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천년의 사랑
发布时间:21-07-23 08:51  发布人:金卓    关键词:   

수필

천년의 사랑  

(대련)김경숙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박재삼의 “천년의 바람”

 

천년의 바람이라~

바람의 장난이라~

천년 씩 이나 되풀이 할 만큼의 장난이라면 단순한 장난을 넘어선 분명 그 장난 속엔 어떤 엄청난 매력과 비밀이 숨어 있는게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가만히 선자리에 있는 소나무 가지에 쉴새없이 오가며 장난을 쳐대는건 단순히 소나무가지가 하염없이 좋아서일가, 아님 소나무가지를 꺽지 못한 오기에서 오는 지궂은 장난질 같은 걸가?

좋아하는거라면 바람은 나무가지와 함께 자유롭게 날고 싶은 간절함을 가슴에 품는 그 순간, 소나무 뿌리에 도전장을 던진게 아닌가도 싶다. 남들의 눈엔 한낮 하찮고 지궂은 장난의 되풀이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바람은  어쩜 사소하다고 느껴지는 이 장난질에 자신을 올인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찮은 속세 인간들의 눈엔 한낮 간지럼이나 주는 장난질 일지는 몰라도 바람에겐 혼신의 힘을 다해 소나무가지에 다가가고 또 다가가서 손을 잡고저 함이 아닐가 싶다.

어쩜 바람과 소나무가지는 지금 천년을 서로 바라보며 천년을 함께 사랑하고 천년에 걸친 도전속에서 천년째 안타까운 몸부림을 치고 있는게 아닐가!

이러한 바람과 나무가지의 사랑을 백년도 못사는 나약한 인간들이 알리가 있으랴만!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그러니 바람이 천년째 장난질을 하고 있다고 비웃을수 밖에야. 진정 그렇게 비웃고 있는 인간들이야말로 한낮 보잘 것 없는 장난질을 해대고 있음이 아니런가! 다수가 진정한 사랑이란 뭔지도 모르는 주제에 바람과 소나무가지의 사랑에 제멋대로들 평가를 하고 코웃음을 치고!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지쳐서 포기하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지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숨이 붙어 있는 한, 가슴에 사랑을 품고 있는 한 천년이건 만년이건 반복에 반복을 가하는 일에 지치지 않고 멈추지 않음이 아니런가.

보아라!

바람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지 않느냐! 바람은 속세를 넘은 감히 입에도 올릴 수 없을 만큼 위대하고 힘든 사랑을 천년째 하고 있음이다. 사소한 것들에 뻑하면 목숨을 거는 짧은 백년 인생의 인간들과는 비교조차 안되는 세기를 뛰여넘는 최고의 사랑을 하고 있음이다. 이러한 바람에게 누가 감히 주제넘게 장난질이라 할 수 있겠는가!

지쳐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고 이젠 죽었구나 하다가도 숨이 붙어있음을 의식하는 동시에 또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는 천년이건 만년이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일에 바람은 멈춤이 없음이다. 이러한 무한의 반복과 무한의 도전의 원동력은 바로 바람이 가슴에 품은 오로지 하나의 사랑때문이 아니런가!

이 얼마나 멋지고 절절한 사랑이 깃든 장난질이냐! 이보다 훌륭한 장난질이 또 어디 있으랴만 이런 장난질이라면 나 역시 기꺼이 천년만년 하고 싶다.

사소한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사소한 일에 반복에 반복을 가하지는 않는다.

사랑도 인간으로 태여나 이 세상에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한다. 하지만 사랑을 가슴에 품고 백년을 살아가는 동안 변함없는 마음으로 곁눈질을 하지 않고,오로지 서로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빈손으로 왔다 동전 한푼 지니지 않은 채 돌아가게 되는 공(0)의 인생이지만, 인간은 그 빈 동그라미속에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자기들만의 울타리를 만들고 동그라미 속을 채우느라 매일매일 아둥바둥이다.

욕심이다! 그게 바로 욕심이니라!

백년도 못살거면서 천년만년 살고 싶은 욕심, 몇달을 살다가도 쉽게쉽게 찢어질거면서  백년해로 할 것처럼 서로를 탐내는 욕심, 나무는 산속에 뿌리를 내리고 물고기는 바다가 고향이거늘, 나무도 물고기도 모두 욕심이 그려놓은 동그라미속에 끌려든채 나만의 것으로 독차지하려는 인간들의 끝없는 욕심이 불러온 욕심이 아닐가 싶다.

