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새해의 소망(외 6수)
(상지)강효삼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돌아온다
싫든 좋든 나이 한 살 더 먹어야겠구나
그러나 이제 너무 많이 먹어서인가
나이를 먹는데는 별로 큰 관심이 없다
까짓 바람에 구름가듯 떠가는 세월
갈테면 가라 하라 ㅡ
오로지 소망만은 비거나 줄어들지 않으면 될터
새해 나의 가장 큰 소망은
건강, 건강하게 사는 것
생의 막끝에 달했어도 건강만 하다면
얻고저 하는 모든 것이 그 안에 들어있어
명예라 금전이라 부질없는것 다 가져가고
세월아, 새해엔, 나에게 좀 더
아름답고 넉넉한 건강을 다오
아무리 욕심내도 흠되지 않는 건강을
나는 삼백예순여섯날 날마나
옷처럼 입고 밥처럼 먹으면서
끝이 끝으로 끝나지 않고 새것이 되는 새해처럼
새해엔 더더욱 반듯한 건강으로 살련다
다 자란 마디우에 새 마디를 밀어올리는 대나무처럼
외줄 시행
바람에 날리는 옷고름인듯 언덕을 누비며
마을에서 시작하여 저 높은 산 깊은 적막까지
고개 수긋이 걸어들어간 오솔길은
마치나 한줄 시행만 같다
누가 저 시의 첫 운을 뗐는가?
땀배인 손에 연장을 들고 첫 줄을 그은 후
사람도 소도 그 한줄에만 매달려 씨름하면서
더는 다른 시는 쓰지 않아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저 한줄의 시줄이
오늘도 력력하구나
그 한줄 시행을 따라 가고 가노라니
마침부호인듯 작은 무덤 하나
맨 처음 이 시를 쓴 분인가?
바다 기슭
파도는 기슭의 젖꼭지를 탐내는 어린아이같이
미친듯이 쫓아와 기슭을 물고 늘어져
젖을 빨아대네 함뿍 빨고 배가 부른지
그제야 기슭이 불러주는 자장가 들으며
잔잔한 모래굽이서 포옥 단잠이 들었다
달 등(灯)
지구를 들었다놓은 세찬 석유파동에도
끄덕없이 언제봐도 달등((灯)은 휘황하다
작은 그 등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이 세계의 절반 어둠을 밝히고도 남을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등
아무리 오랜 세월 연소해도 한번 주입한
기름은 소모되지 않는다
늘 그만큼으로
어디 가도 밝은 등
그때문인가
보는이 마다에
하나씩의 등이 되여주는 것은
섬
만지고 싶도록 고운 하늘을 쥐고 싶어
바다 깊은 곳에서 불쑥 솟구쳐 올랐는가
바다의 한복판에 둥 ㅡ둥 떠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나 바다를 항행하는
크고 작은 함선들인듯
그러나 아무리 모지름써도
주어진 그 한자리를 떠날수 없네
섬이 섬으로 되자면 섬이 된 그날부터
고독을 살아야하기에
고독은 섬이 존재하는 리유가 된다
그리하여 고독을 입고 고독을 먹고 사는
섬은 바다의 로숙자
분수 1
솟구쳐 올랐다
땅바닥에 하강하면서
늘상 그만큼의 부피와 무게로 되돌아와
분수는 한자리에 있지 않으면서도
늘 한자리에 있고
떠나지 않으면서도 늘
떠나는 련습을 한다
오늘의 고향을 사는 나처럼
저녁노을
말갛게 비운 하늘에
타는듯 빨간 저녁노을
저건 래일의 일기예보다
날마다 기후를 관찰하고 결과를 알리는
저기 저 드높은 하늘의 구름기상청에서
미리 보내온 천기예보
래일은 쾌청이니 비도 바람도 눈도
모두 다 제자리 멈춰서 어리번거리지 말라
령룡하게 켜놓았다 빨간 신호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