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색희극은 혁명정신을 계승하고 대중의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문화예술 매개체이다. 훌륭한 홍색희극 작품은 모두 력사에 뿌리를 둔 ‘사실적 묘사’와 정신을 승화시키는 ‘서정적 표현’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이다. 따라서 창작과정에서 사실성과 서정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아우르고 력사의 진실함과 예술적 미학을 어떻게 통일시킬 것인가는 홍색희극 창작의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최근 제작되는 많은 홍색희극들을 보면 사실성을 강조하다가 력사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은 듯 지루한 기록물로 전락하거나 반대로 서정성을 좇다가 온갖 예술적 기교를 람발해 그저 기술을 뽐내는 공연이 되여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극단을 피하고 두 요소를 완벽히 조화시키기 위해 창작자는 무엇보다 주객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례를 들어 당사의 력사적 정론이나 중대한 전투, 렬사의 생애, 결정적 선택과 같은 핵심 사료는 반드시 사실에 기반해야 하며 결코 마음대로 수정해서는 안된다. 반면 혁명가들의 의식주와 일상,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나 남녀간의 사랑 같은 삶의 세부적인 모습들은 적절한 사실적 묘사를 더해 유연하게 풀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혁명가를 정형화 된 서사에서 벗어나 따뜻한 인간미와 온기를 지닌 인물로 립체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정신적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서정적 표현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서사의 속박에서 벗어나 무대 미장센과 조명 디자인, 상징적인 무대 움직임과 양식화된 연기를 통해 혁명가의 국가에 대한 신념과 숭고한 희생정신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현실의 원형에 얽매이지 않고 시적인 표현을 통해 인물의 내면심리를 극대화함으로써 정신적인 승화를 이루어내는 작업이다.
례를 들어 무용극 <영원히 꺼지지 않는 전파>는 이러한 사실성과 서정성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작품이다. 사실성 면에서는 민국시기 상해의 골목과 다락방의 무선 전송실, 지하잠복의 일상을 그대로 재현해내며 사실적인 디테일로 이야기의 신뢰도를 탄탄하게 다졌다. 반면 서정성 면에서는 움직이는 빛의 줄기로 보이지 않는 전파를 형상화하고 절제된 2인무로 혁명가 부부의 애틋하고도 절박한 사랑을 함축적으로 표현해냈다.
대본창작의 관점에서 보자면 ‘큰 사건은 사실에 충실하되, 감정과 의지는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사실과 서정의 균형을 맞춘다’는 원칙 아래 영웅들의 평범한 일상을 더 많이 묘사할 필요가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한 순간, 빛바랜 편지를 보며 품는 그리움, 막다른 절벽에서 보이는 인간적인 본능 등을 디테일하게 그려냄으로써 영웅에 대한 정형화 된 편견을 지워내는 것이다. 오페라 <영웅>에서 혁명가 하맹웅을 묘사한 방식이 좋은 본보기이다. 사실적인 부분에서는 사료를 엄격히 고수하며 렬사가 감옥에서 순국하기까지의 삶의 궤적을 복원하고 부모와 자식에 대한 애끓는 아픔과 미련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반면 서정적인 부분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한 이중창과 몽환적인 조명을 활용해 그가 먼저 떠난 안해 무백영과 나누는 생사를 초월한 그리움을 담아냈다. 이처럼 사실과 서정 사이를 서두르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내며 인물 마음 깊은 곳의 시적 정서를 발굴할 때 관객들은 영웅이 사실과 서정의 교차점 속에서 어떻게 평범한 인간의 바탕 우에 불멸의 영광을 쌓아올렸는지를 깊이 체감하게 된다.
선렬들의 영웅적 사적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경극 <향경여>, 청춘의 찬가를 그려낸 민족 무용극 <열혈당가>, 홍군과 백성의 끈끈한 유대를 군이불 한채로 풀어낸 곤극 <반장의 이불>, 목숨을 바쳐 신념을 지켜낸 상극 <충성의 길> 등도 모두 사실성과 서정성의 조화라는 면에서 훌륭한 성취를 거둔 작품들이다.
홍색희극을 창작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사실성과 서정성을 단절시키거나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창작자는 력사에 대한 경외심을 품고 그 본연의 가치를 굳건히 지키는 동시에 예술적 표현에 있어서도 대담한 탐구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즉 사실적인 묘사로 살아 숨 쉬는 인물을 바로 세우고 서정적인 표현으로 숭고한 정신적 경지를 구축함으로써 려사의 진실을 지키고 정신의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이처럼 사실과 서정이 조화를 이루고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상호 보완될 때 비로소 두 요소는 완벽한 균형을 이룰 수 있으며 나아가 작품은 력사의 엄격한 검증을 견뎌내고 사상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의 눈부신 상생을 이뤄낼 수 있다.
중국문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