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반세기 넘도록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읽히고 사랑받는 미국의 소설가 하퍼 리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했던 남부 앨라바마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젊은 백인녀성을 성폭행했다는 루명을 쓴 한 흑인청년을 백인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화자인 6살 소녀 스카웃의 눈으로 작품의 핵심이 되는 사건을 관찰하며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로 피페해진 미국의 모습과 사회 계층간, 인종간의 첨예한 모순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억울한 루명을 썼지만 단지 흑인이라는 리유로 유죄가 되는 미국 남부사회 어른들의 편견에 대한 비판과 타자와의 대화 가능성을 아이의 순수한 눈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미국 문학작품 가운데서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되였다.
미국의 작은 마을 메이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그 시대의 명암을 그대로 드러낸다. 주인공 스카웃과 항상 붙어다니는 오빼 젬과 친구 딜, 변호사인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 이웃에 사는 은둔자 부 래들리 등이 중심이 되여 펼쳐지는 이야기는 출간된 지 6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정의와 량심 그리고 용기와 신념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였다.
글쓰기에 관심 있던 젊은 녀성, 하퍼 리가 이 책을 통해 가장 먼저 보여주려고 했던 세계는 바로 자기가 속한 세계 그래로였다. 자신이 살았던 격동의 시대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하퍼 리는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담아냈다.
“무엇보다도 간단한 요령 한가지만 배운다면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어. 누군가를 정말로 리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립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여서 걸어다니는 거지.”
이는 기분이 몹시 언짢은 스카웃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아버지에게 쏟아내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소설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이 대사는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고 소설의 주제이기도 하다. 연약하지만 내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존재, 때로는 진심으로 내게 도움을 주는 존재. 이 소설은 그런 사회적 약자를 파괴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총 2부로 된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또 계절의 변화가 또렷이 안겨온다. 전반부에서는 주로 여름이 중요한 시간적 배경이 되지만 후반부에 와서는 가을이 중심적인 시간 배경이 되여 주인공 스카웃이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을 주목하게 된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멋지단다.”
소설의 마지막부분에서 아버지가 하는 말이다.
이 소설은 스카웃의 성장소설로 볼 수도 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스카웃은 배려와 관용,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배운다.
한편 이 작품은 독자의 역할을 읽고 감상하는 데 그치는 제3자로 설정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해볼 수 있는 역할로까지 확장한다. 읽고 느낀 바를 나누면서 얻어지는 새로운 해석과 시야의 확장은 저자가 이 소설의 변호사인 아버지 애티커스를 통해 바랐던 리상형 즉 ‘잘만 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모두 멋지고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의미에까지 다다른다.
저자 하퍼 리는 삶을 포착하는 가장 생생한 감각과 따뜻하고 진솔한 유머를 지닌 작가로 이 작품이 출간 이후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후 이 작품은 또 동명의 그림소설, 오디오 북으로도 새롭게 탄생했다. 그림소설에서는 최대한 원작을 살리면서 핵심적 사건들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호감이 가는 등장인물들과 주변 이웃들의 개성 넘치는 모습을 섬세한 그림과 군더더기 없는 대사로 만들어 이 책을 읽은 독자 뿐만 아니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웃음과 긴장을 골고루 이끌어낸다. 시대를 뛰여넘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언제나 뜨거운 눈물을 선사하는 핀치 가족 이야기는 그림소설에서도 여전히 감동스럽고 아름답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 한권의 책이 오래도록 독자들의 마음을 차지하기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쏟아져나오는 책들 가운데 인기를 끄는 행운의 책은 분명 있지만 그 행운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다. 이러한 때에 런던 《타임스》 잡지는 주목할 만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의 온라인서점 ‘플레이 닷컴’이 2000명 독자를 대상으로 최근 60년 동안 가장 위대한 소설을 꼽으라고 한 설문조사였다. 이 조사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등 흥행물을 제치고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가 1위를 차지하면서 주목을 모았다.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의 메시지 그리고 삶 속에서 넘치는 속도와 힘”, “놀랍다, 이 성공적인 작품 속에서 하퍼 리가 창조한 인물들은 따뜻하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40여개국 언어로 번역되여 ‘력사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 1위,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로 꼽힌 불후의 명작이다. 하버드대학 필독서 목록에 오르기도 했으며 오프라 윈프리는 이 소설을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이라고 말했다.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