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청

일전 필자는 료녕성민족출판사의 부탁을 받고 《료녕성조선족교육사》 편찬에 따르는 무순시조선족학교 관련 자료를 수집하게 되였다.

 
먼저 페교된 조선족학교들의 기본상황을 알아보기 위하여 무순시와 각 현의 민족교연부, 학교, 조선족교원들에게 문의하고 조사를 하였다. 1995년 전만 해도 무순시에는 8개의 중학교에 44개의 소학교가 있었지만 지금은 3개 중학교(중학부)와 4개 소학교(소학부) 뿐이다. 소실된 40여개의 학교들은 당안(档案)도 없는 데다 많은 당사자들이 외지로 이주해 학교의 기본상황조차 알기 어려운 실정이였다. 조선족학교들에 대한 기본서류 작성이나 보관이 거의 없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부분 로교원들을 찾아 기억을 더듬어 자료를 수집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실은 학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였다. 취재차로 여러 곳을 다니면서 민족력사에 대한 자료가 거의 소실되여가고 있다는 것을 가슴 아프게 느꼈다. 백여년전 우리 선조들이 피땀으로 개간하고 일꿔놓은 우리의 삶의 터전이였던 조선족마을들이 소리없이 사라졌고 새중국의 탄생, 사회주의 건설을 위하여 바쳐온 우리 민족의 영웅업적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거나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력사의 흐름 속에 묻혀가고 있었다.
   

기록이 없으면 력사가 없고 력사가 없다면 계승과 발전을 운운할 수 없다.

 
《중화인민공화국档案법》 제3조에는 국가의 모든 기관, 무장력량, 정당, 사회단체, 기업과 사업단위 및 공민들은 모두 당안(档案)을 보호할 임무가 있다고 쓰고 있다. 중국 조선족사회의 档案 보존현황은 어떠한가? 청나라의 ‘봉금정책’으로 황무지와 별반 다름없었던 중국 동북땅에, 조선족들이 백여년 전 뿌리 내리고 이 땅에 황무지를 개간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항일투쟁, 해방전쟁, 사회주의건설을 위하여 혁혁한 공훈을 세웠다. 허나 수십년이 지난 지금 우리 민족의 많은 력사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 기록도 없이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레닌은 일찍 “력사를 잊는 것은 배반이다”고 하였으며 주은래는 “력사는 한개 국가, 한개 민족으로 말하면 한 사람의 기억과 같다. 사람이 기억을 상실하면 백치가 되는 것처럼 한개 민족이 력사를 잊는다면 우매한 민족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하여 많은 사람들은 “력사를 잊는 민족은 미래가 없는 민족이다”고 한탄했다.

 
우리 민족의 문화인들, 지성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촌사’라도 쓰고 돈 있는 사람은 선조들이 개간한 땅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비석’이라도 세워야 하지 않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