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성옥언니
发布时间:21-01-27 10:23  发布人:金卓    关键词:   

수필

 

성옥언니

 

(심양)리은향

 

포하강변 풀밭에 방석을 깔고 대자연이 선사한 그림에 푹 취한지 한참이다. 소녀의 향기마냥 봄내음이 솔솔 풍겨온다. 초록빛 나무가지틈새로 쏟아져내리는 봄볕의 부드러움에 온몸은 사르르 노그라진다.

“그만 쉬여! 해가 지겠다.”

나와 5, 6메터 떨어진 곳에서 성옥언니가 빙그레 웃으며 핀잔 아닌 목소리를 던져왔다. 

“언니, 힘들지 않어? 언니도 쉬염쉬염 해.”

난 성옥언니를 넌지시 바라보며 성옥언니는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워낙 일을 하는 데는 의지가 약해 그저 힘닿는데까지만 하고 힘이 든다싶으면 쉬군 한다. 허나 성옥언니는 다르다. 키도 크지 않고 체구도 왜소하나 일에 달라붙으면 쉴 줄을 모른다.

성옥언니를 만난지도 어언 10년 가까이 되여 온다. 성옥언니와 나는 딸애가 소학교에 입학하면서 알게 되였다. 성옥언니의 딸도 같은 해 소학교에 입학했던 것이다. 커피칼라 머리카락을 어깨우에 살짝 드리우고 언제나 액세서리가 반짝이는 모자를 쓰는 성옥언니의 패션모델 같은 옷차림에 나는 나보다 많아야 대여섯쯤 우라고만 생각했었다. 성옥언니와 나는 둘의 딸이 한 무용학원에 다니면서 절친의 사이가 되였고 그렇게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  

성옥언니는 화려한 차림새에서 흘러나오는 범접 못할 이미지와는 달리 참으로 따뜻하고 인정도 많았다. 우리는 자주 애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가기도 하고 우정 시간을 내서 함께 식사도 하군 했다. 우리는 딸애들이 친자매마냥 어울려 노는 모습에 행복을 느꼈고 애들의 흥취를 둘러싸고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기도 했다.

어느날 나는 성옥언니의 나이가 궁금해져 조심스레 물었었다. 성옥언니가 나이를 고백하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나보다 대여섯  우일거라고는 짐작했었지만 무려 열다섯살 우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 언니는 딸을 몇살에 나았지?”

“마흔을 넘어서 가진 셈이지.”

성옥언니는 놀라서 묻는 나의 물음에 담담하게 대답하였다.

그때 내 나이 서른다섯이였으니 언니는 쉰살이였던 것이다. 허나 얼굴을 보나 차림새를 보나 말씨를 보나 쉰살이라곤 전혀 믿기지 않았었다.

 “내가 뒤늦게 딸내미를 보게 되여 정성을 다해 남부럽지 않게 해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나이를 먹는건 참 어쩔수 없어. 딸내미가 엄마 늙었다고 속상해할가봐, 딸내미 친구들이 엄마 할매같아 보인다고 놀릴가봐 매일 신경 써 가꾸느라 하지만 세월 앞에선 어쩔수 없네…”

성옥언니의 말을 들으며 나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남에게 젊게 보이고 싶은 것은 이 세상 모든 녀인들의 공동의 심리이리라. 허나 성옥언니가 남에게 젊게 보이고 싶은 리면에는 자아를 넘어 딸내미를 위한 지극히 순수한 모성이 빛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성옥언니는 10년이 지난 오늘에도 10년전과 조금도 다를바 없이 매일마다 매니큐어도 견지하고 속눈섭도 붙히며 화사한 단장을 마다하지 않는다. 딸내미는 이미 어엿한 고중생으로 처녀티가 물씬 나지만 성옥언니의 마음속에는 항상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런 딸내미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계절이 바뀔 때면 성옥언니는 꼭 바빠진다. 대자연이 주는 선물은 무조건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언니는 오늘도 공기 맑고 시원한 포하강변으로 나를 불러 하루 종일 미나리, 민들레 등 들나물을 캐였다.

나는 재다시 손칼을 들고 돌미나리가 반쯤 담긴 비닐봉지 아구리를 크게 벌리고 푸름을 자랑하는 돌미나리를 캐기 시작했다.

해는 뉘엿뉘엿 서산너머로 지면서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저녁노을이 배경이 된 성옥언니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