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절대 그 누구처럼 살기 싫다 라는 생각은 가끔 해봤지만 그 누구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별로 해보지 않았다. 그러는 내가 한국에 있는 시댁의 외할머니를 찾아뵐 때마다 나도 할머니처럼 곱게 늙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거의 18년동안 해왔다. 나의 마음 속, 아니 실제로도 외할머니는 한결같이 곱고 우아했으니깐. 그렇게 곱게 백세 할머니가 될 수 있으리라 온 가족이 굳게 믿고 있었는데 바로 얼마 전 외할머니가 99세의 일기로 운명하셨다. 그 시점이 바로 내가 서울 공항에 도착한 때였다. 어쩌다 한국을 방문하게 된 일정이지만 마치라도 할머니가 부르신 것처럼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공항에서 나와 밤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열심히 달린 덕분에 나는 할머니의 온기있는 마지막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잠자는 듯한 할머니 모습은 우아함보다는 온화했다. 나는 외할머니 귀전에 대고 작은 소리로 저 왔다고 인사를 드리면서 얼굴을 어루만졌다. 외할머니는 내 나이 상관없이 만날 때마다 “요 이쁜 거 구인숙이 왔구나~”하시면서 얼굴을 쓰다듬어주셨다. 외할머니가 일관성있게 나의 이름 석자를 불러주시는 것도 인상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