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십자로의 환상
(할빈) 설금옥
오늘도 출근길이다. 숨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의 차량행렬은 초마다 바뀌는 빨강, 노랑, 초록의 신호 따라 정지, 회전, 직진의 순간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도 파이팅!
“나혼자 부지런한 꿀벌인가 했는데 십자로에 오고가는 사람들, 꼬리 물고 질풍같이 달리는 차량들, 부지런한 꿀벌들이 많네.”
“고마워, 나의 동반자들아.”
언제나 혼자서 마음의 근육을 키워가며 행복을 만들어가는 환상 속에 잠겨 삶의 자아가치를 찾아 영글영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 나의 생활의 태도다.
십자로에 오고 가는 사람들, 오늘도 꿀을 빚을 꽃들을 찾아다니느라 바삐 서두르고 있겠지, 저 꽃은 내거다, 이 꽃은 내거다 하면서 말이다.
나는 어떤 꽃을 찾아야 할가!
사실 이런 아름다운 화면들은 두달 전의 정경들이다. 오늘은 학교담당이여서 출근길중이다. 방학인지라 오래동안 집안에 파묻혀 바깥세계가 방학한 날부터 정지화면인 상태이다.
파랑
노랑
빨강
전에 화려한 느낌이 점점 멀리 사라지고 수라장이 된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분위기가 징글스러운 거마리처럼 내 몸으로 파고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꽃들이 떨고 있다. 으스스 떨고 있는 모습들이 옷을 벗은 녀인처럼 오싹 소름이 돋아난다.
십자로에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사면팔방으로 쭉쭉 뻗은 휑뎅그렝한 도로들은 너도 나도 애정어린 시선으로 두리번두리번 오고가는 차량들과 사람들을 마치 련인 기다리듯 초조한 모습들이다.
이어서 차량 한대 정지, 또 한대 정지다! 또… 깜깜 보이질 않는다.
인간으로서 우린 모두 무엇이 되고 싶어한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어한다.
또 인간은 참 묘한 존재라고 생각된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때때로 내게 찾아와 가슴을 휘저어 놓고 가는 가랑머리 어린 소녀로만 있는 그 시절 속의 나를 환상하며 살아왔던 시기로부터 어떤 인생의 거울로 다른 한면의 나의 모습 떠올려 보게 된다. 벌써 희긋희긋 흰머리가 콩나물 크듯 우쑥우쑥 자라고 그나마 점잖고 우아하게 보여진다.
이렇게 지금 어쩐지 이따금 환상적인 화면들이 두서없이 토막토막 떠올린다. 그러면서 인간세계가 모든 것이 응당이라는 것을 알았고 누구나 도와주면 은이고 도움을 받지 못해도 주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도 리해된다. 영원을 추구하지 못하고 세상만물이 모두 쉴새없이 변화를 가져오고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나에게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세상을 무미하게 살아가지 말라는 나에 대한 뜨거운 우정의 표시일가 싶기도 하다. 건강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름다운 생활을 동경하는 마음은 인간들의 추구하는 처음의 마음이요 지고지순의 마음일 게다.
매일 퇴근후 여가시간에 요가하고 벨리 댄스 등 헬스클럽에 다니면서 색다른 친구들이랑 인생의 즐거움을 함께 하느라면 이런 인생도 또한 환상적이면서 현실적으로 추수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진 삶이라고 생각도 되면서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었었다.
인생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서 포기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은 그 어려움이나 곤난같은 것을 용기를 가지고 마주 향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나도 나다운 나가 될 것이고 그대도 그대다운 그대가 되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탄탄대로를 활주하는 비행기가 아니다. 적어도 어떤 어려움을 진지하게 해결해나가고 부딪치는 가운데 해결책을 찾고 더 좋은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듯 열과 랭으로 엉클어진 "십자로"에서 "환상"과 매치시켜야 사회는 더 발전할 것이고 적중되는 참신한 봄이 찾아오기도 할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