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문학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우는 영국 작가 닐 게이먼의 소설 《오솔길 끝 바다》는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저자 특유의 불길하고도 기발한 감수성을 발휘해 어린시절의 기억과 마법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 생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 중년 남자가 소중한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무언가에 끌리듯 어린시절에 살던 곳으로 차를 몬다. 어느새 자신이 살던 동네의 오솔길 끝, 낡은 농장에 다다른 그가 농장 우에 있는 련못가에 앉자 수십년 동안 잊고 있던 과거가 한번에 밀려온다.
40년 전 이 오솔길 끝에서 한 남자가 자살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죽음은 일곱살이던 어린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불러낸다. 그 초자연적인 존재는 나의 가족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나를 위협하고 내 몸을 세계와 세계 사이의 통로로 리용하려고 한다. 오솔길 끝 농장에서 살던 특별한 소녀 레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고 스스로를 희생해 다른 세계의 존재로부터 나를 지켜준다. 레티는 거의 죽어가는 모습으로 그녀가 대양이라고 부르던 오리 련못에 잠겨 사라진다.
게이먼은 이 소설에서 실제와 환상의 세계를 배합해 ‘어린시절의 상처와 극복’을 이야기한다. 어른들은 과거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살아가지만 분명히 어른들의 내면에는 아이로서의 기억이 존재한다. 어린이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많은 일들을 겪고 때로는 누군가의 도움과 희생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레티의 도움으로 유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살아남는다. 그러고는 어느새 어린시절의 기억을 모두 잊고 살아가는 어른이 된다. 그러나 잊었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은 그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그렇기에 그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오솔길 끝의 농장을 찾는다. 그는 과거에 대해 희미한 그림자 같은 기억만을 간직하고 있지만 레티가 언제나 대양 안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힘을 얻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소설 속에서 레티의 희생으로 삶을 얻은 주인공은 과연 자신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자문한다. 특히나 어른이 된 ‘나’는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인물이다. 어른이 되면 우리는 가끔 이렇게 멈춰서서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오솔길 끝 농장에 다다르자 한번에 과거의 일을 모두 기억해낸 주인공처럼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어린시절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과연 지금 자신이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자문해보며 마음이 흔들릴 것이다. 게이먼은 레티의 어머니 헴스톡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사람으로 사는 일에 합격이나 불합격은 없다”고. 우리의 삶에는 등수도 락제도 없다고.
주인공은 대양을 통해 레티를 마주본다. 레티는 주인공인 ‘나’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잘못 살아오지 않았다는 위로와 새 심장이 자라고 있다는 확인을 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격려를 보낸다.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곧 흔들리는 마음을 환영처럼 잊어버리겠지만 대양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은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우리에게 좀더 견디기 쉬운 곳이 될 것이다.
게이먼은 이 작품에서 어린시절의 마법과 같은 모험을 불러낸다. 그리고 상실한 추억을 되찾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 슬픈 모순을 함께 꿰매여 이은 구석조차 보이지 않도록 만든다.
밤새워 읽을 가치가 있는 책, 잃어버린 순수를 탐험하고 싶어하며 어떤 사람의 잘 알려진 경계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에 열광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무섭도록 완벽하게 연주된 이 작품은 우리에게 우리의 삶이 어린시절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우리가 거기서 무엇을 얻고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지 일깨워준다…
쟝르를 횡단하며 모든 년령대의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게이먼의 최신작인 《오솔길 끝 바다》는 잊은 듯 살아가지만 절대 잊히지 않는 어린시절의 기억, 상처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현재 2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게이먼은 2013년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 후에 무대극으로 상연되였으며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