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소식 최수향 기자] 유유한 세월의 길목, 희미한 불빛 하나가 긴 어둠을 지키고 서 있다. 밤을 밝히는 이 등불은 단순한 빛이 아니라, 한 세대가 묵묵히 지켜온 성실한 삶의 태도와 끈질긴 문학혼이 깃든 삶의 온기다. 아버지의 등불 아래 문학의 씨앗을 품고 자란 김홍화 교수의 삶은 고향과 타향, 학문의 리성과 문학의 서정, 흘러간 기억과 가슴 속에 간직한 추억이 어우러져 재한조선족문학의 소중한 한 축을 이루는 빛의 궤적을 그렸다.
평생 교육의 길을 꾸준히 걷고 학문의 깊이를 갈고 닦아온 그녀는, 세월에 바래 희미해지는 소중한 기억을 글로 되살려 아버지가 남겨준 숭고한 문학정신을 온전히 계승하리라 마음 먹는다. 이런 마음으로 집필한 수필 <아버지의 밤을 밝히던 등불>은 최근 중국 조선족 아리랑수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조선족문학계의 큰 인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문학적 울림을 전했다.
일전 기자는 김홍화 교수를 취재해 학자로서의 학문적 깊이와 문인으로서의 풍요로운 내면세계를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취재 당시 김홍화 교수는 또다른 신작 수필 <느린 여백이 숨 쉬는 자리>가 대림문화 수필 부문 대상에 선정되였으며 오는 9월 시상식에 참가하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아버지의 문학적 자양분으로 성장,
교육의 길을 걸으며 한국 교육학계에 자리잡다
길림성 서란시 태생인 김홍화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평생 글을 품고 살아온 아버지의 문학 등불 아래에서 성장했다. 글에 대한 아버지의 진실한 열정과 꾸준한 수련은 어린 그녀의 마음 속에 문학의 씨앗을 심어주었으며, 평생 잊지 못할 정신적 바탕이 되였다.
김홍화 교수는 수십년간 교육 분야에 몸 담으며 교육과 연구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국내에서 10년간 교단에 서며 교육경험을 쌓았고, 한국으로 류학해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지금까지 20여년간 대학 교단에 서 있었으며, 현재 한국 경일대학교에서 교육학 관련 대학원 수업과 학부 교양 수업을 맡고 있다.
평범한 삶 속에서 피여난 문학열정
오랜 세월 론문 작성과 강의 준비를 통해 리성적이고 론리적인 학술언어에 익숙해졌지만 김홍화 교수의 마음 깊은 곳에는 언제나 자신의 삶을 문학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갈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부모님을 차례로 떠나보낸 후 희미해지는 기억을 붙잡고 소중한 삶의 순간들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그녀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고향의 풍경, 가족과의 추억, 낯선 타국에서의 류학 생활, 교육자로서 걸어온 긴 세월의 모든 순간을 한편 한편의 수필로 담아냈고 이 과정에서 수필문학은 점차 그녀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2013년 김홍화 교수는 자신의 첫 수필작품 <내 인생의 멘토>로 제1회 《동포문학》 안민상 수필부분 금상을 수상했고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교수와 박사생 멤버 위주의 재한동포문학연구회에서도 문학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학술 연구와 교육 업무로 바빠 한동안 문인 모임 활동을 활발히 펼치지 못했으나,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수필 창작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2013년 수상작과 최근에 발표한 칼럼 몇편외에 아직 내놓은 대표작이 많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을 화려한 경력의 문인이 아닌 글길에 첫발을 내디딘 초학자로 여긴다. 진실한 마음으로 삶의 철학을 담아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참된 수필을 쓰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다듬고 있다.
이런 꾸준한 창작 노력이 결실을 맺은 작품이 바로 신작 수필 <느린 여백이 숨 쉬는 자리>다. 지갑을 잃어버려 부모님의 장백산 추억이 담긴 소중한 사진을 영영 잃은 일을 계기로, 한국에서 20년간 이주민으로 살며 겪은 고독과 이별, 과중한 업무로 인한 질병과 병상에서의 사유, 초례산 산행을 통한 자기성찰까지 담아낸다. 작품 속 김교수는 젊은 날 모든 것을 붙잡으려 했던 집착을 돌아보고, 상실로 생긴 텅 빈 공간을 ‘여백’으로 재해석하며 ‘비움’을 통한 삶의 회복과 자기 수용을 이야기한다. 끝없는 경쟁과 속도에 휩싸인 현대인에게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는 느림의 가치, 스스로를 다독이는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대림문화 수필 대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학문과 문학의 조화, 리성과 감성의 균형
현재 교육학, 문학 두가지 길을 함께 걷고 있는 김홍화 교수는 두 학문의 근본 목표가 결국 ‘사람을 진정으로 리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교육학은 인간의 배움과 성장을 론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수필문학은 평범한 일상과 내면의 감정을 문학적 언어로 승화시키는 예술이다.
학술연구는 그에게 세상을 객관적이고 리성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었고, 글쓰기는 타인의 상처와 그리움을 포용하는 따뜻한 온기를 선사했다. 강의실에서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배우고, 수필문학 창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조용히 헤아리는 법을 익힌 두 경험이 서로 어우러져 그녀의 학문과 문학세계를 풍요롭게 채우고 있다.

