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문시 장안진 벽수촌. 매주 주말 아침이면 어김없이 터밭에는 한 청년의 분주한 손길이 이어진다. 옥수수쌀을 손수 해빛에 널고 고추와 가지를 정성껏 손질하는 그에게서는 흙내음보다 진한 문학의 향기가 배여난다. 90후 청년 작가 박송천(35세) 씨가 바로 주말이면 이 마을에 등장하는 '주말 농부' 의 주인공이다.
떠우인에서 박•신선(朴•新鲜)으로 활동하는 그는 농촌에 자주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완전히 귀농한 농부는 아니다. 알고보니 평일에는 우리 말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시인이자 아동문학 작가로 활동하며 주말이면 벽수촌의 터밭으로 향한다.

"조상들이 평생을 다 바쳐 지켜오던 고향땅이 황페해져가는 모습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고향에 내려올 때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이였죠.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그냥 작은 터밭이라도 직접 일궈보자는 생각이였습니다."
그렇게 큰 계획 없이 시작한 터밭 가꾸기였다. 현재 도문시 월청진 유기촌에는 지금도 그의 고모가 살고 있어 그는 주말마다 고모를 도와 농사부터 가공까지 모든 작업을 함께 한다. 이곳의 모든 작업은 기계의 도움 없이 오로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손으로 직접 썰어 해빛에 자연건조하는 방식은 조상 대대로 물려온 전통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음식인만큼 위생이 제일 중요합니다. 손이 많이 가더라도 정성을 다해야죠. 기계로 빠르게 하는 것보다 손으로 하나하나 하는 게 정력이 훨씬 들지만 그래야 마음이 놓입니다. 또 그래야만이 진정한 웰빙이 아니겠습니까?"
고작 '주말 농부'에 불과하지만 마음만큼은 '진짜 농부'다운 책임감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가 판매하는 품목에는 옥수수쌀, 말린 새알열콩, 고추말랭이, 가지말랭이, 무우말랭이 콩기름, 고추장 등 다양하다.

"재미로 시작한 터밭농사였는데 사람들이 SNS에 올린 영상을 보고 주문을 해주더라고요. 정말 생각지 못한 반응이였습니다. 처음엔 제가 만든 걸 누가 사갈가 싶었는데 하나둘 주문이 들어오니까 책임감도 생기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그를 만난 한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 동안에도 그의 휴대전화로 주문문의가 10통도 넘게 걸려왔다. ‘주말 농부’의 터밭이 SNS를 타고 입소문을 타면서 적지 않은 주문이 이어지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였다.
현재는 앞집에 사는 할머니가 가꾼 채소도 함께 올려 무보수로 팔아드리고 있어 판로가 없던 이웃의 고민까지 해결해주고 있다.
"년로한 할머니가 애써 가꾼 채소인데 시간이 지나면 그냥 버려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제 영상에 함께 올리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처럼 그의 터밭은 어느덧 자신의 작은 취미를 넘어 이웃과 온기를 나누는 따뜻한 련결고리가 되였다.
박송천씨는 오토바이로 주로 연변 주내 배송을 달리고 있다. 수납공간이 작다 보니 여러번 발품을 팔아야 할 때도 많고 속도도 제한되여 있어 배송이 늦어질 때도 있다. 그러다 가끔 고장이라도 생기면 늦어지는 배송탓에 애간장이 탈 때도 여러번이였다.

"강의를 마치고 퇴근시간을 리용해 배달을 돌다 보니 밤 열한시에 집에 돌아올 때가 푸술합니다. 그래도 묵묵히 기다려주시는 고객들이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늦어도 너그럽게 리해해주시고 오히려 늦은 시간까지 배송 약속을 지켜 고맙다고 할 때면 제가 더 죄송하고 또 감사하죠."
그는 고객들의 후기에 일일이 피드백을 주고 문제점이 있으면 즉시 시정하며 100% 만족률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가 올린 영상들은 켜는 순간 친절한 우리말 영상과 다듬지 않은 친근한 농촌 풍경이 시청자들에게 안겨와 사람들이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대학교때 전공을 살려 우리 말로 전하니 화려한 연출보다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 진심이 전해진 게 아닐가 싶습니다."
그에게는 올 한해 동안 열심히 가꾸어온 터밭에서 3만원 가까이 되는 수익이 생겼다. 거창한 소득은 아니지만 주말마다 흙을 만지며 정성을 쏟아온 시간이 눈에 보이는 결실로 돌아온 것이다.

