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좌석배치
发布时间:21-10-15 09:25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소설      

좌석배치

     (철령)박병대

좌석이란 공중장소에서 앉는 자리를 가리킨다. 사람들이 혼자 있을 때는 쏘파에 앉거나 아무 곳이든 나름대로 편리한 자리에 앉으면 그만이니 좌석따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자고로 우리민족은 년장자나 덕망이 높은 어른들을 상좌에 모시고 젊은이들은 그 주위에 앉는 것이 정하지 않은 례절로 되여 있다.

근간에 적잖은 기관단위나 군중단체의 행사나 모임에는 좌석배치에 엄격한 불문률이 존재하여 직위가 가장 높은 지도자를 앞줄의 중심에 높이 모시고나서 그 주위에 직급이 높고 낮은 순서에 따라 관원들이 좌우와 뒤에 순서정연하게 앉는 것이 일정의 규정 아닌 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하여 각종 행사에서는 전문으로 좌석배치를 전담한 비서들이 종종 진땀을 뺄 때가 있다. 평소에 업무를 괜찮게 완수했지만 회의때 어른들의 좌석를 약간 소홀히 한 탓에 지도자의 눈쌀을 찌프리게 하거나 지어는 아예 상사의 눈에 나서 《랭궁》으로 밀리는  비서들을 우리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몇해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현 건설과에 배치된 뒤 문장을 잘 써 비서자리에 오른 현문이는 약삭바르고 매사에 머리가 팩팩 도는 젊은이였다. 그는 전임들이 평소에 맡은 임무를 원만히 완성하고 별로 눈에 띄는 착오도 범하지 않았지만 단지 회의 때 좌석배치 때 관례에 거부감을 갖고 주요지도자의 좌석만 정하고 나머지는 아예 성씨필획에 따라 좌석을 정한 일이 주요 지도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여  비서자리를 떼운 교훈을 착실히 섭취하여 선배가 마신 고배를 자기는 절대 마시지 않으려고 무지 안간힘을 썼다. 그는 과내의 모든 간부들을 직위와 실권의 대소에 따라 1, 2, 3, 4차례로 번호를 매겨놓고 회의 때마다 주석대에 사전에 그려놓은 좌석좌표계에 해당한 사람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과장의 신임을 높이 사왔기에 평소 웬만한 실수따위는 지도자가 눈감아주어 동료들의 부러움과 시샘이 동반했다. 하지만 그의 좌석배치가 언제나 순풍에 돛달기만은 아니였다.

 국경절을 며칠 앞둔 어느날 현 건설과에서는 새로 지은 사무청사에 입주하게 되였다. 서민들도 새집에 들 때면 친척, 친구들을 초청하여 술집에 가서 피로연을 베풀고 새집들이 하면서 지신을 요란하게 울리는데  하물며 한개 현의 중요한 행정부서인 건설과에서야 더 이를 데가 있겠는가? 먼저 입주를 상징하는 채색테프를 끊고나서 하객들을 데리고 새 사무청사에 들어가서 각종 시설을 돌아보게 한 뒤 경축대회를 치르고나서 하객들을 연회청에 모셔가서 피로연을 베푸는게 관행이였다. 지금은 상급에서 청렴을 강조하며 관사를 짓는 것을 제한하고 새 청사에 들 때 테프를 끊는 등 불필요한 행사에 공금을 날리는 행위를 엄금하지만 건설과의 어른이신 정과장은 편벽한 현성에서 소리없이 가만히 벌리는  행사이니 소문이 시나 성의 령도들의 귀에까지 들어갈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경축행사를 원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하였다. 입주식의 구체절차를 책임진 현문이는 우선 건설을 주관하는 조부현장과 몇몇 권력부서의 나으리들에게 초대장을 보내고나서 현정부 소속의 모든 과와 세무국, 은행 및 새 사무청사의 시공을 맡았던 건설사의 책임자 등에게도 일일이 초대장을 보내였다.

입주식을 할 때 테프를 끊을 시각은 오전 열시 십팔분으로 정하였다. 그것은 현문이가 남몰래 현성에서 점을 신통하게 친다고 소문난 맹봉사를 찾아가 약간의 수고비를 치르고 입주할 길일 길시를 받아왔기 때문이였다.

