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2026년 동북지역 도시축구리그에서 명태응원단이 전국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평범했던 연변명태가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되였다. 오랜 세월 연변 사람들의 식탁과 생활 속에 자리 잡아온 명태는 이제 전통 식품을 넘어 새로운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길림신문 취재팀은 룡정시 건명태제작기술 무형문화유산 전승자인 리해단을 찾아 4대째 이어온'명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전통 공정에 과학적 혁신을 더해 관련 특허 3건을 출원했으며 중국에서 건명태 껍질을 활용한 콜라겐 저분자 펩타이드(低聚肽) 추출 기술의 공백을 메워냈다.
"우리 회사(연변해교생물과학기술유한회사)는 변강의 작은 도시에 있지만, 기술력만큼은 국제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녀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톤(t)' 단위로 팔리던 건어물에서'그람(g)' 단위로 판매되는 고부가가치 펩타이드 분말을 만들어내며 전통에 혁신을 더한 것이다.

성공 뒤의 그늘, 생선 껍질의 가능성을 보다
리해단과 명태의 인연은 그녀의 가족사 그 자체이다. 증조부가 조선반도에서 연변으로 이주한 후 명태 가공으로 생계를 이었고 할아버지 대에 이르러 온마리 명태 가공 기술을 완성했다. 의학을 배웠던 그녀 역시 가업을 계승했고 사업 초기부터 규격화된 생산 시스템을 고집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 수입, 가공, 수출을 아우르는 규모화된 회사를 설립했다.
사업초기 명태 가공은 오랜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작업이였다. 해동 온도와 시간, 건조 시 명태 사이의 간격, 바람길의 방향, 수분을 조절하는'회연(回軟)' 과정까지 모든 변수는 장인의 손 감각과 직감에 달려 있었다. 그녀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모든 공정을 직접 챙겼고, 손에는 동상이 가실 날이 없었다. "수천톤의 명태를 처음 맡았을 때 정말 두려웠고, 고생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죠." 그녀는 당시를 회상했다.
뚝심 있는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2010년, 리해단의 회사에서 한국으로 수출한 명태는 6,000톤에 달했고 생산액은 연변주 전체 해산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주문 계약들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였다. 이는 리해단이 서울에 지사를 설립하고 협력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억척스럽게 뚫은 결과였다.
하지만 성공 뒤에는 새로운 고민이 싹트고 있었다. 전통적인 마른 명태만으로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더욱 그녀를 잠 못 이루게 한 것은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대량의 명태 껍질이 톤당 몇천원의 헐값에 사료용으로 넘겨져야 한다는 현실이였다. 산더미처럼 쌓인 생선 껍질을 보며 그녀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 생선 껍질을 살피던 그녀의 머리속에 섬광 같은 아이디어가 스쳤다. '콜라겐은 주로 동물의 껍질에 많아. 콜라겐은 돼지, 소 등 동물의 껍질에 많은데 명태 껍질로는 안 될가?'
하지만 국내에서 마른 명태 껍질을 원료로 콜라겐 제품을 만든 선례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확신이 있었다. 명태는 원료의 품질이 일반 양식 동물보다 월등하며 특히 조선족 전통 명태 건조 공법을 거치며 껍질이 반복적인 동결과 해동 과정에서 미묘한 변화를 겪는다는 점. 이것이 바로 남들이 갖지 못한 경쟁력이 될 수 있었다.

"향료는 안 된다"… 비린내와의 끈질긴 싸움에서 찾은 돌파구
그 뒤로 리해단은 명태 껍질 콜라겐 저분자 펩타이드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여들었다. 그녀가 마주한 첫번째 난관은 바로'비린내'였다.
시중의 류사 제품들은 대부분 원료의 냄새를 가리기 위해 다량의 향료와 당분을 첨가한다. “이런 제품은 나도 못 마시는데, 어떻게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겠습니까?” 그녀는'순수 추출물, 무첨가'라는 대원칙을 세웠다.
"수십 번의 실험, 반복적인 검사 의뢰, 그리고 끊임없는 조정의 련속이였습니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몇 년은 가장 힘든 시기였다. 연구개발 자금은 계속 투입되였지만 진척은 더뎠다. 핵심 지표가 3개월 련속 정체되자 팀원들 사이에서"우리도 그냥 향료를 좀 넣으면 안될가요?"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리해단은 단호했다. <실험이 안 되는 건, 분명 변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야.> 그녀는 한국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박사 남편까지 이 프로젝트에 끌어들여 한국 전문가들과의 련결을 도모했고 연변대학과 공동 실험실을 설립했다.
돌파구는 마침내 한 효소분해 공법을 미세하게 조정한 후에 찾아왔다. 무첨가이면서도 거부감 없는 맛을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평균 분자량이 처음으로 1,000달톤(道尔顿)이하로 떨어졌고 그중 인체 흡수가 가장 용이하다는 분자량 500~600 구간의 트리펩타이드 함량(三肽含量)이 60%를 넘어섰다. 학계에서 공인된'황금 비률'에 도달한 것이다.
2014년, 제품은 SC 식품생산허가를 받고 정식 출시되였으며 3개의 국가 특허를 획득했다. 이 기술은 중국 내 마른 명태 껍질을 리용한 콜라겐 단백질 추출 분야의 공백을 메운 중요한 성과였다.

