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都市 콘크리트 숲에도 詩꽃은 피여
发布时间:21-12-24 10:21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편집자의 말: 재일본조선족 류춘옥시인이 도쿄시시리즈 제1탄으로 시집 <도쿄의 표정>을 출간했다. 이는 일본이라는 이국땅에서 정착하고 살아가는 중국조선족이 일본어로 펴낸 첫 시집으로 된다. 이에 본지는 시집의 말미에 수록된 한영남시인(중국조선족)과 일본 도쿄대학 명예교수 가와나고 요시카쯔(川中子 義勝)이 쓴 서평과 시평을 륙속 전재해 도쿄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서평

都市 콘크리트 숲에도 詩꽃은 피여

ㅡ 류춘옥 도쿄시 시리즈 제1시집에 부쳐

(할빈)한영남

 

 전 세계가 코로나사태로 진통을 겪고 있던 2021년 봄 그 진저리치는 계절에 따스한 온정의 손을 내밀면서 류춘옥은 도쿄시 시리즈 100수를 써가지고 세상에 명함장을 던졌다. 그리고 오늘은 그 가운데서 78수를 선정해 시집을 묶었다. 경하할만한 일이다. 도쿄를 둘러싼 시들은 지금껏 산발적으로 나왔지 이렇게 대규모적으로 쏟아져본 적은 일찍 없었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도시라는 콘크리트 숲은 본래 시와 좀 거리가 있는 공간이다. 단단한 시멘트가 아니더라도 각질화된 인정 또한 세인들의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그런 삭막한 공간에서 별처럼 빛나는 시를 건져올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어려운 작업을 해냈다.

도시적인 감각과 시골의 인정을 짬뽕시키고, 소란스럽고 분주하며 주변을 돌볼 사이가 추호도 없는 도시스런 이미지와 들꽃 피여난 시골 비포장도로를 느긋하게 걸으며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이 이상할 정도로 잘 조화된 도쿄시 시리즈들은 요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한테 따스한 인정과 손길과 미소를 주문하면서 시 한 수와 커피 한 잔의 멋진 랑데부를 떠올리게 해준다. 요즘의 우리한테는 이것이야말로 생필품과도 같은 존재가 아니겠는가.

그녀의 시에 대한 매체의 반응을 들어보기로 한다.

재일본조선족 류춘옥시인이 <도쿄시>시리즈 100편을 써가지고 조선족문단을 노크해왔다. 본지는 그중에서 5수를 선정해 기꺼이 <압록강>문학면에 실으면서 우리 독자분들이 <도쿄시>시리즈라는 이 작은 창구를 통해 재일본조선족들의 삶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ㅡ 료녕조선문보

본지는 재일본조선족작가협회 류춘옥시인의 “도쿄 시리즈 시” 17수를 싣는다.

류춘옥시인은 도쿄 시리즈 시 100수를 써서 중국 조선족문단을 노크하며 재일본조선족들의 삶과 생각과 감성을 잘 다듬어진 시적 언어로 핍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들은 이미 장백산, 도라지 등 문학지와 료녕조선문보, 연변일보 등 신문에 실려 점차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시에는 스토리가 있고 시적인 사색, 또는 철리가 담겨져 있으며 도쿄의 인문세태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게 특징이다.

ㅡ 동북아신문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누가 뭐라해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봐야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렇다면 자, 이제 우리는 시집을 펼치고 다 함께 가슴 뜨거운 시인이 전해주는 따스한 메시지에 젖어보기로 하자.

시적 내용의 신선한 이미지

류춘옥 도쿄시 시리즈 제1시집(이하 <도쿄시1>로 략칭)에 실린 시들을 읽어내려가다보면 어느새 도쿄의 거리들을 거닐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 것은 전부 오롯이 도쿄에서 살아가는 인간(일본인 포함 재일조선족 및 각 국 각 민족)들의 삶의 군상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시줄 사이를 거닐며 우리는 신칸센도 타보고 긴자거리에서 소풍을 하는가 하면 일본의 사찰들을 찾아 관광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와 같은 시들은 일단 내용의 신선도에서 점수를 크게 획득하면서 독자들의 구독을 부채질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시들은 우리 생활의 연장선 상에 있고 그리하여 조금도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시를 보며 이야기해보자.