아홉시가 되자 현문이는 일찌감치 새 청사 앞에 채색테프와 폭죽을 가져다놓고 지도자들이 테프를 다 끊고나면  폭죽을 요란하게 터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아홉시 반이 되자 건설과의 사업 인원들이 하나 둘씩 다 모이고 뒤이어 재정과며 교통과, 문교과 등 초청받은 단위의 하객들이 마스크를 걸치고 삼삼오오 찾아오고 열시 십분이 되자  오십대의 번대머리 정과장이 남산만한 배를 쑥 내밀고 팔자걸음을 하며 새 사무청사앞에 호기롭게 나타났다. 그는 기름기 번지르한 얼굴에 해빛을 잔득 담고 하객으로 온 다른 과의 과장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새청사의 대문안은 경사를 맞은 듯 자그마한 인파를 이루었다.

그런데 입주행사를 치르기 전에 미처 생각지 못한 난처한 일이 발생하였다. 하객들 앞에서 테프를 끊기로 한 다른 령도들은 다 왔는데 유독 시정건설을 주관하는 조부현장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리하여 테프를 끊을 열시 실팔분이 십분을 지났는데도  대회의 주역이 얼굴을 내밀지 않자 정과장은 자기들끼리 감히 테프를 끊을 수가 없어서 연신 발을 동동 굴렸다.

   마음이 초조하여 10초가 멀다하게 연신 번쩍이는 손목시계에 눈길을 가져가는 정과장의 불안한 거동을 살펴보던 현문이는 스마트폰을 꺼내 현정부 판공실에서 근무하는 동창생 성기한테 전화를 걸어 조부현장이 어찌하여 아직도 행사징에 도착하지 못하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성기는 조부현장이 오늘 아침에 건설과의 행사에 참가한다면서 일찌감치 승용차에 올라 현정부청사를 떠나는걸 분명히 봤노라고 말하는 것이였다.

“정과장님, 현정부청사와 여기가 불과 2리밖에 안되는 지척인데 조현장께서 길에 시간을 그리 오래 지체할 리가 있겠습니까? 혹시 중도에 무슨 의외의 공무를 처리하느라 늦어진게 아닐가요?” 현문이가  정과장을 안심시키려고 자기의 생각을 내비쳤으나 가타부타 말이 없는 정과장의 낯에 비낀 그늘은 티끌만큼도 가셔지지 않았다.

“예정한 시간이 훨씬 지났으니 더는 기다릴 수 없게 됐군. 우리끼리라도 의식을 치러야겠네.”

현문이가 리부과장에게 알려 입주의식의 시작을 선포하고 채색테프를 끊을 지도자들의 명단을 발표하게 하였다. 비록 조부현장이 그때까지 테프 끊는 자리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지만 지도자 명단의 첫머리에는 여전히 그의 명함이 버젓이 올라있었다. 그리하여 테프를 끊는 지도자들이 선 자리의 정중에는 조부현장이 자리가 비어있었다.

테르를 끊고 폭죽을 울리자 래빈들은 현문이의 안내하에 새 청사 회의실로 들어가서 내부시설을 감상한 뒤 회의실에 들어가서 간단한 환영식을 치르게 되였다. 비록 환영사나 축사따위 형식으로 치르는 활동시간은 쥐꼬리만큼 짧았지만 관례대로 주석대가 마련되였고 좌석은 계획대로 차질없이 배치되였다. 회의 참석자중 가장 높은 어른이신 조부현장이 앉을 좌석을 주석대의  앞줄 중간에 비워두고 그 곁에 앉게 된 정과장은 자기와 급별이 같은 다른 부서의 과장들을 대하기가 무엇하여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 것만 같았다. 그는 부시시 일어나서 낯에 웃음을 어줍게 바르며 주석대의 앞자리에 앉은 래빈들한테 량해를 구했다.

“에. 형제부문의 령도동지들, 오늘 저는 주인으로서 조현장을 모셔야 하기때문에 외람되게 좌석 중심에 앉았으니 모두들 량해하십시오. 대단히 죄송합니다. 조현장이 오실 때까지 잠간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들이 조부현장을 기다린지 20여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조부현장은 야속하게도 낯을 내밀기는커녕 왜 늦는다는 전화 한통도 없었다. 정과장은 수시로 손목시계를 보면서 안절부절 못하였다. 관중석에 앉아있는 일반 하객들과 과원들은 주석대의 앞줄 중간이 마치 앞이가 빠진 늙은이가 입을 하 벌리고 하품하는 꼴 같아서 연신 손가락질 하면서 키득거렸다.

