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문 . 인생을 불사르고 떠나간 투혼
发布时间:21-07-20 11:01  发布人:金卓    关键词:   

추모문

인생을 불사르고 떠나간 투혼

- 고 우상렬 문우를 추모하여

(연길)정 세 봉

  ‘조선족문단의 중견 평론가 ㅡ 우상렬선생, 2021년 7월 10일 13시 30분, 연길에서 향년 58세로 타계.....’

  비보를 접했던 순간, 너무나 급작스런 일이라 나는 한참을 멍때리고 있었다. ‘병(病)이 아무리 무섭기로서니 젊은 생명이 그리 쉬이 간단 말인가?’.....

  그의 유명을 달리 함이 이렇듯 슬프고 가슴 아픈 것은 우선은 젊은 나이가 아깝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의 마음속에 ‘얹혀져 있는’ 몇 안되는 문단 후배들 중의 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우상렬씨와의 ‘인연’은 십 여년 전, ‘연변소설가학회’에서부터 시작이 되였다. 개인적으로 내가 고맙고 감동했던 것은 솔직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헐뜯고 외면을 할 때에 ‘함께 문학을 고민해 보자’라는 취지에 공감을 해주고 열심히 동참해 준 점이다. 그게 계기가 되여 자주 만나 술도 마시고 문학을 통한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였다.

  연변대학 교수로서의 우상렬씨에 대해서는 나는 잘 모른다. 오직 ‘문학비평가’ 우상렬을 알 뿐이다. 워낙 주호(酒豪)의 기질인데다가 허심탄회한 가슴의 소유자인지라 그를 마주하면 무작정 즐겁다. 그리고 문학을 담론할라치면 서로의 가슴은 금시 뜨거워진다.

  우상렬씨는 우선 모든 일에 소명껏 림(臨)하는 성격자였다. 글을 청탁하면 언제 한 번 사절하는 법이 없었다. 교수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여도 무방하련만 매양 흔쾌히 수락하군 하였다. 그래서 급할 때면 매양 우상렬씨를 찾게 되였던 것이다. 소설가학회 문학상 심사는 물론, 미국 L.A 소재 <해외문학> 문학상 심사평, 해당 수상작에 대한 평론까지 내가 청탁한 글만도 이십 여편이 된다.

  문학비평가로서의 우상렬씨는 글 다루는 솜씨 또한 빨랐다. 일주일 시간 여유를 주면 금방 이튿날 파일을 보내오군 했는데 읽고 나면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평론이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다. 너른 독서와 깊은 연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내친 김에 부언하는 바이지만, 그는 소설의 생리를 투철히 꿰뚫어보고 핵심을 짚어낼 줄 아는 문학비평가였다.

  우상렬씨는 나의 단편소설 《빨간 크레용태양》에 대해서도 평론을 했는데, 참으로 독특한 일가견이여서 깜짝 놀랐었다. 프로이드의 ‘인격 구조’ ㅡ ‘본아’, ‘자아‘, ’초자아‘라는 현미경으로 분석을 한 것이다.

  또 다른 나의 단편 《도스토엽스키의 ‘인형 극장’》(<장백산> 2019년 3기)에 대한 평론도 마찬가지,  《정세봉; 도스토옙스키의 ‘인형 극장’의 감독을 맡다》라는 ‘기발한 틀’을 설정해 놓고서 작품분석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에 감동을 했다.

  우상렬씨는 로일대 문학비평가들이 점차 무대 뒤로 물러나고 신세대 비평가들이 바야흐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간 시점, 말하자면 우리 문학 평단(評壇)을 떠멜 중견(中堅)의 위치에 놓여있었다. 그것 역시 ‘운명’이었던 것일가? 최근 년간 그는 많은 글들을 쏟아내었고,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작년 언젠가부터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서 가끔씩 전화 혹은 메세지로 문안을 하면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기에 안심을 하군 했었다. 더욱이 여러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고 ‘청년작가문학상’ 심사에까지 총목을 메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렇게 급자기 떠나다니!......

  ‘인생은 건축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불태워야 할 대상’(알베르 카뮈)이라 했던가! 지금 생각해보면 우상렬씨는 너무나 심신을 혹사시켰다. 그런 안타까움은 수많은 문우들 가슴을 아프게 하고 그의 ‘빈 자리’는 우리들 기억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초지일관 ‘문학혼(魂)’을 들깨우고 인생을 한껏 불사르고 떠나간 문학후배여, 동지여!

  그대의 명복을 삼가 빕니다!

                                  (2021년 7월 11일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