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푸른 하늘에서도 비를 부르는 <비>
发布时间:25-04-15 08:29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만평

푸른 하늘에서도 비를 부르는 <비>

(할빈)한영남

지난 세기 8,90년대는 중국조선족의 문학전성기였다. 개혁개방이 시작되면서 서방의 문예류파들을 접하면서 중국인들은 그 동안의 철학결핍증과 예술결핍증을 동시에 해결하려는듯 다양한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져나오던 시기였다.

1984년 12월 27일에 발족한 <문학청년동인회>는 김훈, 최홍일, 리철룡, 리광수, 진설홍, 김경련, 송춘남, 김관웅, 김호웅, 우광훈, 홍천룡, 김철부, 류흥식, 리혜선, 리선희, 윤정삼, 류연산, 조성희 등 멤버들이 활약했고  곧이어 고고성을 울린 <연길오월시사>(후에 <연길청년시회>로 개칭함)는 석화, 리임원, 리성비, 김인선, 주성화, 주룡, 박장길, 림금산, 주향숙 등 멤버들로 주축을 이루고 활발한 문필활동을 이어갔다. 연변의 각 현, 시들에서도 나름의 동아리를 무어 문학활동을 개시했고 흑룡강에서는 한춘시인을 필두로 <자각시사>가 조직되여 흑룡강조선족시인들의 길라잡이역할을 하고 있었다.

조선족들이 한국문학을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무렵이였다.

다소 딱딱하다고 여겨지던 우리의 문학언어들이 한국식으로 많이 부드러워지고 있었고 백가쟁명 백화제방의 슬로건에 맞게 용감한 작품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그 무렵 양은희선생은 <비>라는 수필을 써내 조선족문단에 자그마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때는 아직 수필이 조선족문단에 정식으로 자리매김을 한 상황이 아니였고 한국의 수필들을 본따 수필을 쓰던 시기였다. 조선족으로 맨 처음 내놓은 수필집은 길림의 문창남시인이 펴낸 <동집게>였고 조선족문인들 가운데서 김학철선생이 그중 많은 수필을 쓰셨고 녀성작가들로는 리혜선, 리선희, 리화숙, 양은희 등 작가들이 업여적으로 수필창작을 하고 있었다.

시대상황을 이야기하다보니 서론이 장황해졌다. 각설하고.

양은희의 수필 <비>는 슬플 비(悲)자로부터 자신의 신변이야기들을 두런거리면서 동서고금의 비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거기에는 철학이야기도 나오고 시인의 시도 인용되고 있으며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도 끌어오고 있다.

자칫 두서없을 것 같은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수필은 시종 슬플 비자를 둘러싸고 탄탄하게 조직되고 있기에 굉장히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이 수필에는 서정도 있고 감동도 있고 기승전결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어 수필의 한 보기가 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수필(隨筆)을 말 그대로 <붓 가는대로 쓰는 글>이라고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수필에도 엄연히 룰이 존재한다. 수필의 3대 요소라고 하면 주제, 문장, 인간미를 꼽고 있다.

양은희의 수필 <비>에서 보면 주제가 선명하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감, 비애, 비참 등과 관련되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그런 것들이 사라진 보다 좋은 세상을 갈구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선명하다는 것이다.

그담 전반 글은 미려하고 미끈해서 걸림턱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에 떠오른 자기의 생각을 그대로 쭈욱 적어내려간 느낌이다. 순통함을 넘어서 매끈하다. 게다가 감칠맛까지 난다.

그리고 이 수필에는 인간미가 철철 넘친다. 타인에 대한 사랑이 없는 사람은 결코 써낼 수 없는 글이 바로 이 <비>라는 미문인 것이다. 이 수필은 처음부터 타인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앞세워 그들의 불편하거나 비감한 감정들을 상냥하게 어루만져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필들은 어떤가. 어떤 이야기만 늘여놓고 그 것을 수필이라고 한다. 물론 이야기가 수필에 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수필은 무엇보다 먼저 그 이야기를 통한 작자의 느낌이나 주장 또는 견해가 따라주어야 진정한 수필이 되는 것이다.

또 감동만 고집하는 수필도 많다. 그러나 감동이 수필의 제1요소라고 착각하면 곤난하다. 수필에 동원되는 이야기가 감동이야기일 수는 있다. 그러나 꼭 감동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려고만 한다면 자칫 감동만 추구하다가 수필의 기타 요소들을 백안시하는 우를 범하게 될 소지가 다분해진다.

무려 30년 전에 <문학과 예술>잡지에 발표된 양은희의 수필 <비>는 그래서 지금의 우리한테 여전히 수필의 좋은 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