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서장이여, 내가 왔노라!
发布时间:24-07-09 08:17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수필

 서장이여, 내가 왔노라!

(대련) 리해란

꿈에도 그리던 서장땅을 끝내 밟게 되였다.

언제부터 서장을 한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였는데 서장은 가고 싶을 때면 동네마실을 가듯이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였기에 지금껏 벼르기만 했지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금년 7월에 꿈 같은 기회가 내게 찾아왔다.

그러나 막상 가게 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고산반응이 심하다고들 하던데 가뜩이나 튼실한 신체가 못되는 나는 과연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그리고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우는 청장고원에 위치한 서장은 과연 선뜻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들을 내게 허락해줄지 이래저래 설레이면서도 근심걱정만 앞섰다.

다른 려행과 달리 기대보다 걱정이 더 많았던 탓에 준비 자체가 버거웠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일단 고산반응에 대비한 각종 약들과 감기약, 포도당, 소화제 등 상비약들까지 챙겨넣었고 초콜릿과자 등도 행장에 꾸려넣었다. 그래도 행여나 무엇을 빼놓지나 않았나 싶어 계속 체크했으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나의 체력이 따라줄가 하는 것이였다. 괜히 여기저기가 불편해지는 것 같았고 그래서 다른 려행은 오로지 기대감으로 부풀어올랐다면 이번 서장행은 걱정이 태산이였다.

1, 서장 서장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탄 비행기는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수를 번쩍 쳐들고 하늘 높이 올랐다가 마침내 서장땅에 무사히 착륙해주었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15분 전에 미리 준비했던 약을 먹었는데도 태양혈이 좀 아파오는 것 같았고 태공걸음을 하는 것처럼 발걸음이 이상해졌으며 술을 마신 듯 머리가 휭해나는 느낌이였다. 다행히 숨이 차거나 구역질이 나거나 하는 반응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높은 곳에 오르면 멋진 풍경도 많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으나 그런 멋진 풍경을 보려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대자연이 어찌 홀홀히 인간에게 모든 것을 허락할 수 있겠는가.

공항을 나오니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 유난해서 눈이 부셨다. 다른 곳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푸른 하늘이요 흰구름이였다. 해발고도가 높아서 더욱 진하게 푸른 그 하늘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마땅한 단어들이 떠올라주지 않는다. 손 내밀면 금방 푸른 물이 들어버릴 것 같은 지독한 푸르름이였다.

서장의 산봉우리들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고 우뚝 솟아있었다. 구름을 뚫고 거연히 솟은 산들은 그 위용이 대단한 것이였다. 대자연의 위엄에 한껏 주눅이 드는 순간이였다. 산허리를 껴안고 춤 추는 구름들을 보며 드디여 하늘과 제일 가까운 곳에 왔구나 실감이 났다.

서장, 그래 서장이여, 내가 왔노라!

나는 대뜸 사진 몇컷을 찍어 모멘트에 올려서 내가 서장에 왔음을 지인들한테 알렸다.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며 대소사(大昭寺), 팔각거리(八角街又名八廓街)를 돌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밖은 여전히 훤했다. 높은 지대여서 그럴가? 아니지. 이곳은 내가 사는 대련과 경도 차이가 있으니 시차도 차이가 있을게 아닌가.

서장은 경이로움투성이라는 것을 벌써부터 내게 은근히 보여주며 한껏 기대로 부풀게 만들어주었다.

2, 림지(林芝)

책에서만 보아온 림지는 언제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였다. 봄이면 복숭아꽃이 유명하다는 영상을 보며 처음으로 림지라는 지명을 알게 되였고 화면을 통해 본 림지는 내게 무릉도원 같은 곳이였다.

비록 봄이 지나서 이제 도화원은 볼 수 없었지만 도중에 의외로 활짝 핀 노란 유채꽃밭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지금껏 그렇게 큰 유채밭은 처음이였다. 눈뿌리 시게 펼쳐진 유채밭은 온통 노오란 꽃들을 흔들어주며 서장을 찾은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림지는 해발이 2900미터로 서장에서는 해발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산소가 충분한 곳이라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라싸에는 나무들이 자라지 못하는 산들이 많아 듬성듬성한 나무들이 꼭 가물에 콩 나듯 어설프기 그지없었으나 림지로 가는 길목에는 나무들이 눈에 띄게 많았고 막상 림지에 이르니 록음이 우거져 별유천지를 펼쳐주고 있었다. 하늘을 찌르는 설산과 푸른 융단을 욕심껏 들쓴 푸른 산이 대조적으로 서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유럽을 돌아보며 산 하나가 높은 곳에는 눈을 떠이고 낮은 곳에는 푸른 식물들과 이쁜 꽃들이 피여 참 가관이라 생각했는데 이 곳은 하늘 우에서 식물이 자라는 것 같은 풍경이 펼쳐져 관광객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구름 뒤에서 이따금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산봉들은 신비함 그 자체였다. 그나마 해발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라 실컷 산소를 들이킬 수 있어 너무 상쾌했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산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체감하는 순간이였다.