사랑은 정복하고저 하는 욕심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장난이다!

사랑 또한 최고로 즐거운 장난질이지만 이 또한  최고로 위험하고 무서운  장난질이다. 인간들은 분명 위험한 사랑을 두려워하면서도 모두가 장난질을 잘들도 해댄다. 바람과 소나무가지의 장난질과 다른 점이라면 장난질을 즐기면서도 가슴속 깊은 곳의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지는 못하는게 바로 인간이다. 장난질이 너무 즐거워도 빨리 끝나버릴가봐 두렵고,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헤여질가봐 두렵고, 너무 깊이 빠져서 다시는 헤여나오지 못할가봐 두렵고…그 두려움을 덮어감추고저 인간은 사랑을 즐기는것이 아니라 사랑을 정복하려고 함이다. 자신을 내던지는것이 아니라 상대를 가지려 함이다. 알고 보면 인간은 사랑이 두려운게 아니라 알량한 욕심을 채우지 못해 사랑을 장난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충분히 즐겁게 즐기지를 못하는 것이다.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래일을,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는 미지수에 미련을 갖고 욕심을 부리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사랑은 장난이다! 사랑은 래일이 아닌 오늘 즐기는 것이다. 사랑 자체에는 올인만 존재할 뿐 벌금도 보상도 없다. 그러니 마음을 비우고 그냥 서로 즐기면 되는것이다. 장난질이란 즐길수 있을 때만이 장난인 것이니까!

즐길수 없는 사랑 또한 장난이 아니다!

소나무가지와 바람의 사랑이 장난질이 아니듯이 그것은 둘이서 쳔년을 사랑해온 과정이고 사랑의 력사다. 단순한 장난질이 아닌 서로를 내던진 아름다운 사랑이다.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여 아름다운 사랑의 향연을 펼쳐갈 때만이 그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였노라 말할 수 있음이다! 때론 멈춘듯 바람이 고요한 날도 결코 바람이 소나무가지를 떠난 것이 아니다. 단지 소나무가지의 품에 안겨 잠간 쉬고 있을 뿐이다. 지친 몸을 충전시키고  또 다시 도전하기 위한 휴식을 취하고 있음이다. 바람과 나무가지의 사랑은 매일매일 똑같은 반복의 련속으로 보이지만, 마냥 선자리에서 천년만년 머물러 있는게 아니라 매순간 그들은 아주 조금씩 조금씩  나란히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이다. 천년을 사랑하고 사랑을 받지만 매일 다가올 때마다 설레고 반가운 서로다. 바람의 속삭임에 늘 소녀처럼 설레이는 나무가지, 설레임은 꽃으로 피여나 바람에게 나만의 향기를 나눈다. 바람 또한  나무가지의 거부할 수 없는 몸짓과 녹아드는 꽃향기에 힘든줄 모르고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때론 여유롭게 매일매일  새롭고 행복하고 기대되는 나날들을 함께 즐기고 있는 것이다. 사랑을 잘하는 자가 사랑을 즐기는 자를 기필코 이길 수 없다. 잘하려고 하면 금방 지쳐버리지만 즐기는 건 천년이든 만년이든 질리지도 지겹지도 지치지도 않음이다.

누군가 사랑은 많이 하는것이 아니라 길게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순간을 많이 사랑하는게 아니라 천년만년 길고 오래 사랑을 하는 것이다. 혼자서 빨리 가려고도 하지 말고 멀리 가려고도 하지 말고 둘이 함께 지치지 않는 속도로 길게 길게 가야 할 마음의 길이다.

바람이 그리웁다.

사랑을 몰랐던 그제날 애써 바람을 잡으려 했던 어리석음

굳이 나무가지에 바람의 둥지를 틀고저 미련을 두었던 어제날

모두다 먼지처럼 훌훌 날려보내고 새롭게 예쁜 사랑을 하고 싶다.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의 속삭임에 나는 연분홍빛 가슴을 연다

바람이 다가온다.

우리는 우리만의 언어로 서로를 나눈다

바람이 감싸안는다

부끄럽지 않은 알몸을 서로에게 드러내며

우리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사랑의 향연을 펼쳐간다.

천년 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