젊음이 랑자히 흐르는 거리 原宿

손에서는 타피오카가 춤 추고

귀가에서는 캬르르 웃음소리가 끊임없는

竹下거리

 

샐러리맨들이 활보하는 浜松町은 오피스텔거리

호주머니가 답답한 듯

고개 삐죽 내민 지갑은

점심밥 고르기에 한창이고

 

로인들의 거리 巣鴨는 地蔵상점거리

장바구니가 이끄는대로

미처 담지 못한 인생 주섬주섬 담는다

 

매일 똑같은 모습이지만

形形色色 生의 모지름이

꿈틀거린다

 

ㅡ <도쿄의 거리> 전문

 

시는 우리한테 이국풍의 거리들과 인간들을 그림을 그려보이듯이 펼쳐보이고 있다. 사람 사는 동네가 다 그러하듯이 거기에도 셀러리맨이 있고 로인들이 있으며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이 있다. 웃음소리가 넘치는 거기에서 사람들은 <점심밥을 고르기>도 하고 <미처 담지 못한 인생>도 주섬주섬 주어담는다. 이와 같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에 서치라이트를 켜고 있다는데서 비록 이국의 이야기지만 쉽게 다가오며 게다가 외국사람들이라고 별거 아니구나 하는 일종 안도감마저 느끼면서 재미까지 부채질해주고 있다.

특히 이번 <도쿄시1> 시집에는 거리(례하면 <도쿄의 거리>), 의상(례하면 <도쿄의 기모노>), 음식(례하면 <도쿄의 회전초밥>), 국기(國技. 례하면 <도쿄의 료고쿠 국기관>) 등 우리의 신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쉽게 스칠 수 있는 소재들을 빼놓지 않고 꼼꼼 챙겨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는 섬세한 성정과 빼여난 관찰력에 힘입은 것으로 류춘옥시인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류시인은 생활속 인정세태를 간과하지 않고 깊이 파헤쳐 예술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이 시대의 한 모퉁이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로 삶의 푸른 찬가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스쳐지나기 쉬운 자잘한 일상에서 시적 발견을 하고 그것을 다시 예술화함에 있어서 꾸준한 노력을 경주해왔을 류시인의 땀방울들이 밤하늘 별처럼 스칠듯 찬란하게 안겨오는 대목이라 해야겠다.

 

시적 서술의 자유로운 날개

 

일본 최초의 도심 속 공원이란다

문화의 숲으로 무성하고 유명한

 

공원출구를 나오면

바로 음악과 무대예술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문화회관이

터억 근엄한 표정으로 있고

 

그 오른쪽에는

로댕의 조각예술을 가슴 깊이 소장한

국립서양미술관이 자태도 름름하다

 

푸른 고래의 골격 표본과

D51 기관차가 전시되여 있는

국립과학박물관도 있고

 

색상과 예술이 서로 끌어안고

한 폭의 그림인 체 하고 있는

예대생들 꿈이 소리치며 피여난다는

도쿄예술대학도 숨결 푸르다

 

뭐니뭐니해도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의 력사의 증인인

캉캉이와 란란이의 숨소리가 쌔근대는

우에노동물원이 정답다

 

나는 우에노공원에 올 때마다

내 고향의 숨소리를 느껴보군 한다

 

ㅡ <도쿄의 우에노공원> 전문

 

도시시들은 자칫 딱딱한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닮기 십상이다. 그래서 음미하다가 다시 뱉어내고는 시집마저 아예 팽개치는 경우를 우리는 적잖게 보아왔다. 그런데 류춘옥시인의 시들은 어떤가. 상기 <우에노공원>이라는 시만 놓고 말해보자.

<공원출구를 나오면/바로 음악과 무대예술이/파도처럼 일렁이는 문화회관이/터억 근엄한 표정으로 있고>라는 시구를 보면 그 먼지만 풀풀 풍길 것 같은 도시시가 생기를 띠고 푸른 숨을 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왜 그런가? 바로 류춘옥시인의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시적 서술의 자유로움에서 묻어나는 향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리라. 재미스럽지 않는가.

