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주추돌>도 수필이 된다
发布时间:25-05-13 08:16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단평

<주추돌>도 수필이 된다

(할빈)한영남

손봉금의 수필 <주추돌>은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일상에서 형제들끼리 모임을 가지고 즐기다가 동네 친구의 삼촌이 나타나 너희 아버지는 주추돌 같은 분이셨다고 해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본다.

그렇게 떠올린 주추돌은 말 그대로 아버지 그 자체였다.

우리는 흔히 어머니는 강이고 아버지는 산이라고 표현을 해왔었다. 또 아버지는 하늘에 비유하고 어머니는 바다에 비유해왔었다. 문학은 창작이므로 남들이 해왔던 표현을 그대로 쓰면 답습이 되고 식상하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땅 속에 묻혀 보이지도 않지만 그 역할을 거뜬히 해내는 주추돌을 아버지에 비유한 것은 굉장히 멋진 표현이고 수필적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수필은 자잘한 일상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 것으로부터 비롯되는 자신만의 생각을 길어올려야 수필구실을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손봉금의 수필 <주추돌>은 실로 수필로서의 구실을 ‘주추돌’마냥 거뜬히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수필에는 화려한 미사려구 따위가 전혀 없다. 오로지 담담한 어조로 추억을 떠올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주추돌 하나에 기대여 조곤조곤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담백한 서술이 이 수필로 하여금 독자들한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면서 수필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수필이 꼭 억수로 감동적인 이야기여야 한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수필의 정의로부터 들여다봐도 수필은 우리들의 일상에서 받아안게 되는 감수를 자유로이 표현하는 글이라고 되여 있다. 힘을 너무 많이 준 수필이 그래서 독자들의 감동을 자아낼지는 몰라도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리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손봉금의 수필 <주추돌>은 자잘한 이야기의 자잘한 감동으로 하나의 메세지를 독자들에게 올곧이 전달해주는 따스하면서도 감성적인 수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