 하겠습니다. 벽의 상징이미지가 아주 풍부하거니와 서화판이나 칠판, 벽보의 의지가 되여 있습니다. 방안벽에 산수화를 걸거나 칠판을 걸고 벽보판을 붙이는 등이 벽을 떠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응당 벽의 상징이미지를 널리 장악하여 창작에 응용하여야겠습니다.

상징이미지는 물론 여러가지 사물과 현상에 다 있는 것이지만 이 글은 벽을 론하는 글이므로 이상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