이처럼 시적 표현을 자유자재로 하면서도 시종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았기에 그녀의 시는 도쿄 테마시라는 자칫 딱딱한 분위기의 시 100수를 썼지만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흥미를 유발하면서 독자들을 시속에 오롯이 함몰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류춘옥시인의 마음의 여유로움과 사색의 헌헌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리할 수가 있겠다. 시는 모름지기 이처럼 충분히 여백을 남겨주고 충분히 독자들이 음미할 수 있도록 리드해주어야 하며 능청스런 유머와 위트를 반죽할 줄 알 때 멋진 시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시적 언어의 부드러운 구사

류춘옥시인의 시집을 펼치면 현란한 시어들의 춤사위에 보는 눈이 황홀해진다. 도쿄생활 20년이라고 고백하는 그녀가 언제 시간이 있어 그토록 풍부한 우리말 시어들을 다져두었을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녀의 시어들은 광야를 달리는 들말떼처럼 거침이 없기도 하고 호수우에서 아주 작은 물주름을 만드는 미풍처럼 상냥하기 그지없기도 하며 지친 어깨우에 내려앉는 가을 락엽처럼 따스한 위안을 건네주기도 하고 겨울날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숭늉처럼 따스한 뭉클함이 흘러넘치기도 한다. 그것은 실로 도쿄의 어느 구석에서 솟아나는 옹달샘인지는 몰라도 우리들의 삭막한 인정에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로 상냥한 따슨 숨결이 되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시에 이른다.

 

거리에는 소녀들

소녀들은 개성미

얼굴과 몸에서 개성이

고향 뒤산 코바위밑 샘물처럼

퐁퐁 철철 솟아흐르는 이 나라 소녀들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며

고집하는 개성

자연스러움이 개성이라는 말이

비에 씻긴 수채화처럼 희미해진 도쿄

그런데 너도나도 똑같은 문신과

똑같은 금속들로 휘감고

웃음마저 기계로 찍어낸듯 똑같은

개코 같은 개성

너희들은

나이가 이미 충분히 개성이라는 걸

모르지

나이만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섹시하다는 걸

모르지

 

ㅡ <도쿄의 개성> 전문

 

<얼굴과 몸에서 개성이/고향 뒤산 코바위밑 샘물처럼/퐁퐁 철철 솟아흐르는> 소녀들을 보는 시인의 시각은 자못 예리하다. 하기에 그녀는 그런 개성적인 소녀들한테서 <자연스러움이 개성이라는 말이/비에 씻긴 수채화처럼 희미해진 도쿄>의 한 모습을 발견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그것을 파고들어가 <웃음마저 기계로 찍어낸듯 똑같은/개코 같은 개성>이라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비정상적인 시류에 대한 일갈을 주저없이 뿜어내는 시원한 시구를 만나게 해준다.

만일 이 시를 읽다가 <개코 같은 개성>이라는 대목에 와서 빵 터진 독자라면, 그리고 그 시구에 잠간 머물러 사색에 잠길 줄 아는 독자라면 류시인의 시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독자가 될 것이다. 왜냐면 이와 같은 류춘옥시인스런 표현들이 시집 곳곳에서 채집되고 있으며 그것이 곧 류춘옥시인의 또 다른 시적 개성이라는 것을 독자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류춘옥과 시인 류춘옥

필자가 꾸리는 <상상문학아카데미문학방> 1기 학원에서 스승과 제자로 우리는 만났다. 그래서 필자에게 있어 류춘옥시인은 류춘옥씨였다가 류춘옥시인이였다가 이제는 류춘옥 도쿄시리즈 제1시집의 저자로 각인되고 있다.

짧디짧은 시간에 시집을 내기까지 그녀가 시공부에 기울인 노력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과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것을 곁에서 지켜본 한 사람으로 단어 하나도 허투로 넘기지 않는 그녀의 탐구정신에 높은 값을 쳐주고 싶다.

언제나 열려있는 위챗으로 강의에 대해 의문점들을 묻군 하는 그녀의 어투에서 그녀가 녀성의 섬세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소 털털한 면도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고추장에 햇밥을 막 비벼먹어도 시만 잘 나와주었으면 좋겠다는, 킹크랩에 와인을 기울이다가도 어느결에 깨잎에 날된장을 뚝 떼넣고 쌈을 싸먹는다는 그녀한테서는 늘 싱싱한 봄나물냄새가 난다.

그리고 그녀의 시에서도 례외없이 그런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대로의 그런 풋향이 고스란하다. 조금 엉성해도 엉성한 것이 바로 그녀의 특색인듯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편협한 생각이 아닐 것이다.

사재를 헐어 중국조선족시인들한테 일본에서 책을 사서 부쳐보내는 정성은 오로지 정성만으로 가름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시인 류춘옥이기에 앞서 인간 류춘옥의 따스한 성정미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도쿄시리즈 2탄, 3탄 계속 쏟아낼 것이라는 그녀의 야심찬 시적 행보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그리고 그것을 믿으며 앞으로도 쭈욱 상승가도를 달리기만을 기도해본다.

류춘옥시인이니깐!

 2021년 5월 28일

할빈 저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