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고무지우개서점
(대련) 리해란
오랜만에 딸과 려행을 하게 되였는데 딸의 제의로 운남을 택했다. 나는 일반적으로 려행사를 따라 려행다니길 좋아하는데 딸은 혼자 다니기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이번에 자유행을 선택하게 되였다.
곤명 공항에서 호텔에 가기전 까지만 해도 비행기표값도 비싸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택시로 한시간 거의 가게 되여 자유행을 선택한 것이 좀 후회되기도 하였다. 려행이란 다른 것에 신경쓸 필요가 없이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면서 충분히 휴식하고 풍경을 감상해야 제멋인데 처음부터 신경을 써야 하니 영 말이 아니였다.
나는 대련에서, 딸은 북경에서 제각기 곤명으로 가다보니 도착시간이 달라서 딸이 먼저 호텔에 도착하였기에 나혼자 호텔로 가면서 생긴 작은 불만이였다.
호텔에 들어서니 일반 개념의 호텔이 아니라 약간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아담하면서 특색이 있는 곳이라 호감도가 직선상승하고 길에 나서면서부터는 조금 전의 불만이 연기처럼 사라지면서 자유행이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였다.
처음 보는 곤명의 거리는 웬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익숙하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거리에 삼각매와 9월말인데도 피여있는 두견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의 어느 거리인 것 같기도 하고 또 고향의 여름철 어느 곳인 것 같기도 했으며 지어 유럽의 어떤 거리인 것 같기도 한 것이 처음 온 곳이라는 느낌이 조금도 없었다.
여기에는 고층빌딩이 별로 없는 반면 가로수들이 고층건물처럼 키가 엄청 크고 나무줄기는 검정색이 많았다. 자세히 보니 나무줄기에 이끼도 자라고 또 다른 이름 모를 식물들이 기생해서 자라는 나무들이 많았다.
나무들은 엄청 큰데 비해 미니숍들이 많은 것이 여기 특색이라 할가! 걸상이 네개 정도 있는 작은 커피숍에서 본지방의 특색있는 커피를 마신 후 이것이 진짜 려행이구나하는 느낌이 독특한 커피향과 함께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자유행이라 딸과 함께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다가 무작정 들어간 곳은 작은 서점이였다. 내 느낌에 서점이라 하면 아주 크고 별의별 책들이 가득한 큰 건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주 작은, 이름도 특이한 "고무지우개서점"(橡皮书店)이였다. 이름부터 호기심을 확 끌어당기는 이 서점은 아주 작았는데 거기에다가 장방형 혹은 정방형의 공간이 아니고 오불꼬불 골목길처럼 되여 있어 마치 갱도전을 방불케 하였다.
문제는 이 갱도가 면적이 100여평방메터나 될가말가한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 졌다는 것이였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 작은 공간의 동화 속에서 토끼가 뛰쳐나올 법한 오불꼬불하게 분리한 공간에서 여러가지 책들과 운남의 특색 제품들이 오붓하게 정리되여 있어 두사람이 지나려면 몸을 비벼대야 겨우 지날 수 있는 공간인데도 숨이 하나도 안 막힌다는 것이였다. 대체 어디에 숨통을 틔여 놓았는지 참으로 세상에 이런 곳도 다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였다. 거기에 고작 이삼평방메터 정도 되는 작은 휴식공간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게 아담하게 만들어 놓았다.
내가 제일 놀랐던 것은 한국책을 번역한 책 코너였다. 딸이 그 코너를 가르키며 지금 한국문학붐이 일어 많은 한국책들, 특히는 녀성작가들 책이 중국어로 번역되여 나온다고 하면서 <<채식주의자(素食者)>>란 책을 가르키며 인기있는 책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날 그렇게 무심히 들었던 책 이름의 저자가 며칠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얼마나 놀랐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이 작은 서점을 돌아보면서 왜 고무지우개서점이라는 이름을 달았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어 점원에게 물어봤는데 자기는 온지 얼마 안돼서 그 원인을 잘 모른다는 것이였다. 참새는 작아도 오장륙부가 다 있는 것처럼 이 서점에는 실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듯 싶었다.
진짜 왜 고무지우개서점이라고 하였을가! 이 작은 공간에 너무 많은 것을 다 들여 놓았다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은커녕 들어서기 전에 벌써 숨막혔을 것이다. 이 작은 공간이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기 서점으로 되였을까! 자기가 좋아하는 책들과 물품들을 들여놓으면서 더 이상 필요되지 않는 어떤 물품들은 지워버렸으리라! 아니면 그 작은 공간이 어떻게 이토록 질서가 있고 하나도 혼란스러움을 느끼지 못할만큼 지어 편안함마저 줄 수 있었을가!
나는 무엇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이건 이래서 아깝고 저건 저래서 못 버린다. 그러다보니 쓸데없는 물건들이 점점 많아져서 그 큰 집에 빈 공간이 적다! 고무지우개서점처럼 알맹이만 남겨둬야겠다. 이번에 자유행을 선택했기에 본지방 뿐만아니라 전국에서도 이름있는 왕훙서점에도 가보고 곤명거리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었다. 곤명의 이름있는 석림(石林) 등 려행지는 다 안 가고 골목골목을 밟으며 다니는 것이 려행의 또 다른 묘미였다.
이름있는 려행지는 안 갔지만 곤명의 서향(书香)을 맡으며 곤명의 풍토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어서 마음이 너무 즐거웠다.
이번 려행은 어찌보면 지우면서 하는 려행이 아니였나 싶다! 일정에 너무 쫓기지도 않고 이름있는 명승고적을 찾는 대신 우리 마음에 안정을 주는 곳을 찾아다녔으니 말이다.
좋다고 다 갖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다 보면 언제나 만족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한정된 시공간내에 포기할 것은 포기를 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작은 고무지우개서점은 이번 려행길에서의 빛나는 한점을 되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또 버리지 못하는 나에게 버림의 미학을 가르쳐준 내 인생에 빛나는 한 점으로 되여주었다.
앞으로는 더러 지우면서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