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반달(외2수)
发布时间:20-09-21 08:55  发布人:金卓    关键词:   

반달(외2수)

    

   (장백)김승광

 

더 갈가 말가

머리가 새하얗게

꼬박 새기에는

이 밤이 너무 길다

 

앞을 보니

눈 앞은 온통 가시덤불

뒤돌아보니 지난 세월은

그래도 살 만 했던 진풍경

 

아직도 바닥나지 않은

사랑이 있어

그리움은 꾸역꾸역

슬픔처럼 괴여오른다

 

더 갈가 말가

오늘도 허허벌판에서 서성이는

저 그림자

 

 

오는 봄

 

                       

너무나도 아프게 온다

터벅터벅

비틀비틀

 

세월의 문고리 잡고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곡절 많은 사연 겪었을가

 

잔디는 두터운 적설 숨가삐 이기고

얼굴을 빠끔히 내민다

나무는 세찬 바람에 수없이 가지를 잃으면서

제 설자리 겨우 지켰다

 

어느 계절이 쉽게 왔으랴

세월의 부대낌 속에서

한 계절은 눈물 흘리며 떠나야 하고

한 계절은 몸부림치며 가까스로 다가온다

 

오는 봄

오는 너

너도 그랬지

나도 그랬다

 

 

중년

 

상큼한 향기로

코를 짜릿하게 하는

훈훈한 모닝커피가 아니다

 

혀끝이 싸하다가

나중에는 위 속까지

아리도록 쓰려나는

독한 배갈이다

 

더는 생기발랄한 봄이 아니다

가는 데마다 잘 익은 과일마냥

성숙이 뚝뚝 떨어지는

황금빛 가을이다

 

얼기설기 

온 몸 그 어디나

세월의 흔적이 력력히 서려있는

황금빛 가을이다

 

커다란 그림자로

서늘한 그늘 보기 좋게 던져주는 나무

유심히 살펴보면

사람마다 다부작드라마 같은

곡절 많은 인생사 서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