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수필
천성
(봉성) 장문철
엘리베터가 내려가다 12층에 멈추었다. 한 소년이 손에 콩알 같은 것을 담은 그릇을 들고 탑승했다. 고양이먹이란다. 동네에 버려진 고양이가 가엽고 측은해서 가져다주는 거란다. “고양이는 천성이 쥐잡이인데 네가 먹이를 주면 배가 불러 쥐를 잡지 않는다”고 하니 소년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내가 어릴 때였다. 집에 쥐가 성했는데 천반 우에서 쥐들이 너무 소란을 피워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한번은 천반도배지에 구멍이 뚫리면서 큰 쥐 한마리가 방바닥에 떨어진 적도 있다.
이튿날 어머니는 옆집에서 얼룩 고양이 한마리를 얻어다 구멍난 천장 우에 올려 보냈다. 그랬더니 그처럼 극성부리던 쥐들이 다 어디로 잠적했는지 금방 조용해졌다. 그후 우리 집에서도 고양이를 기르게 됐다.
어느날 온돌방 삿자리 우에서 고양이가 큰 쥐 한 마리를 잡아가지고 놀고 있었다. 쥐가 달아나면 냉큼 달려가 앞발로 탁탁 치면서 끌어오고는 자는듯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가 또 달아나면 또 달려가 끌어오곤 하였다. 쥐는 고양이가 하는대로 당하고만 있었다. 잠시후 다시 들여다보니 고양이는 입을 쩝쩝 다시고 있었고 쥐는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가 쥐를 통째로 먹어버린 것이였다.
고양이와 쥐는 천적이다. 쥐는 고양이 냄새만 맡아도 기절한다. 고양이 앞에 쥐라는 속담은 그래서 생겼으리라.
어느날 위챗에 고정관념을 뒤엎는 동영상이 떴다. 쥐란 놈이 고양이와 사이좋게 한그릇 먹이를 나누어 먹는 장면이였다. 천적인 고양이와 쥐가 한가마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일이다. 더욱 믿기 어려운 것은 큰 쥐 한마리가 고양이의 목을 물고 늘어진 장면이였다. 믿어지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월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흔히 무엇은 무엇이어야 한다는 관념에 고질이 되여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과연 누구의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