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월의 끝자락에서
发布时间:24-05-14 10:44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수필

2월의 끝자락에서

(광동) 김금단

2월은 겨우내 잠들었던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이다. 산과 들에서 나무가지들이 으쓱으쓱 기지개를 켜며 뾰족뾰족 새싹을 내밀고 오밀조밀 꽃을 피워 새봄을 맞는다.

며칠 전부터 친구와 주말에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북으로 500여리 떨어진 강서성과 린접한 광동성 하원 연평의 복숭아절 행사모임을 골랐다.

장 보러 가는 날이 비오는 날이라고 하더니 금요일에 기온이 급하강하여 목요일의 반팔로부터 금요일 겨울 등산복으로 갈아입었으나 갑작스런 기온의 변화에 몸이 미처 적응을 못했는지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칼로 베는 것처럼 아팠다. 모멘트에서 본 닝게르 병사리가 순간 머리에 떠올랐다. 나 역시 독감이 아닐가 하는 생각으로 얼른 감기약을 복용했다. 약에 수면제가 들어갔는지 하루 종일 잠만 몰려와 내내 자기만 했다. 친구한테 래일 아침 몸이 회복되는 정황을 봐가며 갈 수 있는지 알려주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빨리 몸을 춰스려야겠다는 나의 욕구가 강렬했던지 아니면 약을 제때에 먹고 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 잔 덕분인지 토요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새벽 4시반이였다. 목이 안 아픈 것 같았고 온 몸이 나른하던 증상도 없어진 것 같았다. 친구한테 몸이 괜찮아진 것 같으니 오늘 함께 갈 수 있다고 문자를 보내고 날씨를 알아보려고 거실 베란다문을 여는 순간 찬 바람이 안겨왔다. 광동에 처음 왔을 때는 무덥고 습기 많은 날씨에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오랜 시간동안 적응하면서 정이 들다보니 지금에는 광동의 날씨가 그래도 고향의 날씨보다 좋다. 연평과 위도차이가 있어 옷을 든든히 껴입야만 할 것 같았다. 얇은 청바지 하나만으로는 추위에 달달 떨릴 것만 같아 겨울에 별로 입지 않는 내복을 챙겨 입고 모자 달린 등산복까지 챙겨 입었다.

몸에 감기기가 조금 있어도 정작 출발해서 밖에 나오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목적지가 가까워짐에 따라 들이며 산과 들을 연분홍으로 이쁘게 장식한 2-3메터 높이의 가지를 옆으로 길게 뻗은 모양의 복숭아나무들이 시야에 안겨오면서 복숭아나무 재배가 연평인들의 삶의 젖줄기임을 알게 되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손이 시려왔고 귀가 얼얼해왔다.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등산복 모자를 눌러썼다. 입구에서 따끈하게 구운 감자지짐이며 땅에서 금방 뽑아낸 마늘이며 당지 특산물들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복숭아꽃들이 만발하는 꽃의 세계였고 심술을 부리고 있는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워낸 작은 새 생명들이 숨쉬고 있는 봄의 세계였다.

복숭아꽃을 바라보며 문득 어릴적 부르던 “고향의 봄” 가사가 떠올랐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동년시절 함께 제기 차고 술래잡기 하고 부르하통하에서 뛰놀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가 궁금해났다. 나의 아스라이 먼 동년의 추억이 묻힌 고향, 부모님 계신 고향은 힘들 때 생각하기만 해도 따뜻해나고 힘이 되는 곳이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끌려 사진을 찍을 때에는 손이 외부에 로출될 수밖에 없었다. 앙증스럽고 가녀린 몸으로 이슬을 머금고 파르르 떨면서 생에 올인하고 있는 복숭아꽃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순간 생명의 신비로움과 왕성함과 강인함에 저도 몰래 고개가 숙여지면서 자신이 왜소해짐을 느꼈다. 추울세라 여러겹의 옷을 입고서도 위도차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체중이 54kg인 커다란 체구의 나와는 달리 옷 한벌 걸치지 않고 알몸으로 세상을 향한 삶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작디작은 복숭아꽃을 마주하고 서서 얼마나 혹독하고 가혹한 추위를 스스로 이겨내고 이렇게 피였을가고 생각하니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과 환희가 느껴졌다. 여직껏 봄이 되면 꽃은 스스로 피는 줄로만 알았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서 체험하고나서야 복숭아꽂은 자연과의 치열한 싸움끝에 피는 줄을 뒤늦게나마 알았다.

