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움직이는 모든 것은 아름다워라
(할빈)한영남
우스운 이야기 하나를 해야겠다. 전에 한 교수가 수업 중에 세상의 모든 작은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고 열변을 토했는데 그 말을 듣고 있던 학생 하나가 조용히 질문을 했다.
“교수님, 그렇다면 이(虱子)도 아름다운가요?”
물론 당황해낸 교수는 적당히 얼버무려서 그 난처한 국면을 피해갔다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절대적이지 않은 것이다.
조금 황당한 이 이야기가 필요한 까닭은 제목을 <움직이는 모든 것은 아름다워라>라고 달아놓았으니 그렇다면 움직이는 쥐거나 승냥이거나 그런 것들도 아름다운가는 질문이 나올 것을 념려해서이다.
물론 그렇게 꼬집는다면 <모든>이라는 단어가 사라져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게 워낙 오묘교묘신묘스럽기 짝이 없어서 절대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세상에서 움직이는 것들은 다 아름다워보이는 법이다.
길가 가로수 밑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분주히 움직이는 개미들을 발견할 수가 있다. 그런 개미들은 일개미로서 녀왕개미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움직이며 일을 하는 것이다. 전체 개미집단의 먹거리 해결부터 굴파기, 주변정찰까지 그야말로 기률이 엄격한 군단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각자 맡은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 개미들은 실로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땅에서는 개미이고 하늘에서는 꿀벌이다. 꿀벌의 근면성은 세상이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바이다. 꿀벌은 꿀 1킬로그램을 채집하기 위해 140만킬로미터를 날아다니며 400만 송이의 꽃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물론 꿀벌 한 마리가 1킬로그램의 꿀을 빚는 것이 아니라 벌꿀 1킬로그램을 위해 꿀벌들이 지불한 대가가 합산으로 그렇다는 얘기이다. 우리가 쉽게 숟가락으로 떠먹는 그 꿀은 바로 꿀벌들의 그와 같은 헌신정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얼마나 갸륵한가.
예쁘디 예쁜 꽃도 바람에 흔들리며(움직이며) 뿌리로 수분을 빨아들이고(움직이며) 꽃잎을 통해 해빛으로 광합성작용을 진행해(움직이며) 필요한 영양물질을 획득하여 서어장하고 꽃을 피우는 것이다(움직이는 것이다).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질거리는 조약돌도 수많은 물의 손길이 와서 자꾸 어루쓸어서 만들어준 것이다. 그럴진대 조약돌이나 수석의 탄생 역시 움직임을 떠날 수 없다.
호박을 본 적이 있는가. 곤충들이 쉴참에 갑자기 떨어진 송진에 의해 박제가 되고 그렇게 송진에 의해 덩어리가 된 다음 그야말로 긴긴 세월의 세례를 받아 비로소 탄생하는 호박, 호박이야말로 정지된 움직임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셈이 아닌가.
사람이라고 다를가. 우리 말 속담에 자는 사람(정지) 몫은 없어도 나간 사람(움직임) 몫은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예로부터 타인의 질타를 받았다는 의미이고 가족을 위해 집단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 사람은 언제든지 그 공을 인정받았다는 반증이 되겠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보면 생각만 하고 직접 실천하기를 죽어라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지만 정작 행동에는 옮기지 않는 사람들이다.
생각만으로 헬렌 켈러(미국의 저명한 맹인작가. 주요 작품으로 <내가 만일 사흘동안만 볼 수 있다면> 등)가 그처럼 위대한 족적을 남길 수 있었을가?
아이디어만으로 빌 게이츠(미국인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시자. 2009년 600억딸라의 개인재산으로 세계부호 1위에 등극. 1초에 150딸라정도 벌기에 100딸라짜리 지페가 땅에 있으면 허리 굽혀 주을 가치가 없다고 비유되기도 함) 세계 최고의 CEO가 될 수 있었을가? 그들이 위대한 리유는 그들의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남달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실천 때문인 것이다.
99%의 평범한 사람들 역시 수천가지 좋은 멋진 훌륭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실천하지 않는다. 반면 1%의 특수한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생각을 반드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사례라 해야겠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아름답게 보아줄 때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