연회청에 음식을 차릴 시간이 지났으니 음식이 식기전에 손님들을 어서 연회청으로 모셔오라는 료리사의 기별이 왔다.

정과장은 기실 환영회는 형식에 불과하고 연회석에서 각 과의 수뇌들과 인맥을 다지는 것이 주목적이기에 경축회에 더는 시간 랑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회의를 신속히 끝내려고 마음먹었다. 정과장은 주석대 아래에서 소근거리는 사람들의 정서에 리해가 갔던지 회의를 선포하고 비서를 시켜 미리 써온 환영사를 구겨버리고 틀에 맞춘 몇마디 인사말로 래빈들을 안정시켰다. 뒤이어 몇몇 래빈 대표도 배가 고팠던지 쥐꼬리만한 축하말로 축사를  대체하였다.

 “찌르릉, 찌르릉…” 회의가 끝날 무렵 현문이의 스마트폰이 세차게 울렸다. 현시판을 들여다보니 조부현장의 수행비서인 다른 한 동창생한테서 온 전화였다

“웨이, 웨이,” 다급해난 현문이가 주석대 뒤켠에 가서 동창생한테 오늘 조현장께서 어인 일인가고 물었다. 그런데 대방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통화를 뚝 끊어버렸다.

“싱거운 자식, 남은 속이 바질바질 타 재가 되는데 네놈은 잘코사니를 부르며 장난을 쳐?” 현문이가 스마트폰을 휴대가방에 넣으려는데 위쳇의 벨이 다시 찌륵찌륵 울렸다. 그가 급히 위쳇을 열어보니 방금 통화했던 그 동창생이 보내온 동영상이였다. 현문이가 남들의 눈을 피해 주석대 뒤 외진 곳에 가서 동영상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이게 뭔가? 화면에는 화려한 별장들이 나타나고 뒤이어 조부현장이 웬 낯선 사람들에게 팔이 끌려 별장에서 나오더니 무슨 소형 뻐스같은 차에 오르는 장면이 나타나지 않는가? 그럼 저게 무슨 차일가? 현문이가 눈을 비비고 동영상에 오른 차의 번호판을 살펴보니 그 차는 성기률검사위원회의 전용차가 분명하였다.   (아, 그렇게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조부현장도  이런 날을 맞는구나!)

현문이는 이 돌연 정황을 정과장한테 급히 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주석대 앞 중심에 앉아있는 정과장한테 다가가서 귀속말로 급한 상황이 생겼으니 잠시 주석대 뒤로 오라고 귀띔했다.

“뭐라구? 조현장이?” 주석대 뒤에 온 정과장의 손이 사시나무같이 떨리고 낯빛이 금세 백지장으로 변하였다.

“자네 당장 리부과장한테 나 대신 연회를 주최하라고 여쭈게. 난 급한 용건이  생겨서 나가봐야겠네.”

말을 남긴 정과장은 마치 얼 빠진 사람같이 대청을 빠져나가 승용차에 오르더니 어디론가 바람결같이 사라졌다.

평소에 좌석과 신분을 그렇게 중시하고 태산이 무너진다해도 끄덕하지 않을 것 같던 정과장이 오늘은 왜 저렇게 족제비 만난 수탉같이 허겁지겁할가? 조부현장이 잡혀갔다는데 정과장과 무슨 상관이 있기에 평소에 한번도 빠지지 않던 연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급급히   뺑소니치는걸가? 현문이는 헝크러진 의문의 실타래를 일시에 다 풀길이 없어서 금세 눈앞이 캄캄하고 머리가 팅하였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머리칼을 흩날리자 문득 그의 뇌리를 탁 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는 백성은 초개로 알고 권리의 상징인 소위 “좌석”에만 눈이 벌건 “어른”따위들은 다 그렇고 그런 존재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겉 다르고 속 다른 일부 지도자들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평소에 꼭 해야 할 공무는 뒤전에 밀어놓고 좌석배치따위의 허드레 일에만 골몰하던 지난날이 한없이 어리석고 죄스러웠음을 새삼스레 뉘우치게 되여 내심 부끄러움에 동사자들한테 고개도 들지 못하였다.