하늘 향해 매끈하게 뻗은 참대나무 숲을 바라보며 이름모를 갖가지 나무들을 키우고 있는 산들을 넘나들며 친구와 때로는 나란히, 때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었다. 유채화꽃, 오얏나무꽃이 만발한 터밭이며 한가하게 먹이를 찾아 다니는 닭떼들은 언제 봐도 싫지 않을 것 같은 정겨운 시골의 풍경이다. 평생 지각 한번 없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납기가 급할 때면 늦은 저녁 시간에도 메일을 받고 회사에 나와 오다 발주를 진행하면서 업무에 최선을 다하느라고 하지만 과정은 무시된채 결과로만 모든 것이 평가가 되는 현실에서 해외 바이어로부터 마음이 와장창 동강나던 날의 멍 때리던 느낌의 지난 시간들도 인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훌훌 떠나보낸다. 사람이라는 뜻의 인(人)과 나무라는 뜻의 목(木)으로 조합된 중문 글자 휴(休)를 떠올려보며 티없이 순수하고 맑은 대자연의 나무들을 찾아 휴식을 취하면서 대자연속에서 지나온 삶을 성찰하며 되돌아보는 휴식시간을 가지라는 뜻에서 조합된 글자가 아닐까고 나름대로 혼자만의 생각을 조용히 가져본다.

9키로메터 지점에 도착해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잠간 휴식하고나서 다시 출발했다. 길옆에서 화로에 마른 복숭아나무들을 모아놓고 모락모락 연기 피여오르는 곳을 발견하면 어김없이 두 손을 내밀고 불을 쬐였다. 아주 잠간이라는 순간만으로도 언 손은 금방 녹아든다. 살면서 부딪치는 얼어들었던 순간들의 느낌도 이렇게 그때그때 따뜻하게 불을 쬐이면 바로바로 녹아들 것만 같다.

출발지점 12키로메터되는 곳에 도착해서 두갈래의 길중 6키로메터를 더 걸어 중국지도 모양과 흡사한 마지막까지 걷는 길을 택했다. 마음이 끌려가는 곳이 있거나 힘내면서 걸을 수 있도록 응원의 힘을 실어주는 그 누가 봐도 첫눈에 반할 연분홍의 이쁜 표어판이거나 굽인돌이를 돌아서면 종점이 아닐가 하는 생각을 버리게 하는 메터수를 알려주는 표시판이 나타날 때면 기념으로 사진들을 남겼다. 높은 산을 향한 길에서 속도를 다그치니 웃몸이 땀에 흠뻑 젖는 느낌이 들었다. 이슬비가 약간씩 내리다보니 조금은 질척해진 하산길을 한동안 조심조심 내려와야만 하였다. 종점에 도달하니 축하한다면서 누군가가 동영상을 찍어주며 공유해주어서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선물로 받았다.

시끌벅적한 도시의 생활을 떠나 어디로 출발한다는 것은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기에 도시에서는 시간이 빨리 가지만 대자연에서는 시간이 더디게 감을 느끼게 된다. 한계에 부딪쳐 힘이 들 때면 다음에는 어디로든지 출발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고 싶고 결국에는 또 대자연으로 찾아 출발하고 또 후회하고 이렇게 후회와 실천이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행위가 출발인 것 같다.

2월의 끝자락에서 친구와 오랜만에 마음을 나누고 시간을 함께 한 봄의 꽃세계에 파묻힌 조금은 힘든 20키로메터의 하루 일정이였지만 가혹한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생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복숭아꽃의 모습에서 생명을 위한 몸부림을 읽었고 생명이란 무엇보다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였다. 때로는 업무가 잘 풀리지 않아 자갈밭길을 걷는 심정으로 혼자 넘기기 힘들었던 시간들도 스스로 따뜻하게 보듬고 넘어가야 할 피할 수 없는 삶의 한쪼각임을 알게 되였고 지난 겨울의 추운 기억을 마음 속에서 밀어내고 비울 수 있음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