"금액을 떠나서 제 손으로 가꾼 것을 누군가 알아봐 주고 찾아준다는 게 참 뿌듯합니다. 3만원이라는 수자보다 그 안에 담긴 주말들의 무게가 저한테는 더 크게 느껴집니다. 저에게 여느때보다 바쁜 한해였지만 저는 그 곳에서 흙내음을 맡으면서 진정으로 보람찬 한해였습니다. 래년에는 더 잘 가꿔서 이웃과 나누는 몫도 늘려보고 싶습니다."
박송천씨는 사실 '농부'보다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고중 2학년 때 성인시를 《길림신문》에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껏 성인시와 수필 창작을 견지해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동시의 깜찍하고 생동한 표현에 매료되여 아동문학 창작에도 전념하게 되였다. 대학 1학년 때 처음으로 동시를 써 《중국조선족소년보》에 발표했고 1년 뒤 첫 동시집 《달은 레몬 달은 바나나》를 출간했다.

"사실 돌아가신 어머니의 꿈이 시인이였습니다. 일찍 시도 몇수 발표하셨지만 농사일 때문에 결국 꿈을 접으셨는데 그 영향 아래 제가 문학과 가까이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어머니가 이루지 못한 꿈을 제가 조금이나마 이어가는 것 같아 뿌듯할 때가 많아요."
그의 문학에 대한 사랑은 어머니의 이루지 못한 꿈을 이어가는 따뜻한 마음이기도 했다.
박송천씨는 연변대학 예술학원 연극학부에서 방송사회를 전공했고 2014년 졸업 후 줄곧 우리 말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그는 교학과정에서 교과서의 내용을 단순히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언어속에 담긴 문화적 의미도 함께 전하면서 깊은 맛과 멋이 있는 강의를 하려고 노력해왔다.
"작가라는 호칭 덕분에 제 수업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이 많아졌어요. 문학과 마주할 때면 가장 진실한 자신을 만날 수 있고 따라서 문학을 통해 지친 일상속에서 스스로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문학의 힘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우리 말 속에 담긴 문화와 정서를 함께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박송천씨는 현재 연변작가협회 리사, 전 연변조선족자치주아동문학연구회 부회장 직을 맡고 있으며 시집 《가슴 시린 계절에 사랑을 묻는다》, 동시집 《달은 레몬 달은 바나나》와 《아침노을》을 출간했다. 제8회 진달래문예상 새별상, 제4회 웰빙아동문학상, 제5회 연변교원시조문학상, 작가협회 6.1아동문학상, 해양아동문학상 등 10여 차의 수상 경력을 지닌 조선족 청년 작가이다.
시인으로서의 삶과 주말 농부로서의 삶.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삶의 방식이 박송천씨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시를 쓰며 주말에는 농사를 짓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다니면서도, 고객들의 후기에 답장을 쓰면서도, 아이들에게 우리 말을 가르치면서도 저는 늘 우리 글과 함께하고 있어요. 터밭에서 흙을 만지다 보면 시상이 떠오를 때도 많고 배달 길에 만난 풍경이 시가 되기도 합니다. 농사와 문학이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결국 제 삶안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 같아요."
고향땅을 지키며 주말 농부로 변신한 90후 청년 작가 박송천씨. 그의 삶은 문학과 농촌, 꿈과 현실이 만나 만들어낸 아름다운 힐링의 이야기다. 흙내음 가득한 터밭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배달 길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단에서—그는 오늘도 고향과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만의 삶을 일구어가고 있다.길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