장인의 '손맛'을 데이터로… 덕장과 실험실의 아름다운 공존
리해단의 공장에 들어서면, 전통적인 덕장과 현대적인 무균작업실은 불과 몇백메터 거리를 두고 공존한다.
한쪽에서는 나무 덕장에서 동결과 해동, 회연, 뼈 제거, 절단, 살결 찢기 등 전통 방식의 작업이 이루어진다. 다른 한쪽에서는 효소분해 탱크, 필터, 분무 건조기 등 최첨단 설비가 쉴 새 없이 가동된다. 두 생산 라인은 겉보기엔 전혀 달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긴밀한 혈맥으로 련결되여 있다.
"전통 건조 과정이 없다면, 후속 펩타이드 추출에 필요한 독특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죠." 리해단의 설명이다. 자연 건조 과정에서의 반복적인 동결과 해동은 생선 껍질 단백질 구조에 자연스러운 변성을 일으키는데 이는 신선한 생선 껍질로는 얻을 수 없는 결정적인 장점이다. 그녀는 이 기간 동안 SCI 수록 잡지, 연변대학, 한국 건국대학교 등에 콜라겐 올리고펩타이드 분말의 효능 립증 관련 론문들을 발표하며 과학적 근거를 쌓았다.
현재 이 회사는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10여종의 심층 가공 파생 상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들은 중국 내 소비자들은 물론, 연변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명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기에 인공 양식이 불가능한 이 심해어가 가진 가치를 단번에 알아보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유산의 진화, 다음 세대를 위한 새 길을 열다
"증조부 세대는 살아남기 위해 명태를 만들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는 팔기 위해 만들었죠.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 명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할 수 있을가를 고민합니다."
이 회사는 로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 기반 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고 직원 구성도 단순 육체 로동자에서 기술 인력 중심으로 변화했다. 이는 룡정시를 넘어 연변 전체 명태 산업의 부가가치 사슬을 확장시키는 효과도 보고 있다. 그녀는 원료를 자사 공장의 생선 껍질에만 국한하지 않고, 주변 지역의 것까지 활용하며 동반 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한편 심층 가공은 새로운 문을 열었다. 연구개발직, 품질검사직, 전자상거래 운영직… 젊은 세대가 새로운 방식으로 이 산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통 역시 시대에 발맞춰 한 단계 도약해야 합니다." 그녀는 힘주어 말한다.
증조부가 첫 명태를 덕장에 내건 순간부터, 그녀가 생선 껍질에서 첫 1그람의 콜라겐 올리고펩타이드를 추출하기까지—4대에 거쳐10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명태는 여전히 그 명태지만, 그 길이 가는 길은 완전히 달라졌다.
"수백번의 실패 속에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담담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우리 민족은 오랜 시간동안 명태를 건조해왔습니다. 바람에 말리고, 얼고 녹이는 것은 자연이 우리를 위해 해준 첫번째 가공 과정이죠. 저는 그저 그 길을 따라 한 걸음 더 나아갔을 뿐입니다. 이 한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이 명태에게도 그리고 저보다 앞서간 3대 선조들에게도 미안한 일이지요."
연변의 작은 도시에 자리한 이 산업 사슬 속에서과학기술은 단순한 신기술 하나추가가아니다. 이는 전통 기술이 현대인의 삶과 다시 손잡을 수 있는 소중한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명태의 새로운 려정이 이제 막 시작된다.
/길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