림지에서 투숙한 힐튼호텔은 아름다운 강을 바로 옆에 낀 호텔이였다. 창문으로는 안개를 포근히 두른 산봉우리들이 마치 당장 신선이라도 나올 듯이 바라보이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그 곁에 겨끔내기로 피여난 갖은 들꽃들이 생명의 찬가를 합창하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신선이렷다.

3, 바숭춰(巴松措)

림지에는 세상에 알려진 아름다운 경치들이 굉장히 많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그 곳의 신비한 호수 바숭춰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백두산 천지 모양으로 주변에 산들이 줄느런히 호위를 하고 있는 바숭춰는 비취색의 호수물이 단연 압권이였다. 호수물은 날씨의 변화에 따라 색갈이 변한다고 하는데 날씨가 맑으면 에메랄드빛으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장소를 이동하다보면 해빛의 반사에 의해 남색이 되기도 하고 회색을 띠기도 하는 바숭춰는 고원에 숨겨진 보석 같은 존재였다.

바숭춰로 떠날 때 비가 와서 좀 걱정이 되였다. 우리의 걱정을 눈치챈 관광단 단장은 우리의 마음을 풀어주느라 한 마디 롱을 했다.

<어제 이미 하늘에 통화를 해서 잘 부탁드렸으니 다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런데 그 롱담이 진짜일 줄이야. 우리가 호수에 거의 도착할 무렵 하늘은 언제 그랬나 싶게 비가 그쳤고 해님이 얼굴을 내밀었던 것이다. 푸르디 푸른 하늘 아래 푸르디 푸른 호수물을 마주한 우리는 야호 삼창을 웨치고 말았다. 나는 혹시 선녀들이 미역을 감다가 두고간 옷이라도 있을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있을 턱이 없지! 얼굴에 온통 주름투성이인 할머니도 마냥 싱글거리는 할아버지도 행복에 도취되여 셀카를 찍으며 야단이였다. 모두들 핸드폰을 꺼내들고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가 사진이 잘 나올 법한 곳만 나타나면 쏜살같이 달려가 찰칵찰칵 사진들을 찍어댔다.

관광객들이 많을 줄로 알았는데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7월초는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 7월 하순쯤 되면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그야말로 발 디딜 자리조차 없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간 것은 7월초라 너무 덥지도 않았고 춥지도 않았으며 관광객들 또한 많지 않아 관광으로는 아주 적기였다.

아름다운 바숭춰야, 언제든 본색을 잃지 말고 늘 이렇게 맑고 깨끗해다오!

4, 불장사구(佛掌沙丘)

불장사구는 림지에 있는 작은 모래산이다. 멀리서 보면 가운데가 좀 넓고 량끝이 삐죽하니 생긴 것이 방추형을 이루고 있었다. 한없이 부드럽고 흰 모래들이 조그만 산을 이루고 있는 것이였다.

산우에 이런 바다모래가 있다니!

가이드의 말에 의문이 풀렸다. 본래 이 곳은 예전에 바다였을 것이라고 한다. 대륙이 륭기되면서 청장고원이 이루어졌고 희말라야산은 지금도 해마다 계속 자란다고 하니 가이드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모래산에 발을 내디뎠다. 거기에는 카딩카가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겁이 나기도 했으나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타보지 않으면 평생 유감이 될 것 같아서 선뜻 올라탔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못해 비칠거리다가 차츰 힘과 방향을 조절하는 것이 익숙해지자 카딩카는 슈웅 하고 내달렸다. 멀리 설산들도 희끗희끗 지나고 구름산도 꿰질러나가는 듯 했다. 아하, 이 멋이로구나!

하얀 설산과 누런 모래산과 푸른 산, 그리고 그 속을 달리는 나는 혼연일체가 되여버렸다. 그것은 실로 평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신비한 체험이였다. 그리고 그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견한지 몰랐다.

카딩카 드라이브를 마치고 모래산 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생각 밖으로 산은 꽤 높았다. 나는 본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려고 생각했으나 두려운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말았다. 랠 모레가 60인데 어린애처럼 모든 것을 다 해보려고 칭얼거릴 수는 없지. 황차 부족의 미라는 것도 있지 않는가.

