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수필. 작은 해님 례찬 (외2편)
发布时间:21-12-10 10:34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미니수필

작은 해님 례찬 (외2편)

(훈춘)김동진

가로등이란 야간의 통행안전을 위해 길가에 세운 조명기구이다. 나는 이런 가로등을 나름대로 작은 해님이라고 부른다.

해거름이 지나 어두운 장막이 드리우는 저녁부터 다음날 날이 밝을 때까지 해님을 대신하여 거리를 밝혀주는 작은 해님! 이 작은 해님이 큰 해님이 넘겨준 계주봉을 받아쥐고 어두운 밤거리를 달리는 것이다.

사나운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요지부동의 자세로 자신의 강위를 지키면서 본직에 충성하는 가로등의 수고에 우리는 마땅히 감사를 드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고독을 감내하면서 괴로움까지도 락으로 간주하는 가로등의 정신에 ‘고상’하다는 규정어를 공훈메달처럼 달아주어야 하겠다.

가로등! 이 작은 해님은 그 누구의 칭찬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둠을 밝히는 사명 하나를 지니고 숙명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밤거리를 밝히면서 평화로운 거리와 이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굽어보는 가로등의 지칠 줄 모르는 눈빛을 보라!

이 밤도 가로등— 작은 해님은 사람들에게 편리를 주는 한길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소털 같이 많은 날

 

우리 말에 “소털 같이 많다”는 성구가 있다.

내가 이 말을 접한 것은 한창 파랗던 시절이였다. 일을 하다가 맥이 없거나 싫증이 날 때면 어른들의 말씀이 “오늘만 날이고 래일은 날이 아닌가? 소털 같이 많은 날에 좀 쉬면서 합세.” 라고 하시는 것이였다.

그 때부터 나는 ‘소털 같이 많은 날’을 고맙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나이를 한참 더 먹고 나서 요즈음에 다시 생각해보니 이 말이 우리네 인생에는 합당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털 같이 많은 날’이란 ‘소털 같이 많은 시간’이란 말과 뜻이 같다. 문제는 인간 개체의 삶의 시간이 정말 소털 같이 많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알겠지만 우리의 삶에는 근본상에서 ‘소털 같이 많은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인생은 쉬임없이 흘러가는 세월의 강처럼 무한이 아니라 하루를 살면 하루가 줄어드는 유한이기 때문이다.

E.헤밍웨이는 “시간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것 중의 가장 적은 것”이라고 하였고 B.시라는 “ 날은 짧고 할 일은 많다”라고 하였다.

세월이란 다름아닌 흘러가는 시간의 강이다. 인생은 이 시간 속에 타버리는 초불인 만큼 사는 일을 앞에 놓고 ‘소털 같이 많은 날’이라는 흥타령을 부르면서 허송세월하는 미련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하겠다.

 

 

사랑스러운 우리글

나는 우리글을 사랑한다.

우리글은 세종대왕님의 애민정신이 만들어낸 백성의 글이다. 우리글은 과학성과 합리성과 독창성이 하늘 아래에서 세계 제일의 글이다.

중국글은 넙적글, 선생님도 더러는 모른다.

일본글은 잡채글 이것 저것 섞어만들었다.

서양글은 꼬부랑글 양밸처럼 오불꼬불하다.

우리 글은 오관이 단정하고 성미가 까다롭지 않아 사랑스럽다.

쪽박차고 오랑캐령을 넘어온 글, 칼산을 넘고 피바다를 건너온 글, 우리글의 불패의 생명력은 천고의 하늘과 땅이 준 것이다.

하여 장백산처럼 우뚝 솟고 두만강처럼 굽이치는 우리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로 되였다.

우리글의 화원에서 피여나는 백화의 미소는 얼마나 향기로운가!

우리글의 슾속에서 울리는 뭇새들의 노래는 얼마나 감미로운가!

나에게 있어서 우리글을 사랑하고 우리글을 자랑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하나의 불가피한 행위예술이다. 그것은 숙명적으로 타고난 마땅한 의무이고 신성한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