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수필
마음이 무거우면 (외 2편)
(훈춘)김동진
살다보면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다. 대체로 하고저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갈수록 수미산일 때 마음이 안타깝고 무거워나는 거다.
력사적인 비장한 사건이거나 시대적인 특수한 사명과 같은 모종의 엄숙하고 심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주어진 삶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분투과정에서 마음이 무거워 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 하겠다.
워낙 크기가 제한된 마음그릇인데 이것 저것 욕심이 나서 자꾸만 주어담으려 하니 그 마음주머니가 어찌 무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음이 무거우면 정신이 흐릿해 나고 가슴이 답답해 나며 사맥이 나른해 지므로 마음을 가볍게 하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마음을 가볍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마음을 쉬우는 것이다. 마음도 몸이 피로를 푸는 것처럼 가끔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즉 마음의 휴식 즉 마음쉬우기로 마음비우기를 잘해야 하겠다. 이따금 마음띠를 풀어놓고 온갖 잡념으로 무거워진 마음을 조금씩 비우면서 하늘풍경을 쳐다보라. 그러면 마음이 무거울 때 보이지 않던 눈부신 해님과 흘러가는 구름과 날아예는 날새들이 보일 것이다.
마음비우기를 잘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즐겁다. 그러면 몸도 가벼워지고 머리도 가벼워지고 걸음도 가벼워진다.
어깨를 만져보며
나는 살아오는 동안 나의 어깨로 얼마나 많은 물건을 메고 다녔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번도 나를 위해 말없이 수고한 어깨를 보고 감사하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인체의 오장륙부와 사지오관 그리고 머리, 허리, 손과 발에 대해서는 그 용도와 가치에 대해 여러가지로 좋은 말을 많이 했지만 어깨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다.
어깨란 두 팔이 몸에 붙어있는 자리에서 목까지의 부분으로 인간이 영위하는 생활을 위해 봉사와 헌신으로 한몫을 크게 감당해 왔다.
생산력의 전례없는 발전으로 하여 운수와 적사의 기계화작업이 사람의 육체적 부담을 많이 덜어주는 오늘에 와서도 어깨는 여전히 사용하기에 가장 간편한 운반공구로 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어깨가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런즉 이제부터라도 가끔은 두 손으로 어깨를 만져주기도 하면서 관심하고 사랑해야겠다.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말없이 자신의 위치와 의무를 지켜왔고 또 지켜가는 어깨이고 보면 그 사상과 정신에 가히 ‘고상하고 위대하다’는 규정어를 달아 찬미할 수도 있으리라!
우리 집 물항아리
지금으로부터 60여년전, 아버지가 중환자인 우리 집은 봉화라는 시골에서 빚이 제일 많은 집이였다. 그러다가 1963년 내가 고중를 마치고 농민이 된 2년 만에 묵은 빚을 다 갚고 1백여원의 분배돈까지 탔다.
엄마는 그 돈으로 우선 일곱식솔의 옷감을 한견지씩 사고 남은 돈은 이불 속에 감추었다가 큰 마음 먹고 오래동안 별러오던 오지독을 사오시 였다. 그것도 기차를 타고 두시간을 가야하는 목단강에 가서 사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자의 힘으로도 다루기 힘든 그 무거운 오지항아리를 섬약한 녀자의 힘으로 어떻게 목단강시내 한복판에서 기차정거장까지 이고 나오셨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역전 구름다리를 넘어 기차에 올려놓았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무거운 것을 이고다니는데 이골이 난 우리 민족 녀인들의 외유내강의 초인적인 힘이였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엄마는 그 무거운 것을 이고 오시였고 그때로부터 금이 가서 세면으로 땜질하고 쇠줄로 동인 우리 집의 낡은 물독이 자취를 감추었다.
이런 엄마의 물항아리가 그후 나를 따라 녕안을 거쳐 훈춘으로 이사를 왔고 지금은 큰딸애가 할머니의 유물이라고 자기집 옥상에 모셔 놓고 있다. 할머니의 옛말이 깃든 골동품대우를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