오늘 비가 내렸기에 모래가 날리지 않아 좋았다는 가이드의 말에 일확천금을 한 기분이였다. 마른 모래가 날리면 눈도 불편하고 카딩카 운전조차 힘들다고 하니 이런 안성맞춤이 또 어디 있을가 싶었다.

5, 양줘융춰(羊卓雍措)

천국의 계단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가? 라는 생각을 하며 양호(洋湖-양줘융춰를 간단히 양호라고도 함)로 가는 길에 올랐다.

시집이 연변 룡정 삼합이라는 곳에 있어서 오랑캐령을 자주 다녔는데 이곳을 큰 오랑캐령이라고 하면 어떨가 싶었다. 삼합으로 가는 오랑캐령보다 훨씬 크고 해발도 높으니 말이다. 늘차고도 커다란 굽인돌이를 계속 빙빙 돌며 가는 길은 꼭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였다.

하늘이 가까워오고 구름이 가까워온다. 푸른 산에서 유유히 먹이를 찾아다니는 야크(牦牛), 그네들에게는 이 세상이 모두 자기네 소유인듯 하다. 고속도로에서도 느릿느릿 조금도 눈치를 보는 법을 모르고 자기 갈길을 간다.

하늘은 당금 닿을 듯 하면서도 우리가 얼마쯤 올라가면 다시 더 높아져서 히뭇이 웃고 있었다. 왜 하늘인지 알 것 같았다.

4998미터 높이에 아름다운 호수가 덩그러니 누워 있었다!

양줘융춰는, 온통 푸르른 빛으로 그 큰 눈을 슴벅이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이토록 순수한 호수가 있을가. 이토록 순박한 호수가 있을가. 이토록 때 묻지 않은 시골처녀가 있을가.

갑자기 그 속에 풍덩 뛰여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다음 순간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그 품에 안겨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호수는 너무 신성했다. 자칫 거기에 티가 묻을가봐 걱정이 된다.

새침한 도시처녀처럼 도고하지도 않고 우아하면서도 따스한 성정미를 갖춘 양호! 그토록 유혹하면서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게 만드는 끼끗한 존재인 양호!

높은 곳에 절경이 있다는 말은 천만번 진리이다.

6, 부다라궁

서장의 상징이요 장족문화의 대변인인 부다라궁은 그 의연함으로 관광객들을 압도한다. 부다라궁에 가지 않으면 서장에 갔다고 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부다라궁은 사전예약이 되여야 입장이 가능한 곳이다. 다행히 우리 일행은 오전 9시로 예약이 되여서 안도하게 되였다.

부다라궁의 벽면은 생각보다 희여서 물어봤더니 해마다 신도들이 우유, 꿀, 장홍화, 석회 등을 일정한 비례로 섞어서 벽에 칠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벽에서는 설핏한 우유향이 나는 것 같았다. 어라? 그럼 개미 따위 벌레들이 달려들지는 않을가? 그런데 그것은 부질없는 근심이였다. 그 곳은 해발이 하도 높아서 작은 벌레들이 서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였다.

부다라궁의 높이는 110미터이고 모두 13층으로 되여 있었는데 12층까지만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안에서는 카메라, 핸드폰 등 일체 사진촬영이 금지되여 있었다. 지금까지 장장 1300년의 력사를 자랑하는 이 웅위로운 건축물을 옛 사람들이 그 어설픈 장비와 기술로 지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선인들의 지혜에 다시 감탄이 쏟아지는 대목이였다.

부다라궁의 내부는 주로 빨강 노랑 하얀 검정 네 가지 색으로 되여 있었는데 붉은색은 용기와 정권을 상징하고 노란색은 번영창성을, 흰색은 평화를, 검은색은 엄숙을 상징한다고 했다.

부다라궁에 들어서면 마음이 자연스레 경건해지고 발걸음조차 조심스러워진다. 라마교의 성지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관광단에서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했고 모두들 주어들은 소문들로 나름대로 준비를 잘한 덕에 우리는 서장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원인 청장고원이 품고 있는 절경은 짧은 관광코스로 다 풀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거기에는 자연경물과 인문문화와 장족들의 지혜가 숨 쉬고 있어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언제든 다시 서장으로 갈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선뜻 다시 나설 것이다. 이번에는 경치만 보고 가지만 이제 다시 온다면 나는 서장이 품고 있는 인문지리력사에 관심을 가지고 더욱 깊은 서장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내 나이가 쉰을 넘든 일흔이 되였든 상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