<내 인생의 멘토>로 창작의 문을 열고
‘아버지의 등불정신’을 계승하다
수필 <내 인생의 멘토>는 김홍화 교수 문학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삶의 길잡이가 되여준 스승과의 소중한 인연을 담은 이 작품은, 오직 딱딱한 학술적 글쓰기만 해왔던 그녀에게 “자신의 삶 자체도 훌륭한 문학소재가 될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스승과의 만남이 남긴 깊은 의미를 되새기며 타인의 삶을 리해하고 포용하는 법을 배웠고, 오래동안 잠들어있던 문학에 대한 열정을 다시 깨우며 본격적인 창작의 길을 열었다.
최근에는 수필 작품 <아버지의 밤을 밝히던 등불> 로 아리랑수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병약한 몸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매일 밤 30촉 백열등 아래 낡은 원고지에 소설과 시를 채우며 평생 글을 지켰다. 화려하지 않은 작은 불빛은 아버지의 성실하고 꾸준한 문학정신을 담은 상징으로, 딸인 그녀의 마음 속에 깊이 새겨졌다고 한다.
아버지는 2000년 소설 <피줄의 호곡성>으로 LG컵 ‘압록강’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교수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당시 수상소식이 실린 《료녕조선문보》를 발견하고, 아버지가 남긴 문학의 빛이 자신에게 이어졌음을 깨달았다. 그의 수상작 <아버지의 밤을 밝히던 등불>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의 진심이자, 한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인생이 남긴 따뜻한 온기를 기록한 서정적 작품이다.
수상소식을 듣는 순간 그녀는 가장 먼저 아버지 방의 주황색 불빛을 떠올렸다. 아리랑수필문학상 대상 영예는 물론 새로 전해진 대림문화 수필 대상까지,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받은 영예이지만 마치 세월을 넘어 아버지가 보내준 편지처럼 와닿았다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사함과 동시에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김교수의 수필 창작 철학과
글쓰기를 꿈꾸는 이에게 전하는 조언
김홍화 교수는 글쓰기에서 무엇보다 삶에서 우러나온 진실한 체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해도 직접 겪은 삶의 흔적이 없다면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을 수 없지만, 소박한 문장이라도 진솔한 삶의 현실과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면 생동한 생명력을 갖는다는 것이 그녀의 창작철학이다.
그녀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방 안의 불빛, 사람의 손짓과 표정 등 구체적인 풍경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은은하게 표현하고, 절제된 묘사로 독자가 스스로 감정을 채울 수 있는 여백을 남기는 글쓰기를 추구한다. 또한 인물을 묘사할 때 완벽하게 미화하지 않고 삶의 모순과 복잡한 내면을 정직하게 담아내야 진정한 수필의 미학이 완성된다고 믿는다.
글쓰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김교수는 부담없이 일상의 작은 기억부터 써내려가라고 조언한다. 바랜 사진, 어머니의 손길, 고향 골목의 향기 같은 사소한 일상의 풍경 속에 깊은 삶의 의미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아버지 방의 등불이 평범한 하나의 소재에서 평생의 삶을 비추는 문학적 상징으로 완성되였듯, 지갑 속 부모 사진 한장이 <느린 여백이 숨 쉬는 자리>의 핵심 소재가 된 것처럼, 누구나 품고 있는 평범한 추억 한조각도 깊이있는 문학으로 승화될 수 있다.
그녀만의 수필창작 비결은 초고 작성시 스스로 세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장면이 왜 오래동안 마음에 남았는가’, ‘그 때의 나는 무엇을 깨닫지 못했는가’, ‘세월이 지난 지금의 시선으로 이 일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스스로 묻고 답하며 단순한 추억을 넘어 삶의 진실을 끌어낸다. 초고를 완성한 뒤에는 소리 내여 읽으며 불필요한 표현을 덜어내고, 직접적인 감정표현보다 풍경과 행동의 여운을 살려 글을 다듬는다. 수필은 특별한 이야기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걸어온 삶의 흔적을 천천히 더듬으며 잊혀진 삶의 진실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학문과 문학, 두 길을 향한 미래 포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교수는 학문과 문학 두 분야에서의 포부를 밝혔다. 학술 분야에서는 교단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성장과 배움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또한 언젠가 교육학과 수필창작 경험을 결합한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은 꿈도 품고 있다.
문학창작에서는 고향과 가족,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겪은 이주와 정착의 경험, 교육자로 살아온 긴 세월을 주제로 꾸준히 글을 쓸 계획이다. 두 문화와 두 땅을 넘나들며 쌓은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차곡차곡 정리해 수필집을 펴내는 단기 목표를 세웠다. 화려한 명예보다는 세월이 흘러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오래 남는 글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등불, 평생 이어갈 삶과 문학의 뿌리
글쓰기가 자신의 삶에서의 참된 의미에 대해 김홍화 교수는 아버지가 남긴 등불의 온기가 자신의 삶과 문학의 근본 뿌리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밤새 등불 아래 글을 쓰던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글쓰기가 단순한 창작행위를 넘어 삶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임을 깨달았다.
밤의 등불은 세월이 흘러도 꺼지지 않는다. 아버지의 낡은 원고지 우의 불빛은 딸의 글줄기로 이어져 평범한 삶의 순간들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아리랑수필문학상 대상작 <아버지의 밤을 밝히던 등불>이 아버지의 문학혼을 기렸다면, 대림문화 수필부문 대상작 <느린 여백이 숨 쉬는 자리>는 그녀 자신의 타국 이주 생활과 내면의 성찰을 담아 재한조선족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김홍화 교수는 재한조선족문학의 뿌리를 튼튼히 다지고 더욱 넓은 문학세계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